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할 때, 점심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꼽시계가 울립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머리 쓰는 것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나 봐요.
머리를 쓰긴 하나? ㅎ
사실 그것보다도 밥 먹는 시간이라도 잡아야 시간도 잘 가고 머리 속이 개운해집니다.
멀리 가 봐야 먹을만한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라 근처에서 뭐 대충 먹곤 하는데.
요즘은 교수 식당 메뉴가 몇 가지로 정해져서 거기도 가게 되지를 않습니다.
기껏해야 바질 볶음밥, 그냥 볶음밥과 국수 뿐인 단출한 방식이 되어서리.
도서관에서 걸으면 5분 거리에 학생 식당이 있습니다.
근처라면 정말 가까운 근처네요.
대개 거기서 카우만까이(닭고기 덮밥)가 만만해서 그걸 먹곤 했는데 그것도 몇 번 먹으니 질려서 더 이상은 먹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 선택으로 통닭 튀김에 찰밥 한 덩이를 먹곤 했는데 , 그것도 매일 먹기는 좀..
해서 별로 입에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가까이 하지 않았던 덮밥에 도전을 해 보기로 합니다.
준비된 반찬 종류는 10종 정도 되는 듯.
허나 색깔도 그렇고 비주얼도 그렇고 선뜻 고르기가 영.
그래도 도전을 해 보기로 했으니 해 봐야죠.
주인이 내 주는 맨밥이 담긴 접시에 진열된 반찬을 선택하면 됩니다.
대개 채소 종류 하나, 고기 종류 하나.
거기에 특별히 달걀 후라이.
달걀 후라이는 태국어로 '카이 다우'입니다.
카이는 달걀, 다우는 별.
달걀 후라이가 별을 닮은 모양이죠?
그것말고도 진열된 음식 이름을 모르신다굽쇼?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손가락질이면 훌륭합니다.
안 니, 안 니..
아니면 이거, 이거.
그렇게 주문이 끝나고 가격을 물어 보면 30밧입니다.
30밧이라.
아무리 물가가 싼 나라이고 또 대학 식당이라곤 하지만 밥 한 그릇에 30밧.
우리나라 가격으로 하면 1,000원이 살짝 넘는 금액입니다.
어쨌든.
받아 와 먹습니다.
첫 느낌은 짜다.
짜도 많이 짜다.
그래도 '먹을만은 하다' 급은 되더군요.
나는 그린 커리 향을 싫어 하는데 그런 향도 없고 먹을만은 했습니다.
'먹을 수 없다' 수준은 아니니 도전은 괜찮게 끝난 편이었죠.
'맛 있다' 수준이면 좋으련만 그 정도는 이래 저래 힘이 들겠습디다.
뭐 그 가격에 그 정도면 사실 훌륭하죠.
다음 순서.
밥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기에 밥 먹고가 중요하죠.
뭔가 기쁨이 있어야 하니.
식사 뒤에는 그래서 이걸로 마무리합니다.
수박 주스.
태국어로 땡모빤입니다.
수박을 얼음과 함께 간 것인데, 이건 아주 훌륭합니다.
단돈 20밧.
그냥 먹을만한 수준의 밥을 먹은 다음에 이 땡모빤을 한 모금 머금으면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아, 맛있다"
이 땡모빤은 태국에 사는 기쁨입니다.
밥 30밧, 땡모빤 20밧.
모두 더해 50밧.
이게 한 끼 식사에 밥과 달콤한 후식을 포함하여 50밧이면 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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