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7

[치앙라이] 치앙라이 한인 한가위 대잔치

정안군 2017. 10. 5. 11:17

 

 

 

 

 

 

 

 

 

어제는 추석이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음력으로 팔월 보름이 추석입니다.

우리는 중국식 음력을 쓰고, 태국은 인도식 음력을 써서 보름이라든지 이런 날짜가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태국의 보름은 오늘인 듯 싶네요.

아침에 시장에 가 보니 가게를 열지 않고 절에 간 상인들이 많더랍니다.

태국의 불교 행사는 대부분 보름에 이루어집니다.

 

아무튼.

외국에 나와 사는 교민들이 고국의 명절에 함께 모였습니다.

장소는 해피시티 리조트인데, 사실 해피시티가 없으면 이런 모임 자체가 어려울 것입니다.

교민회장이기도 한 해피시티 조회장이 음식과 장소를 제공을 제공하였기 때문이지요.

나와 동갑으로 친구이기도 한 조회장님, 고맙습니다.

 

우린 모임에 일찍 갔습니다.

모처럼 만나는 교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어서요.

이른 시간이라서 교민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총무 오선교사, 부회장 배사장님이 미리 와서 일을 추진하고 계시더군요.

그럭저럭 시간이 가까워지니 치앙라이 인근에 사시는 분들이 오시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모르는 분들이 너무 너무 많더군요.

최근 중국에서 선교 사역을 하다가 옮겨 오신 선교사들이 많으시다더니 그런 가 봅니다.

 

시간이 되어 개회를 합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 그리고 애국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작년 설 때도 애국가를 불렀는데, 그 때는 나라 꼴이 개판이라서 별 감동이 없었어요.

그런데 나라가 새로 셋업되니 부르는 애국가가 새롭습니다.

자랑스런 우리나라 그리고 시민들.

국격이 오르니 나와 사는 우리도 신이 납니다.

 

회장님 인사 말씀.

 

그리고 국제 학교 학생들이 나와 노래 몇 곡을 선사합니다.

처음은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그러네요.

내 고향 부여 귀암은 꽃 피는 시골이었습니다.

앞 산에 진달래가 피고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던.

 

그 노래를 멀리 치앙라이에서 듣습니다.

 

다음 노래는 의미가 더 있더군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북쪽의 롸켓맨과 미쿡의 토람프가 난리 굿을 떨어 통일은 커녕 전쟁이라고 나는 게 아니냐고 설레발 떠는 세상에 통일이라니.

좀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 게 맞죠.

맞습니다.

 

새롭게 교민이 되신 분들 소개가 있었습니다.

해피시티에 골프 치러 오신 분들 빼고는 거의 다 선교사들 특히 중국에서 선교지를 옮긴 선교사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치앙라이 교민 중 선교사가 아닌 사람은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얼마 안 되네요.

 

짧막한 개회식이 끝나고 준비된 음식을 나눕니다.

차려진 음식이 푸짐합니다.

역시 명절은 명절입니다.

모처럼 부침과 송편을 맛 봅니다.

 

내가 어려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쇠던 곳은 큰집이었습니다.

큰집이라곤 하지만 양자 비슷한 신분으로 어려서 살 던 곳이라 큰집이라고 낯선 것은 없었습니다.

큰엄마가 엄마로, 큰아부지가 아부지로 초등학교에 들어 갈 때까지 살았으니 내 집이었죠.

거기서 왕자 같은 신분으로 지냈습니다.

큰 집은 엄마 같은 큰 누나부터 딸만 셋이었습니다.

그런 집의 아들이었어요.

귀한 집 자식이라 동네 아이들이 나를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그 당시 동네에서 한 대 밖에 없던 귀한 세발 자전거가 내 자가용이었고, 겨울철 내 전용 썰매가 일곱대였던 적도 있습니다.

조금 타다가 마음에 안 들면 집에 돌아 와 한 마디하면 제재소 아저씨가 뚝딱거려 썰매를 새로 만들어 주었답니다.

썰매 날도 처음에는 철사였다가, 니루라는 것이로 발전하고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 철공소에서 갈아 만든 날로 된 썰매를 탔습니다.

또 쉽게 얻을 수 있었던 박하사탕.

그 사탕을 항상 입에 물고 살아 일찍 이가 몽땅 썩은 덕에 나중 자유 분방한 이를 갖게 되었죠. ㅎ

아, 옛날이여.

 

큰집은 제재소를 운영하던 부잣집이어서 명절 음식은 정말 푸짐했습니다.

더더구나 큰엄마는 손이 크신 장부 스타일이셔서 부근에 사는 사람들 음식까지 모두 준비하셨어요.

그 때 먹던 돈전은 맛이 최고였는데, 지금은 그런 맛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제 차린 음식 중 내 입맛의 장원은 빨간 게장이었습니다.

태국에서 게장이라니.

워낙 게장을 좋아 하는데다가 먹어 본지 일 년이 넘은 듯 하니 맛이 정말 천상의 맛입니다.

게장에 쓰인 게는 뿌팟뽕커리에 쓰이는 게와 다릅니다.

뿌팟뽕커리에 들어 가는 게는 껍질이 무척 단단한 데, 게장에 사용 된 게는 껍질이 얄팍했죠.

어디서 이런 게를 구했나 물어 보니 피마트라는 곳에 가면 있다네요.

피마트(P-mart)

밑줄 쫙입니다.

 

식사가 대충 끝나자 경품권 추첨입니다.

준비된 상품이 너무 많아 빈 손으로 돌아 간 분은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도 몇 가지 괜찮은 걸 득뎀합니다.

 

보름달이 떠서 좋은 날.

 

하지만 돌아 오는 길은 상황이 변합니다.

비가 쏟아 붓다 그치다를 반복합디다.

 

이런 날은 조심 운전이 최고.

어쨌든 무사히 귀가.

 

여러분들의 고생과 도움으로 즐거운 명절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부터 교민회는 회비 제도가 생겼습니다.

연회비가 가정 당 2,000밧입니다.

회원증을 발급할 예정인데, 회원증을 제시하는 교민이 교민 사업장을 이용할 때 혜택을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치앙라이에 한인 사업장이라 해 봐야 마사지숍 하나, 한인 식당 네 다섯 곳, 해피시티리조트.

이거 말고 또 있나요?

 

내가 직항이라도 추진을 해서 명절 때 항공권을 경품으로 걸어 볼까나...

 

아무튼 그렇다구요. ㅎ

 

뱀발) 사진은 내 소속이 아닌 게 있으니 다른 곳에 옮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