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9

[치앙라이] 매싸롱의 불탑

정안군 2019. 11. 18. 10:58

 

 

 

 

 

도이 매싸롱 마을이 발 아래로 펼쳐지는 언덕에 불탑이 서 있습니다.

마을에서 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황금색으로 빛을 발하는 바로 그 탑입니다.

불탑으로 가는 찻길도 있지만 어지간한 차로는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언덕길이 이어집니다.

이 길 따라 걸어가는 건 미친 짓.

 

걸으려면 왓 산티키리(산티키리 절)에서 지름길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급경사 오르막이라 좀 힘든 길이지만 오르면 경치가 그 보상을 하지요.

할 일 없이 계단 숫자를 세어 본 사람에 의하면 그 계단 수는 719단이라 합니다.

 

불탑의 정식 이름은 프라 보로마탓 체디(Phra Boromsthat Chedi)로 현 태국 국왕의 할머니였던 분을 기려 세운 탑이 되겠습니다.

그 할머니 이름은 스리나가린드라(Srinakarintra)

흔히 매파루엉(Mae Fah Luang)이라 부르는 분인데, 이 치앙라이 근처에서는 흔히 듣는 이름입니다.

공항, 정원과 대학 그리고 동네 이름까지.

도이뚱 기슭에 정원을 만들고 그 근처의 소수 민족을 위해 많은 헌신을 하신 분이라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도이매싸롱 지역은 소수 민족 중 하나인 아카족 밀집 거주 지역이였습니다.

거의 원시인들 수준으로 조용하게 살던 이들에게 엄청난 외부 충격이 가해집니다.

외부 간섭 없이 자치적으로 조용하게 살던 터라 그들을 손아귀에 넣어 세력권 안으로 넣고 싶었던 태국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

이 고분고분하지 않던 소수 민족을 토벌하기 위해 태국 군부는 중국 운남성에서 밀려 난 국민당 일파를 끌어 들여 토벌군으로 삼았고 그 군자금을 아편을 생산해서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CIA도 뒷배로 등장합니다.

일부 자료를 보면 공산당 토벌을 위해 이들을 이용했다 하는데, 사실 공산당이라기 보다는 태국 군부의 간섭을 받기 싫어 했던 소수 민족에게 이런 누명을 씌운 셈입니다.

 

이 국민당 일파 중 쿤사라는 사람이 있어 이 지역의 통치자로 한참을 군림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 시절이 골든 트라이앵글 어쩌고 하며 아편이 주 수입원이던.

지금은 양귀비는 너무 귀하신 몸이 되었고 필로폰이 이를 대신하여 말썽을 피우죠.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필요가 없는 법.

태국 정부는 골치 아픈 이 무장 세력 국민당 일파를 대만 정부에게 데리고 가라 했으나 일부만 건너 가고 현지인과 결혼한 사람들은 아무 연고도 없는 대만에 가려고 하지 않고 잔류를 선택합니다.

이들은 태국 정부와 긴 협상 끝에 총을 내려 놓는 대신에 태국 시민권을 받게 됩니다.

그 후 매싸롱이란 마을 이름은 평화의 언덕이라는 ‘산티키리’로 새 이름을 얻었으나 산티키리로 불리는 일은 거의 없고 그냥 매싸롱으로 불리게 되지요.

그게 지금까지 이릅니다.

 

매싸롱에 오면 한 번쯤은 불탑이 있는 언덕에 올라 가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건기의 초기인 10월에서 12월은 강추입니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자욱한 우기에는 힘이 남는 분에게만 추천합니다.

 

불탑 옆에는 란나 형식이 아니고 태국 중남부 건물 형태인 프린세스 마더 홀이 자리 하고 있습니다.

외관은 절처럼 생겼으나 안에는 어떤 종교적 상징물은 없습니다.

 

불탑 옆에는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의심스러운 카페가 하나 있는데 가격은 아랫 마을보다 살짝 비싸지만 거기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 좋습니다.

멀리 도이뚱 정원 뒷쪽으로 가장 높은 산인 도이창뭅이 아스라히 보입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곳은 여러 소수 민족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멋진 풍경에만 눈을 고정하지 말고 각자의 많은 사연을 품고 살아 왔고 살아 갈 그들의 거친 삶의 여정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겠죠.

 

체디 안에는 전 태국 국왕의 뼈 조각 일부가 안치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실제 안에 들어 가서 보니 그런 흔적은 없었습니다.

더 확인을 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