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태국에 왔을 때, 길거리 음식조차도 맛이 있어 음식 천국 같은 느낌이 팍팍 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치앙라이에 처음으로 장기 체류할 때 시계탑 앞의 '나이헝' 쌀국수는 왜그리 맛있던지.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언제 다시 이 집 국수를 먹을 수가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젖기도 했다는 거 아닙니까?
태국에 오래 살게 된 지금은 어떨까요?
세월이 가면서 입맛도 바뀌도 취향도 바뀐다지만, 태국 음식 취향처럼 바뀐 것이 있을까요?
지금은 솔직히 먹고 싶은 태국 음식은 1도 없답니다.
어쩌다 할 수 없어 먹긴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을 경우이고, 정말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할 경우도 태국풍에서 최대한 거리가 있는 음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집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졌죠.
집에서 밥을 먹으면, 음식 솜씨가 좋기로 자타가 공인한 아내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 좋기는 하지요.
하지만 세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다면 아내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삼식이는 피하려고, 될 수 있으면 하루 한끼 정도만 아내 덕을 보는 걸로 노력은 하지요.
아내의 음식 가운데 김치 담그는 솜씨는 참 좋습니다.
한국처럼 재료가 좋고 한다면 별 칭찬 대상이 아니겠지만, 배추도 그렇고 무도 그렇고 그런 나라에서 맛있는 김치는 담그는 것은 쉽지 않죠.
그런데도 잘 담그니 잘한다 소리를 듣는게 아니겠어요?
태국의 배추는 날씨가 서늘해지는 건기 때는 좀 낫지만, 우기 때는 상태가 형편 없습니다.
무는 더할 나위 없이 나쁘죠.
그래서 좋아하는 총각 김치는 태국에서는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음식입니다.
태국 산 무로 만든 깍두기도 무가 맛이 없으니 그저 그렇고.
그런데 무 대체재로 파파야를 쓰면 아주 좋다고 하네요.
파파야는 태국에서 말라꺼라 하는데 아주 흔한 과일입니다.
일년 중 늘 볼 수 있구요.
이 파파야가 익지 않았을 때 깍둑 까둑 썰어 깍두기를 담그면 맛있게 깍두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태국 무처럼 물컹거리지도 않고 오래 가지요.
모양도 우리나라 깍두기와 똑 같습니다.
익지 않은 파파야는 생채로 잘게 썰어 무생채처럼 만들어 먹어도 되고, 이렇게 깍두기 재료로도 훌륭하지요.
물론 시장에는 익지 않은 파파야는 잘 나오지 않아요.
그러니 동네 산책하다가 파파야가 달린 것을 보면 주인에게 익지 않은 거 몇 개 팔라고 하면 됩니다.
워낙 싼 것이라 한 두 개 정도는 그냥 줄 수도 있어요.
이걸 가지고 깍두기나 생채를 만들어 드시면 아주 만족하실 것입니다.
태국에 오래 계시면 나처럼 태국 음식에 진저리가 나실 테고 그럴 때는 이렇게 깍두기를 만들어 보시는 걸로.
일단 만들어 놓으면 오래 가기도 하고 만들기도 쉬우니, 만들어 놓으면 많이 도움이 되실 거에요.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지만, 이렇게 응용해도 좋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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