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충주] 진의실재를 넘어

정안군 2020. 4. 27. 18:30

 

 

 

 

 

 

 

현직에 있던 시절.

날이 좋은 날은 퇴근하고 나서는 내 애마를 타고 속도를 즐기곤 했다.

봄에서 여름은 낮이 기니 시간이 좀 걸리는 충주 시내 한 바퀴.

가을이 되어 일찍 밤이 찾아 오는 때가 되면 일단 마즈막재를 올라 남산 중턱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가 진의실재를 마저 오르고 돌아 오곤 했다.

이렇게 하면 대략 한 시간이 걸렸다.

진의실재 오르는 길은 비포장이라서 제법 산악자전거 타는 맛도 즐길 수 있었지.

 

그리고 치앙라이에서 생활할 때는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거기서 자전거를 탔다.

그 애마 내 자전거가 지금 치앙라이에 있다.

가져 오려 했으나 짐이 초과되어 가지고 올 수 없었다.

자전거가 내 곁에 없으니 많이 아쉽다.

없으니 걷는다.

 

거의 매일 남산만 오르다가 진의실재가 생각났다.

집에서부터 걸으면 너무 머니 마즈막재에서 걸으면 얼마나 될까?

지도에서 찍어 보니 대략 4 km.

딱 좋다.

 

해서 진의실재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일단 진의실재까지 걷고 정상에서 조금 더 지나 남산 임도를 만나서 임도를 따라 돌아 오기로.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주차장에서 남산 중턱으로 난 도로를 걸었다.

잘 포장된 도로.

하지만 차량 통행은 거의 없었다.

주변 집들이 좀 늘었지만 크게 변화는 못 느끼겠다.

요각골은 포장길이 끝나는 곳인데 집들은 모두 새로 지어 새 모습을 갖췄다.

거기서 비포장길을 따라 꾸불꾸불한 길을 걷는다.

티벳의 고갯길이 생각난다.

그곳에서 자전거를 같이 탔던 탱이도 생각나고.

신록으로 바뀐 길가 숲은 느낌이 참 좋더라.

사부작사부작 오르면 정상.

대략 한 시간이 조금 못 걸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진의실재 정상은 조용하다.

거기서 살미면 쪽으로 길을 따라 걷는다.

멀리 월악산이 보인다.

이쪽은 많이 바뀌었고 바뀌는 중이다.

골짜기를 메워 거대한 부지를 조성한 곳도 있고 아스팔트 길이 거의 고갯마루까지 치고 올라 왔다.

남은 구간을 포장하려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나야 그대로 비포장길이 좋겠지만 여기 사는 사는 사람에게는 포장길이 좋겠지.

어느 정도 내려간 길에서 오른쪽으로 임도가 연결이 된다.

언젠가 살미면에서 걸어 이 고개를 넘어 간 적이 있고 자전거를 끌바로 넘은 적도 있는데 고개 이름은 성재이다.

 

제법 경사가 심한 고개를 오르면 정상부에 당집이 있다.

옛날보다 관리가 더 잘 되는 듯.

임도는 당집 위로 지나가지만 옛길은 당집을 거쳐 아래 골짜기로 길이 이어졌을 것처럼 보인다.

 

당집에서 조금 더 오르면 임도 삼거리.

석종사와 남산 임도 갈림길이다.

나는 임도를 걸어 가기로 했다.

마즈막재까지는 6 km.

내가 남산에 올라 앉아 있다 돌아가는 돌의자는 대략 1.5 km 정도만 가면 나오게 된다.

오르막이지만 숲길이다.

분위기가 아주 그만이다.

자전거로만 다니던 길을 걸으니 맛이 새롭다.

 

얼마를 더 가니 돌의자가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 한 시간 반 정도걸렸다.

 

내 자리에 앉아 다리 쉼을 한다.

오늘은 가스가 많아 월악산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요즘 며칠 태풍처럼 불던 바람은 오늘은 잦아져 그냥 보통 봄날의 오후 수준이다.

봄날 오후는 늘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없어지고 여름이 온다.

 

산을 내려 온다.

나뭇잎 색깔이 나날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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