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오고는 다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이런 날은 몸이 알아서 남산에 가진다.
그런데 오늘은 부는 바람이 태풍이다.
얼마나 바람이 센지.
능선에 서면 날아 갈 듯 하는데 그래도 숲에 들면 괜찮다.
아무리 요란해도 바람 반대편 언덕 아래는 고요.
그리고 날이 꽤 추웠다.
손이 시릴 정도.
올 봄은 유난히 찬 날이 많다.
아내는 어디서 듣고 왔는지 올 해는 윤달이 있어 그렇단다.
윤사월이라고.
윤사월이라.
머리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윤사월’이란 시가 떠올랐다.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한 바탕 외웠더니 누구 시냐고 묻는다.
김소월이던가?
나중에 생각이 났는데 나무 달님 시였다.
박목월.
김소월 시는 이 ‘금잔디’라는 시가 있었다.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이런 시들은 아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나 보다.
그러고 보니 소월과 목월님의 두 시는 봄에 대한 시다.
아무리 바람이 불고 날이 차도 봄이 오는 건 막을 수 없다.
이것이 세월의 힘이다.
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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