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한 차례 쏟아진 오후.
추이퐁 구경에 나섰습니다.
바람이 북동풍이라 우리가 비구름을 몰고 간 셈이 되었더군요.
우리가 사는 지역은 활짝 개었는데, 추이퐁 쪽으로 가면서 날이 흐려지더니 비를 만납니다.
비가 와도 좋고, 안 오면 더 좋은 바람의 언덕 추이퐁.
도착하면서 서서히 비가 개니 멋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날이 꾸물 꾸물한 탓인지 사람 수도 적당하고, 바람도 솔솔 부니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딸 같은 처자를 데리고 나들이 온 웨스턴 할배도 가지고 온 사진기로 여기 저기 사진 찍기 빠쁘고.
모델처럼 꾸민 태국 처자도 남자 친구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보챌만한 풍경.
별 생각 없던 나도 은근히 사진이 찍고 싶어지더군요.
이렇게 사람이 사는 세상은 참 예쁜데, 사람이 만들어 가는 세상은 참 한심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개신교의 현 상황이 그러네요.
지금 모습을 보면 십자군 전쟁에 나서기 전 유럽의 교회 모습이 생각납니다.
썩어 냄새 나는 주제에 남을 징벌하겠다고 요란 떠는 것이.
구약의 내용이 그렇게 좋으면 아주 유대교로 돌아 가든지.
돼지 고기도 먹지 말고 선지 국밥도 먹지 말고 낙지나 문어도 먹지 말고.
성경 말씀을 상자에 담아 이마와 손목에 매달고, 귀 밑 머리도 깍지 말고 늘어 뜨리며 등등.
내가 진 죄를 양에게 덤탱이 씌우고 그 양을 광야로 내 보내고.
구약의 안식일은 일요일이 아니고 토요일이니,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아들은 낳자마자 할례를 행할지니.
예수의 사랑은 어디 가고 자기도 지킬 수도 없고 지키지도 않는 율법의 몽둥이를 들고 난리를 떱니다.
오호통재라.
나도 개신교 신자이고 어쩔 수 없이 속한 교단이 있는데, 그 교단이 이상한 짓을 하면 그럴 땐 어쩌죠?
실제로 내가 속한 교단이 한기*라는 단체에 속해 별 이상한 짓을 하곤 했거든요.
저쪽 롸켓맨의 나라처럼 대를 이어 충성하라고 자기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 주는 이상한 짓을 해도 한기*라는 단체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무 소리 하지 않으니 그게 누구를 위한 단체일까요?
아무튼 나는 그런 게 당최 싫은데 말이죠.
그 때도 고민이 많았고 지금도 고민이 많습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말로 표현하는 것은 책임이 따르는 행위가 됩니다.
한참 일부 개신교에서 핫 이슈가 된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겠죠.
한 단체의 집단 의견을 소개합니다.
"한국 기독교계가 보수적인 신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과거에 사용하던 '반공'이라는 기치를 '반동성애'로 전환했습니다."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 - 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에 대한 여성신학자들의 입장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2차 총회의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입장"과 이에 따른 헌법 개정 결의안을 비롯한 각 교단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정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다양성과 차이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이들로서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존재의 다양성과 차이는 사회의 차별과 배제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인간다운 존중을 받지 못한 채 혐오 대상으로 차별과 고통 속에 살았던 죄인들, 과부들, 장애인들, 이방인들, 바로 이들 곁에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습니다. 그는 정결과 부정, 거룩과 세속의 폭력적 경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이름과 율법으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던 이들의 죄악을 하나님의 빛 아래 드러내셨습니다. 그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모든 차별의 장벽을 허물고 참된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 시대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폭력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생명창조 역사의 파트너로 초대받았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소수자들을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거룩의 기준은 교회법이나 교단의 교리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룩의 유일한 기준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 단순하고도 준엄한 명령에 있습니다. 다수의 지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의 이웃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일에 앞장서는 교회는 결코 거룩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 그 가운데서도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으로는 세상과 소통할 수 없으며, '평화'라는 이 시대의 부름에 응답할 수도 없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이번 헌법 개정 결의안을 통해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는 주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교회법이 하나님 사랑의 법과 사역보다 더 우선되지 않음을 강조했던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교회여성들과 여성신학자, 여성목회자들의 분명한 뜻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존중한다.
둘째, 성지향성은 찬성/반대 혹은 옹호/비난의 사안이 아님을 확인한다.
셋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정을 이슈화하여 교권과 보수 정치의 세력을 재생산하려는 모든 시도를 규탄한다.
넷째, 어떠한 사람도 성소수자의 인권과 하나님의 자녀 됨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교회, 교단, 그리고 신학교 내에서 차별받는 것에 반대한다.
다섯째,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성숙한 이해와 진지한 논의를 요청한다.
2017년 9월 28일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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