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개
물방개는 어린 아이들 - 특히 도심지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하늘뿔소나 매미와 마찬가지로 꽤 인기가 있는 곤충이다.
봄에서 여름 한동안, 국민학교 문 앞이나 담 옆에는 이 물방개를 잡아다 파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을 흔히 본다.
약봉지만큼씩 한 비닐봉지에다 물과 함께 한 마리씩 넣어가지고 오원씩을 받는 모양이다. 꽤 팔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물방개 딱 한 마리를 가지고 아이놈들의 동전푼을 노리는, 좀 점잖지 못한 오락도 있다.
즉 큰 함석대야에다 성냥곽만큼 한 칸을 갈라놓고 그 칸마다에 1 2 3 4 5로 번호가 적혀있다.
이 번호에 따라 상품이 마련돼 있는데, 물론 1번이 제일 좋다. 좋대야 십 원짜리 캬라멜이 한 곽 정도고, 끝번인 10번쯤에는 겨우 비가가 아니면 눈깔사탕이 한 개다.
오 원을 내면 방개가 든 조그만 국자를 내준다.
이 조그만 국자를 적당한 위치에서 대야 복판에 쏟아 방개를 떨어뜨린다. 높은데서 떨어진 방개는 한동안 어리둥절하다가 변두리 간 막이로 설금설금 헤어간다.
방개가 들어가는 칸에 따라 상품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이놈들은 방개의 거동을 침을 삼키고 지켜본다.
그러나 방개는 아이놈들이 바라는 좋은 번호에는 좀체로 들어가 주지를 않는다.
어떤 아이놈은 방개를 받아가지고 꼭 1번에 들어가라고(방개가 말을 알아듣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타이르고는 방개 머리를 1번 쪽으로 돌려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방개 놈은 수은 같은 물방귀만 뀌고 서물서물하다가는 엉뚱한 데로 들어가버린다.
눈깔사탕 한두 개를 받은 아이놈은 잔뜩 원망스런 눈초리로 한동안 방개를 지켜 보다가 사탕을 와자작 깨물면서
“할아버지?”
“왜… ”
“이 방개 더듬이 있어요?”
“더듬이가 뭔데!”
“더듬이도 몰라요? 이거 … ”
하고 아이놈은 이마에다 두 손가락으로 V자형을 해 보인다.
“응 귀 말인가?”
“귀 말고 이거요, 더듬이 … ”
“응, 뿔 말이군. 그런 거 없어 … ”
“뿔 아니고 더듬이라니까요”
“그럼 수염인가?”
“허 참? 더듬이는 몰라요, 할아버지?”
“수염 말고 그런 더듬이도 없어!”
“ 체, 더듬이도 없는 방개 엉터리야!”
하고 일어서 버리면 또 딴 놈이 덤벼든다.
어쩌다 보면 방개란 놈 신통하게 1번 쪽으로 무슨 볼일이나 있듯 다가가다가도 바로 코 앞에서 그만 방향을 바꿔버리고 만다.
또 10번과 1번 바로 한중간인 간막이에 붙어버리는 때도 있다.
이런 때 몸이 달기는 할아버지나 아이놈이나 꼭 같다.
할아버지로 봐서는 이미 그림의 물감이 바래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십 원짜리 캬라멜 한 곽이 왔다갔다 하는 판이니 그럴 수밖에 없고, 또 아이놈을 봐서도 한 곽이냐 사탕이 단 한 개냐 - 하는 판이니 역시 몸이 달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방개는 그런 것 내 아랑곳 없다는 듯 꿈쩍할 염도 않는다. 종일 다이빙을 하다 보니 지쳐서 한잠 낮잠이라도 잘 작정인지 모른다.
결국 할아버지가,
“다시 해?”
“ … ”
아이놈은 사뭇 망설이기만 한다.
할아버지로서는 한 놈을 상대로 오래 시간을 먹이면 결국 손해다. 그래서 또,
“어떻게, 다시 하지?”
아이놈은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은 사탕 한두 개를 받아가지고 또래들과 돌아가면서.
“저 할아버지 응, 방개하고 짜고 한다. 너!”
“방개하고 어떻게 짜냐?”
“가르친대!”
“정말?”
“그럼, 새도 가르치면 점친다. 너!”
“아냐. 육학년 동수 형이 그러는데, 나쁜 번호에만 방개가 좋아하는 약을 칠해둔대”
“정말?”
“그럼, 그래서 꼭 나쁜 번호에만 들어가잖아!”
오영수 지음. 1966년 53세때 발표한 『수변춘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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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이면 내가 국민학교 3학년 시절.
위 글은 내가 겪은 비슷한 시절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그 당시 모습이 떠 오릅니다.
소풍이나 가야 받았던 귀한 용돈으로 큰 맘 먹고 도전했던 방개 놀이.
잘 해서 막사이다 한 병 걸리면 하고요.
하지만 매 번 꽝.
우리끼리는 방개가 제일 깊은 곳을 찾아 가는 습성이 있고 주인이 그걸 이용할거라는 추측을 하곤 했었죠.
제일 싸구리쪽으로 경사를 두어서리.
물론 믿거나 말거나.
그 흔했던 방개가 지금은 천연기념물이라네요.
아,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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