몇 번 소개한 적이 있는 농부어 호수.
이 호수가 있어서 왕비 정원이 그 가치를 더합니다.
농부어 호수는 왕비 정원 내와 왓 빠오 근처에 설정된 고기밥 주는 곳 부근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낚시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낚시대 대 여섯 대 정도를 설치하고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는 잘 잡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 근처를 다니며 낚시하는 것을 봐도 고기가 잡히는 장면은 본 적이 없네요.
아마도 농부어 낚시터는 강태공의 모토 '세월을 낚는다'에 방점이 찍힌 듯.
직장 생활을 할 때 주변 지인들이 바다 낚시에 거의 미치다시피 해서 멀리 목포까지 가는 걸 보곤 했는데, 나는 교회도 그렇고 낚시에 별 흥미가 없어 같이 간다는 생각조차 해 보질 않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래도 한 때 낚시에 빠진 적이 있었네요.
중학교 1학년 무렵이었습니다.
읍내에서 살던 우리 모임에 시골 촌놈이 등장하면서 놀이에 변화가 생깁니다.
아마 낚시로의 초대도 그 시골 촌놈이 등장하던 때이니 그가 가져온 것일 듯 합니다.
왜냐하면 낚시대를 구하러 그의 시골 집이 있었던 읍내 변두리 저석리까지 갔기 때문이죠.
지금도 가끔 고향에 갈 때면 그 때 어떻게 그 멀리까지 걸어 왔다 갔을까 싶은 먼 거리입니다.
아무튼 거기서 긴 대나무를 하나씩 손에 들고 와서는 그 끝에 낚시줄과 낚시 바늘을 달아 본격적인 강태공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간편한 릴 낚시대면 되니 간단하지만 긴 대나무를 하나씩 들고 10여리 넘게 걸어가 낚시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때는 그게 너무 당연한 지라 그렇게 다녔습니다.
우리 동네는 멀지 않은 곳에 호수도 있고 강도 있어서 낚시할 곳은 많았습니다.
동네 시궁창을 뒤져 지렁이를 잡아 샛강까지 부지런히 가서 고기를 잡았죠.
나는 제법 고기를 많이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낚시 바늘이 고기 입에 걸려 나오는 게 아니라 거의 다가 고기 옆구리에 걸려 나오는 신기가.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 그 때야 그래도 좋았지만 나중 생각하니 유독 재수 없는 고기가 나에게 집중된 듯 해요.
제법 재미를 붙여 몇 날 며칠을 다녔는데 지금도 모를 이유로 딱 끊게 됩니다.
아마도 그당시 골목대장이었던 내 친구가 집에서 압력을 받았던 게 아닌가 싶은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골목대장님이 끊으니 골목졸병이었던 나도 같이 끊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보는 거죠.
그 뒤 가끔 낚시에 가 본 적은 있지만 그냥 구경꾼이었지 고기 잡는 일에 나서진 않았습니다.
산 고기를 바늘에 꾀어 잡는다든지, 산고기를 그냥 입맛을 다시며 껍질을 홀랑 벗겨 회를 떠 먹는 것을 보면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화를 먹지 않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
낚시하는 사람이나 그 취미를 뭐라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농부어 호수에는 대개 역돔이라는 고기가 많이 살고 잡히나 봅니다.
충주 근처에서 양식하기도 하는 역돔은 원래 바다에 사는 도미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친구로 원 이름이 틸라피아라 하는 친구인데, 우리나라 양식장의 역돔은 태국에서 수입되었다고 해요.
충주 조정지댐 근처에는 이 역돔찜을 잘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지금도 하려나?
태국 시장에 가면 이 역돔 구이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소금 구이인데, 맛이 괜찮아 우리도 가끔씩 사서 먹기도 합니다.
치앙라이 아랫녁에 정착하여 사시는 한국분은 처음 태국에 와서 꼭두새벽에 낚시를 나가 이 역돔을 잡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셨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짠하던지.
아무튼 우리 동네 반두는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취미 생활이 선택 폭이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늘 물 반 고기 반인 농부어 호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기를 잡는다는 마음보다 세월을 낚는다는 마음이 더 어울릴 곳이라는 점은 참고를 하셔야.
고기가 잘 안 잡히는 이유는 왓 빠오 근처에서 심심하면 사람들이 몰려 와 고기 밥을 주어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고기들이 아무리 지능이 낮기로서니 거기가면 밥을 실컷 얻어 먹을 수 있는데 낚시꾼이 던지는 모형 미끼 같은 걸 물까 싶더군요.
불행히도 고기 밥 주는 그 근처는 낚시를 못 한답니다.
밥을 줄 때 보면 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낚시대가 아니라 그냥 몽둥이를 내리 쳐서 몇 마리씩 잡을 곳인데.
그리고 가끔씩은 농부어 호수의 모습이 유난히 예쁠 때가 있습니다.
어제 오후도 바로 그 날이었네요.
참고로 역돔(민물 돔)은 태국어로 빠(쁠라) 닌(ปลานิล)이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많이 파는 역돔 구이는 빠닌텃(ปลานิลทอ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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