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1 살이

야구 없이는 못살아

정안군 2021. 4. 26. 09:06

 

고등학교 시절 동대문 운동장에서 있었던 봉황대기 결승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게 75년도 여름이던가.
그 유명했던 장효조가 있던 대구상고와 하기룡이 있었던 배재고와의 시합이었다.
얼마나 경기에 몰입했는지 코피가 터졌어도 모를 지경이었다.
오후 2시 시작인데 오전 10시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땡볕에 종일 앉아 있던 것이 꽤 힘들었나 보다.
그래도 너무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대구상고가 우승하면서 시합은 끝났는데 그로부터 은근한 팬이었던 나는 더욱 더 대단한 광이 되었다.
그리고 찾아 온 프로야구 개막.
그로부터 야구가 시작되는 봄이면 기뻤고 야구가 끝나는 가을이면 이제 뭐하고 사나 싶었다.
그 때는 나나 한국 야구나 모두 수준이 우물 안 개구리.
그 후.
야구는 우리보다 일본이 몇 수 앞서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박찬호가 미국 야구계로 진출하면서 진정한 실력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미국이라는 어마 어마한 세계.
그래도 그 엄청난 선수들을 삼진으로 해치우는 박찬호는 국뽕으로 우리를 휘감았다.
마치 다저스가 우리나라 팀인 듯 했으니.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났고 수 많은 선수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면서 세월이 지남을 느끼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선수의 소식도 뜸해졌고 우리나라 야구 수준도 많이 향상되어 밖에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야구 시청에 변화가 생겼다.
그간 응원했던 팀이 그전 같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한국 투수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져 한국 프로 야구 중계는 잘 보지 않게 되었지.
야구는 투수 노름인데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못 던지는 투수라니.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니니.
해서 요즘은 미국과 일본 프로 야구 중계를 보는 걸로 방향을 설정했다.
미국 야구는 어느 팀이나 한국어 중계가 있는 걸 보고 일본 야구는 소프트뱅크를 응원하는 팀으로 삼아 본다.
아침은 미국이 야구하고 저녁이나 오후는 일본이 야구를 하니 내 생활 리듬에 딱 마춤이다.
남 나라 야구를 보다 보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미국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일본만 해도 투수 수준이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일본의 어지간한 팀의 패전 전문 투수도 한국에 오면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할 수준이 될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수준 차이가 더 심해졌을고.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아무튼 이런 게 야구 팬으로 많이 아쉽다.
어지간하면 한국 야구를 봐 주고 싶지만 당분간은 그럴 마음이 없을 듯.
코로나가 아니래도 지금의 한국 야구는 위기다.
단적으로 전체적으로 투수들이 못 해도 너무 못 한다.
쓸만 하다 싶으면 어느 순간 망가져 있거나 배팅 볼 수준 투수로 변해 있으니.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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