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늘재를 걸었다.
날이 완전 봄이라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냇가 그늘 쪽은 아직도 두터운 얼음이 남아 있었고 나무들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어딘가 봄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인 충주 쪽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하늘재 정상 지역인 경북 문경 쪽은 그간 많이 변해 있었다.
소나무가 많이 식재 되었고 아래쪽에 큰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아스팔트가 벗겨지고 옛날 정취의 흙길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허름한 매점이 사라지고 길 한 쪽에 산신각이 등장한 것.
오른 사람마다 매점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보상 많이 받아 갔겠다고.
생각하는 게 모두 돈과 연결되는 세대인가 싶어 좀 씁쓸하다.
새로 등장한 산신각을 살펴보니 안에 주인분들이 여러분 계신다.
고갯마루였으니 전에는 있던 것이 없어졌다가 다시 생긴 것일까?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뭔가 스토리를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듯.
그러기에는 서낭당 = 미신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교육된 영향이 너무 크리라.
한 노부부는 이런 산신각을 왜 세웠냐고 한 마디 거들더라고.
아무튼 집도 절도 없던 하늘재 산신령들은 거처가 생겨서 좋겠다.
산신각 앞 계곡에는 논이 있던 흔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산으로 돌아갔지만.
얼마 되지는 않았겠지만 귀한 쌀을 얻으려 했던 선조들의 흔적일 것이다.
이 부근은 도기장들이 터를 잡고 자기를 굽던 곳이었이니 천민으로 온갓 설움을 견디며 살았던 그들이 남긴 것일 수도 있겠다.
변한 것이 또 하나 더 있었다.
전에는 전화도 안 되던 곳이었는데 언덕에 통신탑이 서 있고 그 시절은 다시 전설이 되었다.
날이 포근하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여서 몸이 광합성 작용을 많이 하도록 오랜 시간을 벤치에 앉아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에는 포암산을 오늘따라 더욱 예뻤다.
내려오는데 길 바로 옆에서 딱딱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신가 했더니 조그만 아기 딱따구리였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그러든지 말든지 제 할 일에 정신 팔려 계속 두드리는 이 친구를 보니 너 그러다 제 명에 못 산다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딱따구리 말을 알아야지.
그려 너는 너대로 생각이 있겠지 그냥 그렇게 열심히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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