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충주] 컴 백 투 충주

정안군 2020. 3. 13. 18:13

 

치앙라이에서 올 겨울을 지내면서 더 이상 치앙라이 찬가를 부르기에는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

그 이유가 나빠진 태국 환율도 한 요인이지만 더 안 좋게 작용한 것이 공기의 질이다.

치앙라이의 매력 중 하나가 찬란한 하늘색이었는데 올 겨울에는 그 하늘색을 제대로 느낄 날이 없었다.

뿌연 하늘과 더 뿌연한 주변 경치.

요즘 한국에나 있을 법한 풍경이 치앙라이에도 있다니.

 

치앙라이 예찬론자이어서 어지간하면 다른 핑게를 대고 미세먼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뿌연 환경에 매쾌한 냄새까지 섞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코로나 19 때문에 요지경이니 되도록 귀국을 미루라는 한국에 사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그냥 한국으로 돌아 오기로 했다.

더 이상 치앙라이를 즐기기에는 나에게 이제 더 이상 매력이 없어졌다.

 

다만 점점 매력을 다가 오게 된 요가가 아쉬움으로 남긴 하다.

쫑 파티 때 요가 연습장에선 늘 크게 생각했던 크루(선생) 노가 작고 아담한 여인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역시 선생님은 누구든 크게 느껴 진 사실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여우가 속에 세 마리 쯤 들어 있는 크루 노.

보고 싶을 것이다.

 

돌아갈 비행편이 취소되어 다른 편을 구하면서 갈등이 좀 있었지만 어쨌든 결론은 귀국.

자전거까지 포장했지만 짐이 너무 많아 마지막에 이건 포기한다.

 

타이스마일로 타이항공과 연결하여 치앙라이에서 출국 심사를 했다.

이마에 열감지 총을 맞는 것으로 코로나와의 씨름이 시작된다.

 

출국장은 한산하였으나 비행기 안은 제법 사람이 많았다.

국내선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

 

모두들 마스크를 하고 있었으나 우리는 그런 것 무시하기로.

 

수안나품 공항에서 환승할 때도 열 체크는 기본이나 한국 사람은 특별 대상이었다.

따로 열을 재고는 여권에 이상없다는 표를 부쳐 준다는.

한국 외에 다른 국가 일곱은 덤.

잘 한다.

 

밤 비행기 두 편을 한 편으로 몰아 넣은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다.

의외로 한국인도 많고 태국인도 많았다.

승무원도 마스크, 승객도 거의 마스크.

내 앞 자리의 서양인과 우리만 안 했다.

그래도 뭐라는 사람은 없더라.

 

새벽의 인천 공항은 한산하긴 했지만 사람이 아주 없진 않았다.

하지만 공항 활주로 주변은 거대한 비행기 주차장이었다.

갈 곳을 잃은 비행기들이 많다는 증거.

 

짐을 찾으며 주변을 둘러 보니 마스크 안 한 사람은 우리 밖에 없다.

마스크 사기 힘들다매?

사기 힘들다는 마스크를 안 한 사람은 전혀 없다.

여기서도 우리만 마스크 안 한 사람.

 

어쨌든 내 나라에 오니 마음은 홀가분했다.

 

하지만 상황이 우습게 바뀐다.

충주 버스편을 알아 보고 온 아내가 오전에는 없고 오후 3시 40분에 있다고.

그 전은 매진이여 하고 물으니 버스가 취소되었단다.

손님이 없어서리.

이거야.

짐만 적으면 강남에 가면 되지만 보따리가 여섯 개인 우리는 대략 난감.

 

강남 행 도착지가 경부선인지 호남선인지 물어 보니 창구에서는 모른다고.

호남선이면 몰라도 경부선이면 충주 행이 있는 호남선으로 이동하는 건 미션 임파셔블.

그럼 동서울로 갈까?

거기도 만만찮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만만하게 떠 오르는 곳이 원주.

거기는 괜찮겠다 싶어 시간표를 알아 보니 바로 있었다.

해서 예정에 없던 원주 행.

그런데 이게 김포 공항과 문막을 경유하더라고.

그래서 애로사항이 많다는 기사의 덕두리.

손님은 네 명.

김포 공항에서 한 명이 더 탔는데 문막에서 내리는 손님이라고 다시 투털대는 기사.

아무튼 김포 공항도 거치고 문막도 거치고 해서 원주에 도착했다.

 

한 세 시간 걸릴까 했더니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오늘은 빨리 온 거란다.

오자마자 충주 버스가 연결되어 정신 없이 바꿔 탔다.

충주 가는 손님은 마찬가지로 다섯 명.

우리 빼고는 모두 마스크.

마스크 구하기 힘들다매?

 

아무튼 충주에 오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다.

 

택시를 타려니 짐을 다 못 싣는다고 한 소리.

할 수 없이 두 대로 나눠 타고 집으로 가는데 아파트 생각이 안 났다.

기사에게 꽤 혼나며 도착하니 이게 뭔가 싶다.

 

버스 기사나 택시 기사나 한 소리로 요즘 상황을 평한다.

육이오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고.

그나마 간간히 운항하는 공항 버스 편도 곧 끊어진다 하니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서러움은 더해질 듯.

 

아침에 썰렁하고 낮에 좀 따뜻해서 요즘 이런가 했더니 꽃샘 추위가 시작된단다.

그래도 썰렁한 태국 집보다 한국 집은 난방이 잘 되어 있으니 추위 걱정 같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제 한국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 시작되었다.

오지 말라는 태국은 당분간 ‘아웃 오브 마인드’

이 말은 마스크가 없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가 지배하는 한국에게서 살아가기로 했다는 말이다.

 

그러던 말던 나는 마스크가 없어도, 안 해도 괜찮다는 생각대로 살기로 한다.

그래도 눈치가 보이니 나름 자가 격리 생활을 즐기면서리.

 

아무튼 내 나라로 돌아 왔다.

역시 내 나라가 좋다.

코로나 대응을 보더라도 확실히 우리나라 같은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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