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 학교 교가에는 그 근처에 있는 산이나 강이 들어 간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생긴 관습(?)이라는 설도 있지만 나라의 벼슬 자리에 오르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고 태어나야 한다고 굳게 믿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근처의 산은 굉장히 중요했으리라.
내가 30년을 다녔던 학교의 교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
‘남산의 푸른 정기 동으로 뻗어...남한강 맑은 물결 무궁하도다...’
남산과 남한강.
소시적 몸 담았던 중고등학교 교가에는 금성산이 차지하고 있다.
금성산은 부여읍내 동쪽의 지킴산이지만 해발 100 m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아담한 산이라도 그 동네에서는 높은 축에 드니 이렇게 대접을 받는다.
‘금성산 기슭가지...’
‘금성산 하늘 높이...’
오늘 소개할 산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비록 높이는 얼마 안 되지만 올라가 보면 누구나 감탄할 전망을 선사하니까.
‘계명산 푸른 정기, 동으로 뻗어 마지막 온 힘을 모아 그 세를 일으켜 남한강에 자락을 감추는 산’
그 산이 심항산이다.
높이가 385 m에 불과해 올랐다 내려 오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시답잖게 여겨져 평소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릴 때는 자그만한 산이 온통 사람으로 덥힐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야말로 해맞이 명소이다.
정상에 올라가 보면 왜 이 조그맣고 얕은 산이 해맞이 명소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해 뜨는 동쪽 방향은 마치 온 천지를 다 담은 듯한 풍경이다.
한 번도 정상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장관일 것 같지 않은가?
정상에 있는 정자에 걸터 앉아 아래쪽을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이름도 예쁜 낚시터 명소 꽃바위 마을 그리고 월악산 그 사이를 파랗게 물들인 충주호.
그 순간이 행복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언젠가 유시민이 쓴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에 있던 행복 추구권이라는 용어가 떠 올랐다.
지금은 헌법 제 10조에 명시되어 있지만 처음 태어날 때는 제 9 조에 있었다는 귀절.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국가가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살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웃픈것은 이 헌법의 행복 추구권 항목은 29만원 행복의 주인공이 이 나라 대장이 될 때 만든 것이라는.
제 11 조.
2.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그 시절 버젓이 이런 항목이 헌법에 있는데 한 젊은이가 고문으로 죽었으니 뭔 말을 더하랴.
오늘 뉴스에 학생 인권 조례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난리를 떠는 토막이 나왔다.
여기 반대하는 사람들을 위한 항목이 헌법에 있다.
제 11 조.
1.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무슨 이유로든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헌법의 정신이고 그것을 반영하여 나온 것이 학생 인권 조례이다.
사람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야 하고 그것을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한다면 어떤 이유로든 이를 막아선 안 된다.
성소수자가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면 이를 지켜 주는 것이 사회의 의무이고 국가의 의무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성경에도 없는 사실로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 마시라.
그 요란을 떨어도 이번 선거에서 당신들의 총합이 나왔다.
513, 159명.
제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컸지 마시라.
기독자유뭐시기당 지지자분들아.
눈 앞에 펼쳐진 파란 하늘, 파란 호수.
어쨌든 이를 보고 있는 나는 그 순간만은 행복했다.
'한국 2020 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주] 부론 법천사지 (0) | 2020.05.04 |
---|---|
[충주] 종댕이길 (0) | 2020.04.29 |
[충주] 진의실재를 넘어 (0) | 2020.04.27 |
[충주] 철쭉꽃 필 무렵 (0) | 2020.04.25 |
[충주] 내 사랑 명당 자리 (0) | 2020.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