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와서 시내로 들어 오다 간판을 보면 글짜가 동물원 안의 동물을 표시하는 기호 모양 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 저게 글짜인가 할 때가 있었습니다.
영어 알파벳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건 느낌 상 좀 나은데, 어떤 것은 낙타 모양같기도 하고 뱀 모양 같기도 하고 좋은 말로 참 여러모로 신기하죠.
이 꼴 같지 않은 문자는 태국어가 무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들게 해서 한번 배워 보겠다는 마음이 쉽게 들지 않습니다.
실제로 태국어를 배우고자 마음을 먹고 해 보려다 우선 문자에 기가 죽어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개 첫 글짜 꺼 까이 하다가 끝.
태국어는 글짜 모양만 괴상망측한 것이 아니라 그 숫자도 엄청납니다.
놀라지 마세요.
태국어는 44개의 기본 자음과, 32개의 기본 모음 그리고 10개의 고유 숫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외워서 배우냐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도 해 보니 되긴 되더이다.
태국어를 배우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왜 같은 소릿값을 갖는 음이 그리 많은지, 그게 몹시 신기하더군요.
태국어를 배우다 보면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언어 수단인지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나라'라고 하면 모든 소릿값에 해당하는 글짜가 단 하나라 쉽게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태국어에는 첫소리 'ㄴ'에 해당하는 글짜가 많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단지 소릿값으로는 쓸 수가 없습니다.
내 생각에는 같은 소릿값에 해당하는 글짜를 하나로 통일하는 표준안이 만들면 어떻까 싶더이다.
도대체 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왜 이렇게 복잡하게 문자가 이루어졌을까요?
이유를 알아 보니 납득은 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이 어리석은 백성을 가르치고자 한글을 창제하였는데, 태국에서는 우리보다 1 ~ 2세가 앞선 시기에 람캄행 대왕이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경을 번역하려고 태국어 문자를 만들었답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마디 아니한 것처럼 산스크리트어로 나오는 발음이 태국말과는 다른 게 당연하겠지요.
해서 태국 말로는 발음이 비슷하긴 하지만 산스크리트어로는 완전 다른 글짜는 같은 소리지만 다른 문자로 표기하도록 하였다네요.
그래서 이렇게 복잡해졌답니다.
성경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각 나라에서 잘 사용되지만, 이슬람의 코란은 아랍어로 기록된 것만이 정본으로 여긴다지요.
사실 다른 말로 옮기는 번역 작업은 그리 간단한 작업은 아니지요.
람캄행 대왕도 이 점을 알고 태국말에 적합한 글짜를 만들면서 산스크리트 불경의 소리값과 뜻을 최대로 살리려고 하다보니 글짜가 복잡해졌다는 말쌈입니다.
사연이 이렇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같은 소릿값의 글짜를 하나로 통일한다는 생각은 대단히 불경스러운 발상이 되겠네요.
지금도 불교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어요.
아무튼 복잡하긴 해도 천천히 마음 먹고 외우고 익히니 알게 되더이다.
그러니 숫자에 너무 기 죽지 마시고 도전해 보시길.
어렵지만 알고 나면 당연히 기쁨도 크답니다.
당연하지만 글짜를 알아야 말도 쉽게 배웁니다.
물론 우리나라 문맹자들처럼 글짜를 몰라도 말은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구요.
선택은 니 마음대로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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