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 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 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을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모든 사람은 오늘까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어 왔겠죠.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우연한 기회에 오래 된 친구를 만나면서 앞이 아닌 뒤를 돌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역시 추억은 아름답습니다.
모처럼 올라 간 도이파뭅.
바람이 세고 날이 쌀쌀했지만 호쾌한 경치는 여전했어요.
여긴 태국, 저긴 미얀마.
인간들이 그어 논 선에 불과한 국경이지만 그 선이 자유롭게 다니는 걸 막았습니다.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내가 그어 온 선 때문에 막혀 가고 싶었지만 못 가고만 그런 일은 없었을까?
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유란 무엇일까요?
친구와 이틀을 함께 하면서 생각의 폭이 많이 넓어졌네요.
어쨌든 기뻤던 우리 젊은 날을 함께 했습니다.
이 젊은 날의 기억 중 장원은 임예진이 다니던 학교 ‘무학여고를 찾아서’였습니다.
촌놈들의 집단 상경이었죠...
다시 말해도 똑 같습니다.
추억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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