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8

[치앙라이] 쑤파낫에 대하여

정안군 2018. 3. 20. 17:44

 

 

지난 2월 2일에 오른쪽 팔이 불편한 아이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 이름이 쑤파낫인데, 결과는 내가 그리던 생각대로 되질 않았네요.

이런 경우에는 참 난감합니다.

뭔가가 딱딱 맞아 떨어져 하나님이 인도하셨나 생각했는데 결과는 어긋나 버리는 경우 말이죠.

후천적이면 뭔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는데, 후천적이긴 했지만 치료할 방법이 없다네요.

팔 사진을 찍어 보내고 또 태국의 의사 선생님에게 소견서를 받아 정형외과 의사 친구에게 보냈었고 결과를 얻었습니다.

출산 시 팔 신경에 손상을 입어 연결이 불가능하고 다른 방법도 신통하지 않다고.

 

쑤파낫이 있는 센터의 목사님께서 이런 사정을 우리가 쑤파낫 부모에게 전달해 주면 좋겠다 하셔서 오늘 쑤파낫 아빠를 만났습니다.

쑤파낫은 덩치만 빼 놓고는 아빠 판박이네요.

 

된다고 하면 한국에 데려가 치료를 해 주려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쑤파낫이 공부를 잘 한다니까 팔 쓰는 일 말고 머리 쓰는 일로 먹고 살면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부분을 아시니 다른 쪽에 선물을 주셔서 잘 살 것이다.

이런 말을 아빠에게 전하긴 했는데 영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는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습니다.

쑤파낫이 태어날 때 무슨 일이 있어서 팔이 고장이 날 수 밖에 없었는가?

길에서 낳다네요.

길에서.

어째서 길에서 낳았나요?

대답인즉 아빠는 일을 나갔고 쑤파낫 엄마가 진통을 느껴 외할머니하고 걸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보건소에 가다가 중간에 그만 애를 낳았다는군요.

참고로 쑤파낫이 사는 동네는 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 가야 하는 그야말로 산아래 첫 동네입니다.

지금은 많아 나아졌다 해도 돼지와 개와 닭과 사람이 어울려 함께 사는 마을이죠.

아빠와 할아버지는 마약으로 찌들어 있고, 여자들은 발톱이 다 빠지게 언덕의 밭에서 허리 휘어지게 일하는.

먹을 게 없어서 아이들은 머리에 부스럼이 잔뜩 나있고 체격도 왜소해서 정말 불쌍해서 보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극한 상황은 벗어나서 적어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졌다 하더군요.

 

그럼 태는 누가 자르고 뒷처리는 어떻게 했냐고 하니 그대로 보건소에 가서 처리를 했다고.

그 말을 들으니 참 처절하기도 하기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아마도 그 길에서 낳던 도중에 쑤파낫의 팔을 잘못 건드려 신경이 끊어져서 못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분만할 때 손상을 입었다 하여 의사가 만든 의료 사고인가 했더니 이거야 원.

 

아무튼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도움을 약속해 주셨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쑤파낫이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 한다고 하니 잘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쑤파낫 아빠가 쑤파낫을 위해 기도를 해 달라 부탁을 해서 그렇게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훌륭하게 자라나 가족과 라후 민족과 태국을 위해 귀히 쓰임을 받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 주십사 하고요.

여러분도 우리 쑤파낫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창 이빠지는 시기라서 앞 이빨이 빠진 쑤파낫.

마이뺀라이(괜찮아)

넌 잘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