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충주] 권태응 생가터

정안군 2020. 5. 12. 16:47

 

 

 

 

 

 

 

 

 

 

 

충주에서 유명한 명소라면 당연히 탄금대이다.

그렇다 보니 탄금대는 충주 시내 학교의 소풍 장소이기도 했다.

언젠가 탄금대로 소풍을 갔을 때 좀 싱거운 듯한 느낌이 드는 시가 적힌 비를 보았는데.

이런 시였다.

 

감자꽃

권태응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이거 뭐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하고 있어 이런 느낌?

 

그런데 일제 강점기 시절 왜놈은 뭐래도 왜놈.

조선 사람은 뭐래도 조선 사람.

이런 의미를 담은 시였다는 평을 들으니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계무술공원 근처에 권태응 생가터가 있다는 걸 우연히 발견했다.

산책 삼아 가 보았다.

벽에 권태응을 기리는 시와 그림이 있는 곳은 찾았으나 생가터 비는 영 찾기 어려웠다.

안내판 하나 없었다.

 

다시 지도에서 칠지 7길 6번지를 찾았다.

가 보니 이게 뭔가 싶었다.

이런 대접을 하려면 뭐하러 비를 세웠나 싶을 정도.

 

아무튼 비석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동천 권태응 선생 생가터

 

우리 고장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권태응 선생은 남한강과 달천강이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며 탄금대와 집 앞에 흐르는 샛강을 바라보며 자연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으며, 특히 아동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토속적인 내용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여 많은 동시를 발표하였고 대표적인 시 '감자꽃' 이외에도 '고추밭', '율무', '옹달샘', 도토리들', '산샘물', '달팽이' 등 농촌의 서정성을 다룬 다수의 작품이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써 내려갔다.

이렇게 썼더라면 어땠을까?

 

권태응 선생은 우리 고장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이다.

그는 남한강과 달천강이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탄금대와 집 앞에 흐르는 샛강을 바라보며 자연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을 것이다.

특히 아동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토속적인 내용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여 많은 동시를 발표하였다.

대표적인 시 '감자꽃' 이외에도 '고추밭', '율무', '옹달샘', 도토리들', '산샘물', '달팽이' 등 농촌의 서정성을 다룬 다수의 작품이 있다.

 

생가터 소재지는 칠지 7길 6.

행정동은 칠금동인데, 칠금동은 칠지 마을에서 '칠' 금대 마을에서 '금'을 따서 지었다 한다.

칠지는 옻가지라는 뜻인데, 마을 근처에 옻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불렸고 금대는 탄금대의 준말이라 한다.

그래서 칠근동 지역에서 탄금대 부근에는 금대길이 있고 생가터 근처에는 옻갓길과 칠지길이 있다.

마을 길의 이름들인 옻갓길이나 칠지길은 결국 같은 뜻이겠다.

 

권태응은 누가 뭐래도 충주가 낳은 보물이다.

좀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소중한 자산으로 삼으면 좋으련만.

이래 저래 많이 아쉬웠다.

34살의 젊은 나이에 일제의 감옥에서 얻은 폐결핵으로 삶을 마감했으니 아쉬움이 더하다.

 

무덤은 어디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내 짐작으로는 흔히 팽고리산이라 부르는 광명산에 매장되지 않았나 싶다.

팽고리산 부근에 안동 권씨 집성촌이 있어 그 산은 종산이 되어 그 집안의 공동묘지가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나라 없는 백성인 탓에 얻은 병으로 허무하게 일찍 진 권태응 선생을 위해 시 한 수를 바친다.

 

꽃은 화려해도 지고 마나니

우리의 인생살이 누구인들 영원하리.

덧없는 인생의 깊은 산을 오늘도 넘어가노니

헛된 꿈 꾸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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