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처 유상수.
인생살이 하다 보면 도처에 고수가 있다는 말이죠.
어디서 나와 굴러 다니 말인지는 몰라도 유홍준님의 책에서 읽고 감동을 받은 말이랍니다.
실제로 많이 경험을 했으니.
고수 또는 상수.
요 며칠 이 말에 딱 어울리는 동갑내기를 만났습니다.
삼 일을 같이 다니며 그의 인생 여정에 대해 들을 때, 당연한 것처럼 남산골 선비 허생이 주인공인 허생전이 생각나더이다.
가정 경제가 어떻게 돌아 가던 글만 읽던 허생이 부인의 바가지에, 글 읽기를 멈추고 돈을 벌러 나와 거부가 되었다는 줄거리의 허생전.
허생전을 읽던 글이 죽은 지혜가 아니고 산 지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드린다면, 내 동갑내기도 그걸 잘 실천한 사람입니다.
거머리를 이용해 미세 접합 수술 성공율을 높인다는 외신 보도를 본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나도 한 때 그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으니까요.
잘 알다시피 거머리는 일단 식사 대상에게 붙으면 피가 굳지 않게 하는 물질을 배출하면서 배를 채우죠.
아픔도 없기 때문에 피를 제공해주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거머리의 그런 성질을 이용하면, 접합 수술 후 피가 순환되지 않아 조직이 괴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수술 성공율을 높일 수가 있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누가 그걸 우리나라에서도 실행에 옮기려는 생각을 했을까요?
그 사람이 내가 이번에 만난 동갑내기입니다.
그 보도를 외국에서 접하고는 그 거머리 요법을 한국 의사에게 소개하고 실제로 환자를 거머리로 치료를 해서 거의 괴사한 피부 조직을 살렸다더군요.
효과가 입증이 되자 거머리 수요가 늘었는데, 그 거머리를 어디서 구할지가 다음 문제였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고수가 많은 법.
카이스트에 거머리 박사님이 계셨고 그 분이 거머리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었대요.
거기서 거머리를 대다가 영국에 치료용 거머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영국에 가서 그 거머리를 수입하여 엄청난 돈을 벌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거머리 납품이 주 산업이 아니고, 그 뒤 의료 부품 사업을 시작하여, 인공 피부, 인공 뼈 등 등 지금은 각광 받는 기업을 이루었습니다.
역시 성공한 사람에게는 다 이유가 있습디다.
외국 살이가 좋은 점이 이런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는 것입니다.
서로 경계할 필요가 없으니 쉽게 서로에게 내 것을 보여 줍니다.
물론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더욱 즐겁습니다.
이 동갑내기 친구도 나와 공통된 관점도 있고 취미도 같아 금방 친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할 수 없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교회가 성 소수자 문제 때문에 위기이고, 또 여기저기에서 얻은 가짜 뉴스를 진리처럼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피곤하지요.
하긴 위기이긴 하더군요.
내 주변의 목사들 가운데, 똑 같은 이야기를 토씨 하나도 다르지 않게 말하는 사람이 많으니.
포용과 사랑의 종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갔는지...
씰다리 없는 논쟁을 피하라.
이기면 상대방을 잃고, 지면 내가 성질이 나느니.
이 말에 충실해서 그런 사람과 쓸데 없는 논쟁을 안 하려 하지만 자리를 피할 수 없을 때가 있으니 그 때는 속에 사리가 생깁니다.
나무아미타불.
도로아미타불.
참아야 하느니.
참아야 하느니.
그러면서 드는 생각.
왜 그러고 사니.
왜 그러고 사니.
아무튼 연말과 연시에 동년배 두 명을 연 이어 만나면서 인생 공부 많이 합니다.
어쩜 그렇게 대조적인 삶을 살아 왔는지...
요즘 여기 치앙라이는 분명히 건기인데,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더 많네요.
여기 저기 이상 기후의 징후가 많이 보이던데, 여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날은 그렇게 춥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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