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8

[치앙라이] 탐 루엉은 지금

정안군 2018. 7. 5. 12:03

 

 

며칠 전 월드컵 축구 이야기보다 더 짜릿한 뉴스가 전 세계를 탔습니다.

10일 정도 치앙라이 매싸이 지구에 있는 탐 루엉(큰 동굴)에 갇혀 있던 축구팀이 영국 탐험가에 의해 생존 사실이 확인된 것인데요.

당연히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기뻐했죠.

기억하기도 조차 싫은 세월호 우리 아이들의 비극이 있었던 한국에서도 이들의 소식은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기쁘기도 하고 한편 찹찹하기도 하고.

아무튼 치앙라이가 이번에 아주 유명해졌네요.

 

생존이 확인된 것은 기쁜 일이긴 하지만 아직 그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 가려면 너무나 힘든 과정이 남아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 가리라 믿습니다.

 

한편 미리 김치국을 마시는 듯한 기분은 드는데요.

오늘 방콕 포스트 기사에 의하면 벌써 전 세계 유명세를 타고 있는 탐 루엉이 있는 국립공원은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모여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군요.

동굴 탐험 코스도 활성화시키고 그 주변의 산악 지역과 호수도 연계해서 자원화한다고.

물론 국립공원 측에서는 이번 사태를 실수로 보고 우기 때의 통제를 더욱 강화한다든지 가이드를 동행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 근처에서 최고의 여행지로 꼽던 파히 마을과 파미 마을의 모습은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고즈녁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돗대기 시장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이 되는군요.

특히 화제가 되었다 하면 금방 중국처럼 정신없게 만드는 유커들.

이들이 몰려들면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에서 지워지는데.

 

또 다른 소식으로는 태국 축구 협회에서 이번에 사고를 당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면 그쪽으로도 길을 열어 준다나 어쩐다나.

이런 건 참 우습네요.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이는 발언이라는.

 

FIFA와 IOC의 회장님들도 아이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아내는 이들이 나오면 월드컵 축구 결승전을 볼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물론 결승전이 벌어질 날까지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긴 하지만요.

 

어른들 말을 안 듣고 굴에 가서 위험에 빠져 부모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조리게 했으니 나오면 모두 궁디 팡팡 두 대씩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서 다행인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잘못한 것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니.

 

지금 굴에서 빼낸 물을 아래로 흘러 보내 자기 논이 침수 피해를 당한 농민들은 끓는 속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있더군요.

물론 국가가 나중에 보상은 해 준다고 하더만 글쎄요.

합심해서 아이 구하기에 나선 모습은 좋았지만 선진국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잖아요.

사고가 나니 모든 사람이 나서서 구출하려는 모양도 좋긴 하지만, 철저한 대비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나지 않는 나라, 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는 국가가 충분히 보상해 주는 나라.

이런 나라가 좋은 나라겠지요.

 

나는 나대로 파히, 파미 마을이 관광객이 넘쳐나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데 걱정이네요.

 

참고로 탐 루엉 바로 위에 있는 마을이 태국에서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적이 있는 파미 아카 마을입니다.

아이들이 사진 찍은 곳은 파미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인데, 나에게 참 많이 익숙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