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아침 햇살을 머금고 살짝 붉은 빛을 띠고 있었어요.
그 구름이 다시 호수에 잠겨서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이쁜 인레는 역시 예쁜 짓만 하는군요.
이런 노래가 있었죠.
호수에 잠긴 달은 당신의 고운 얼굴.
잊으려고 애쓰던...
호수에 담긴 것은 달이든 구름이든 모두 예쁘네요.
오늘 아침에 베란다에서 바라 본 풍경이었습니다.
다시 치앙라이로 돌아 가는 날입니다.
짧았지만 크게 아쉬움은 없네요.
인연이 있으면 또 올 날이 있겠죠.
이게 무엇에 크게 억매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저 물 흐르는대로.
여기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네요.
전에 왔었을 때도 깨끗했던 호수 안팍은 지금도 전반적으로 깨끗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토록 깨끗하게 유지해 준 이 지역 주민들이 퍽 위대해 보이는군요.
나라의 경제력이 큰 나라는 환경 쪽에 신경을 쓸 힘이 있지만 경재력이 약한 나라는 이게 쉽지 않거든요.
이 인레 호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인따 족입니다.
불심이 깊고 착한 민족이지요.
고마움을 전하며 다시 만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호텔에서 마련한 택시로 공항으로 갑니다.
가격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40,000짯.
어제 자전거로 돌아 보았던 길을 따라 이동을 합니다.
오늘도 창밖으로는 수확을 기다리는 사탕수수들이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대략 40분이 걸려 헤호 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 앞은 무척 혼잡하네요.
많은 여행객이 오는 모양입니다.
여기도 공항 구내는 아무나 못 들어갑니다.
대단한 공항이지만 우리는 쉽게 들어 갈 수 있어요.
이 나라 사람과 모습이 다른 얼굴이 신분 증명이겠지요.
출발 1 시간 30분 전쯤 도착했는데 1 시간이 늦어진다는군요.
헤호에 머무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습니다.
공항 대기실에서 화장실을 가 보니 옛날 추억의 냄새가 가득하네요.
버스 정류장에서 나던 바로 그 냄새.
진한 암모니아의 향기.
역시 변한 듯 변하지 않는 미얀마.
한참을 기다리니 엄청난 광음을 내며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을 합니다.
언젠가 2 차 대전 영화에서 본 비행장 풍경 같기도.
요즘 다른 나라에서는 정말 볼 수 없는 공항 풍경이 눈 앞에 있어요.
도착하면 간단하게 사람들이 내리고 우리는 타고.
우린 맨 앞자리입니다.
그 중 나는 비상구 옆이라서 승무원은 규정에 있는지 나에게 의무 사항을 고지를 합니다.
비상 시에는 어쩌고 저쩌고.
억지로 하는 티가 나네요.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날라 타칠렉에 도착합니다.
도착장으로 들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민국 직원이 일일히 신분을 파악하는데 외국인은 더 까다롭습니다.
우리 먼저 서 있던 이탈리아 친구는 오늘 밤 잘 호텔 정보가 없다고 대기.
다혈질인 이탈리아 사람답게 식식거리고 난리입니다.
또 앞선 중국인들은 짐을 샅샅이 뒤집니다.
우리는 어땠을까요.
코리아?
우리는 무비자야.
OK
그런데 호텔은?
우리는 태국으로 갈거야.
OK
쉽게 끝납니다.
일일히 모든 외국인 여권을 핸드폰으로 찍긴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게 왜 필요할까나.
궁금하지만 니들이 알아서 하시라고.
나는 간다네.
국경으로 가야 하는데.
택시는 무조건 일 인당 100밧이라고 기사들이 우깁니다.
웃기지 말고 우리 4명 몽땅 해서 200밧에 가자고 하니 그 친구들이 웃기지 말라네요.
오기로 썽태우에게 물어 보니 300밧.
안 가, 싫어.
더 깍아 볼려고 공항 입구까지 걸어 가는 척을 하려 했는데 안 잡네요.
잉?
이러면 이상한 장면이 되는데.
굽힐 수는 없어 그냥 걷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승용차가 있어 세우고 보니 비행기를 우리랑 함께 타고 온 스님을 태운 차이었어요.
우리를 태워 줄 수 있냐고 하니 좋다네요.
그러면서 옆 자리에 앉은 스님도 내리는데 뒷 자리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우리 네 명이 도저히 탈 수 없을 듯 했는데 기사는 뒷자리를 펴면 된다고.
그러면서 스님과 뒷자리 앉은 친구가 그리로 간다고.
에이.
어찌 그렇게 하겠습니까?
마침 이탈리아 친구를 태우고 나오는 썽태우가 200밧에 해 준다고 해서 그 승용차 기사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헤어집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여행객을 접촉하는 사람들은 예외.
다시 국경 근처 로터리에서 내려 이동을 합니다.
꽁을 씹어 입 안이 벌건 직원이 출국 심사를 처리해 줍니다.
좋았던 인상이 다시 반대로 변합니다.
역시 미얀마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오늘은 출입국 심사를 받는 사람들이 많네요.
태국 입국 심사장으로 갑니다.
요즘 화제로 뜬 은퇴비자 소유자에게 365일이 아닌 90일을 줄까 걱정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별 일 없이 다시 365일을 받습니다.
태국에 오니 공기도 달라집니다.
미얀마, 참 거칠고 힘든 곳이네요.
돌아 온 기념으로 중국 식당으로 가서 접시까지 핥아 먹을 기세로 먹어 치웁니다.
어매, 좋은 거.
짧지만 오랜 기억이 살아 있던 인레 나들이는 이걸로 끝납니다.
또 갈 일이 일을까나?
이번 여행에 대해 몇 가지 중요 사항 다시 체크.
1. 타칠렉 - 헤호 간 비행기 표는 그냥 우리나라 비행기표 구입처에서 구입하는 게 좋겠구요.
표를 살 양이 많은 경우만 직접 타칠렉 공항으로 가는 것 추천.
2. 국경에서 공항까지는 일 인당 100밧, 5000짯이 지네들이 정한 원칙입니다.
당연하지만 배짱을 부리면 싸집니다.
3. 타칠렉 공항에서 이민국 직원 체크할 때 설사 타칠렉에서 잘 계획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냥 태국으로 간다고 할 것.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세요.
4. 은퇴 비자를 받고 매싸이로 태국에 입국할 때 현재까지는 아무 이유나 토를 달지 않고 365일 줍니다.
언제 바뀔지는 또는 그냥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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