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8코스를 이어서 걷습니다.
오늘 걸어야 할 길들.
옛성길 일부.
평창마을길
명상길
솔샘길
흰구름길
순례길
소나무숲길 일부.
무지 많네요.
대충 네 다섯 시간 예상을 합니다.
그런데 일기예보에 의하면 비가 온다네요.
오후 시작 무렵부터.
봄비는 조용히 내리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무시하고 소지품에 우산만 쁘라스.
지난 번에 마쳤던 구기동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삼성출판박물관이라는 건물이 시작점입니다.
말 뜻을 잃은 옛성길은 곧 끝나고 전심사 앞까지는 구불구불 골목길인데 바로 세상이 바뀝니다.
평창마을길이 시작되는데요.
이런 동네가 있구나 싶은 곳입니다.
먼저 이곳을 지난 분의 글에 의하면 이런 특징이 있답니다.
노~~~~~~픈 담장.
그리고 인적은 없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곳.
서울에 살아도 강 남쪽에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던데 과연 이 동네 사는 강 북쪽 사람도 강 남쪽 사람을 부러워할까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지는 없습니다.
북한산 경사지에 집을 지어 모두 경사진 곳이니 시원찮은 차들은 올라오기나 할까 싶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급 외제 승용차가 태국 길거리 개만큼이나 흔했습니다.
이럴수가 했더니 껌딱지만 붙어도 못 간다는 티코도 있긴 하더군요.
과연 누가 타고 왔을까 그게 더 궁금했습니다.
가끔 기도원도 있고 절도 보이지만 거의 다가 엄청 무시한 저택들.
그런데 그렇게 부럽지만은 않더이다.
그렇게 높은 담으로 둘러 봐야 얼마를 안에 담겠어요.
내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자연에 비하면 개미발의 무좀이겠죠.
구불구불 동네길을 걷는데 드디어 비가 조금씩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합니다.
신기하고 이상한 동네 평창동을 빠져 나오면 명상길 구간이 시작됩니다.
명상길은 형제봉 입구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비로소 숲길이 시작되지요.
역시 숲속에 드니 좋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용을 쓴들 자연 앞에 서면 한갖 티끌이죠.
둘레길은 닭발을 가로지르는 느낌이 드는 길입니다.
산 능선이 닭발처럼 펼쳐져 있고 길이 그 닭발을 가로질러 이어진 듯한.
그러니 능선길이 나오고 조금 지나면 골짜기에 만들어진 인간 세상, 다시 능선.
이런 식입니다.
명상길에서 명상을 많이 했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비 때문에 주변이 보이지 않은 기억만 있네요.
제법 길었던 명상길이 끝나면 솔샘길입니다.
그 시작점 부근에 두 번에 나눠한다고 생각했을 때 끊기로 생각했던 정릉초등학교를 지나네요.
종로에서 성북구로 넘어 왔나 봅니다.
솔샘길은 솔샘에서 따왔겠군요.
이름만큼이나 예쁜 솔샘 공원도 있네요.
솔샘길은 얼마 안 있어 흰구름길로 바뀝니다.
구름전망대.
빨래골.
화계사.
화계동은 이름은 화계사에서 나왔겠네요.
이름처럼 예쁜 계곡에 자리했겠네요.
지금도 좋긴하지만 옛날 인적이 없을 때는 얼마나 좋았을지.
흰구름은 없고 비만 오락가락하던 길.
그 길이 끝나면 둘레길 8코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순례길입니다.
이 순례길 주변에는 애국지사들의 묘가 이곳 저곳에 많이 있습니다.
역사책에서 만났던 인물들을 다시 만납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가 한참이지만 아직도 청산이 안 된 일제 강점기 시대 꿀빨고 살던 인간들의 후손들의 저항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조용히 국립 학교에서 수양 중인 일본군 장교출신 아버지를 둔 박그네를 위시하여 수구적인 태도로 온갖 잡소리를 해대는 좃선과 똥아의 망나니 자식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준 열사의 묘원 입구의 홍살문이 인상적이네요.
애국 지사 묘역이 있고 그리고 보광사라는 큰 절을 스쳐 지나면 바로 국립 419 민주 묘지가 발 아래로 펼쳐집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되살아 피어나리라.
처음 만나는 민주 묘지를 보면서 자세를 가다듬고 잠시 묵념.
이 부근의 둘레길은 원래 보광사 소유인데 둘레길 순방객들을 위해 길을 내주었다네요.
둘레길을 걷다 보면 내 꺼니 절대 들어올 생각 말라고 높은 담은 세운 곳이 많았는데 이런 표지판을 보니 참 새롭네요.
이게 무소유 삶을 추구하는 종교의 모습인데.
내려 오면 오늘의 목표점 솔밭근린공원입니다.
이 공원을 지나는 길이 소나무숲길 구간이네요.
소나무가 많나 봅니다.
큰 길이 옆을 지나니 일단 여기서 끊기로 합니다.
꼬박 4시간을 걸었습니다.
비가 갈수록 강도가 세어졌지만 봄비답게 사납게 내리지 않았고 그것도 계속 내리지 않고 가끔씩 내려 걷기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중간에 청국장을 하는 식당이 있어 들어가서 먹을까 하다가 걷기에 무리가 갈까 하여 건너 뛰었더니 그 다음엔 마땅한 곳이 없어 제대로 밥을 못 먹고 대충 빵으로 때워 뱃속에서 난리를 떤 날이기도 했네요.
이제 한 번만 더 출동하면 둘레길이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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