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충주] 태풍급 바람 분 날

정안군 2020. 4. 21. 16:57

 

 

 

 

 

 

어제 비가 오고는 다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이런 날은 몸이 알아서 남산에 가진다.

 

그런데 오늘은 부는 바람이 태풍이다.

얼마나 바람이 센지.

능선에 서면 날아 갈 듯 하는데 그래도 숲에 들면 괜찮다.

아무리 요란해도 바람 반대편 언덕 아래는 고요.

 

그리고 날이 꽤 추웠다.

손이 시릴 정도.

올 봄은 유난히 찬 날이 많다.

 

아내는 어디서 듣고 왔는지 올 해는 윤달이 있어 그렇단다.

윤사월이라고.

 

윤사월이라.

머리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윤사월’이란 시가 떠올랐다.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한 바탕 외웠더니 누구 시냐고 묻는다.

김소월이던가?

 

나중에 생각이 났는데 나무 달님 시였다.

박목월.

 

김소월 시는 이 ‘금잔디’라는 시가 있었다.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이런 시들은 아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나 보다.

그러고 보니 소월과 목월님의 두 시는 봄에 대한 시다.

 

아무리 바람이 불고 날이 차도 봄이 오는 건 막을 수 없다.

이것이 세월의 힘이다.

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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