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과학이어야 하는데 물과 같아서 좀 설쳤네요.
역시 완벽한 잠자리는 마이 홈이라는.
이른 아침에 베란다로 나가는 문에 쳐진 커튼을 걷으니.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무채색의 향연이 펼쳐 있네요.
문을 열고 나서니 상큼한 공기가 코 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런 공기만 마셔도 건강이 극강이 되겠다.
서서히 날이 밝아 오며 무채색의 세계에서 유채색의 세계로 들어 옵니다.
식사 후 예정된 인레 호수 투어에 나섭니다.
준비된 배는 무소음이라던데 확실히 소음이 적네요.
그 대신 가격은 귀청 나가는 모터를 탄 배에 비해 많이 비쌉니다.
그래도 몸 생각해서 무소음 선택이 현명해 보입니다.
넓은 호수를 가로 지르면 속이 확 뚫리지요.
일정은 옛날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다 전과 동일한데 방문지가 좀 더 돈 냄새를 더 풍기게 되었다는 점.
생활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랐으면 좋을 텐데 그 하부 구조에서 일하는 직공들은 아직도 밑바닥 생활에서 벗어나질 못했을 겁니다.
보통 파동족이라고 부르는 파다웅 족 목 긴 여인의 방문과 인레 어부가 고기 잡는 사람에서 모델로 바뀐 현실은 여러 가지로 슬픈 사연이더이다.
어느 지점에 오니 모델로 변한 전직 어부는 온갖 포즈를 다 취하여 주더군요.
고기 잡는 수입보다 나을지 몰라도 영 서글픈 광경이.
그 놈의 돈이 뭔지.
나는 그런 건 안 찍을란다.
아무튼 이런 저런 잡음도 있었지만 좋은 날씨 덕에 잘 마쳤습니다.
좀 서운한 것은 그전에는 투어 중에 점심 식사를 맛있게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영 맛이 형편없네요.
내 입맛이 변했을 테지요?
호수 투어를 끝내고 정말 신나는 홀로 자전거 투어에 나섭니다.
호수 투어는 의무 방어전, 자전거 타기는 내 취미 생활.
날라갈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호수 주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는 평면 TV 화면 같아 자전거 타기에 환상입니다.
역시 내 사랑 자전거 타기.
동네 꼬마들도 타고 서양인은 남녀노소 총 망라해서 타고.
현지인말고 동양인은 나만 자전거를 타는 듯.
낭쉐까지 대략 13km, 왕복이면 26 km.
그 정도는 껌이죠.
사탕수수가 많이 심어져 있는 들을 따라 이어진 길을 달려 일단은 낭쉐까지.
먹을 만한 게 있으면 좀 사오려고 했는데, 살 게 없습니다.
기껏 산 것은 길거리 아줌마가 파는 대통밥.
넉넉하게 가격을 부른 것을 아줌마에게 딸린 식구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3개를 사서 가지고 옵니다.
역시 태국이 거리 음식의 천국이네요.
돌아 오는 중에 눈에 들어 온 태극기.
그 주인공을 찾아 한 건물에 들어 가 봅니다.
역시 한국 선교사가 있네요.
우리나라는 외교부보다 각국에 주재하는 선교사들 망을 구성하면 엄청난 파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한국 선교사가 없는 나라가 있을까 싶어요.
갑자기 이들 선교사들을 통하여 해외로 나가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집니다.
오늘 탄 자전거는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한 것인데 일제입니다.
흔히 마마상 전용 자전거라 부르는.
그런데 동네 꼬마들이 타는 자전거도 거의 같은 종류네요.
그러니까 어마 어마한 일제 중고 자전거가 미얀마로 넘어 왔습니다.
그덕에 이제 여기도 이제 걸어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네요.
아이들과 서양인 관광객은 자전거, 승용차까지 능력이 안 되는 성인은 중국제 오토바이.
차량도 많아지고 오토바이도 많아지고 자전거도 많아지고 이게 미얀마의 현재입니다.
얼마나 힘이 넘쳐 자전거를 탄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미소만.
속으로는 여기 와서 유일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다오. ㅎ
역시 아무리 좋은 절경도 자꾸 오고 보면 감동이 적은 게 맞네요.
자전거가 그 허전함을 매꿔 주었어요.
그래서 좋았던 날.
인레에게는 미안하지만 인제 인레는 그만 오고 싶어요.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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