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
여기는 그냥 평일입니다.
달만 보름달.
추석이 가까이 있어 어젯밤 쟁반 같이 둥근달이 하늘에 떠 있더이다.
명절이지만 멀리 있어 함께 못하는 죄송함으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
여러 차례 응답이 없더니 한참만에 받으십니다.
요즘은 부쩍 알아 듣지를 못하시네요.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해도 돌아오는 답은 뭐? ㅠ
긴 혼자만의 독백 속에 한 마디 물음.
한국에 돌아 올 계획이 없어?
여기가 너무 좋아 아직은 없다 하니.
내가 죽어도 모르겠다 하시네요.
...........
이런 땐 할 말도 없고 참 그렇습니다.
사람은 외로운 존재입니다.
언제나 외롭죠.
아니 외롭다고 느끼죠.
한편, 여기 외로웠지만 외롭지 않았던 친구들이 갇혔던 곳이 있습니다.
탐 루엉.
큰 동굴입니다.
축구 소년과 코치가 갇혔다가 구출된 곳이지요.
그야말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다시 그 곳을 가 봅니다.
이미 유명세를 탄지라 치앙라이에서 관광지로 꾸민다고 한 곳이라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싶었어요.
동굴 갈림길에서 동굴 입구까지는 400m 정도 되는데 걸어서 이동을 해야 합니다.
갈림길 부근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노점이 몇 곳 있네요.
사람도 제법 있고.
달라진 것은 그것 뿐입니다.
전이나 지금이나 예비군복 비슷한 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입구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왜 다른 옷이 아니고 군복일까나.
통일된 옷이 그것 밖에 없어서 그런가요?
동굴 입구까지는 멀지는 않지만 땡볕일 경우에는 꽤 힘들겠더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다행히 해는 나오지 않았지만 무더운 날씨라서 걷기가 쉽지 않았어요.
혹, 다음에 가실 사람은 모자나 양산 필수.
중간에는 배수를 위해 설치했던 배수구 흔적이 유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것말고는 주변 경치도 다른 곳과 다르지 않습니다.
동굴 입구.
달라진 것은 동굴 입구를 막아 놓은 것 말고는 없어 보입니다.
관광지로 만든다매...
한창 구조 작업이 진행될 때 부모들이 열심히 빌었던 신당이 동굴 바로 옆에 있네요.
그냥 우리나라 서낭당 같은 토속 신앙의 신당입니다.
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여자같은 남자인지 잘 구별은 안 가지만 싱글은 아닙니다.
열심히(?) 빈 덕에 신들의 보살핌으로 나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직도 향을 피고 비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여러 사람들이 빌고 있어서 사진 찍기도 힘이 들더군요.
지구 방위대가 출동하여 현대 과학의 기술로 구출했는데, 정신 세계는 신들의 영역인가요?
뭔가 변했을 것 같은 기분으로 갔는데, 변한 게 없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더 좋을 듯 해요.
인위적으로 이것 저것 설치하고 그러면 본래의 모습이 사라지니.
태국인 지인 가족이 가고 싶다 해서 다시 가게 되었는데, 그 가족들은 엄청 좋아 하네요.
한국인인 내가 태국인을 안내해서 다니는 게 좀 이상한 코드지만 어쩌겠어요.
동굴 주변은 그대로 두더라도 대로에서 집입하는 길이나 주차장은 좀 손보고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길 상태가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주차장은 없구요.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언론과의 접촉을 못하게 한다 해서 조용히 묻히고 있는 대박 사건.
무국적이었던 코치와 미얀마 난민 출신 소년은 시민권을 조용히 받았고 조용히 그들의 생활로 돌아 갔습니다.
유명한 곳이 되었으니 관광 자원으로 꾸미겠다는 말이 있어 변화했거니 하고 왔는데 변한 곳이 없는 곳.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쏭달쏭한 곳이었습니다.
그대로 잊혀져 모두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지워지게 될지 아니면 유명세를 탄 곳 답게 거창한(?) 곳으로 바뀔지도 알쏭달쏭.
그야말로 알쏭달쏭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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