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은 하얀 연꽃을 뜻한다.
연꽃은 동양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꽃이 아닐까 싶다.
진흙탕 연못에서 곱게 피어나는 모습이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인 듯도 싶고.
그래서 하얀 연꽃을 이름 삼은 백련사는 전국 곳곳에 있다.
붉은 연꽃은 하얀 연꽃에 비해 좀 급이 떨어지는지 홍련사는 그다지 없다.
다만 '사'가 붙지 않는 작은 암자에 쓰는 '암'에는 많이 쓰이는 듯 하다.
홍련암.
홍련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비해 홍련암은 많이 있다.
오늘 소개할 백련사는 서대문구 백련산 자락에 있는 백련사이다.
창립 연대는 신라까지 거슬러 오르는 역사가 깊은 사찰.
내 젊은 시절.
큰 집이 백련 시장 건너편에 있어서 백련에 대해 꽤 궁금했었다.
물론 백련이란 이름은 절에서 온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 백련이란 이름을 가져 온 백련사는 어디 있을까 이것이 궁금했었다.
그리고는 큰 집 백부 백모가 이승을 하직하면서 백련 이라는 이름은 내 삶에서 멀어졌는데 작년부터 아들네가 근처에 살게 되면서 나에게 다시 등장했다.
지난 번 명지 학원에 이어 이번은 백련사를 찾아 가 보기로 한다.
백련사라.
찾아 가는 길은 명지 학원 근처에서 시작한다.
명지 학원 옆으로 난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 산 길이 나오고 다시 그 산길을 오르면 왼쪽으로 백련사의 정문이 보인다.
중간 쯤 마을 버스 종점이 있는데 버스에 서울시에 요구하는 사항이 써 있는 걸개를 단 것을 보면 뭔가가 불만이 있나 보다.
조금 가면 나오는 일주문에는 절 이름이 '삼각산 정토백련사'라고 되어 있다.
그렇지.
백련산은 북한산의 한 줄기에 솟았고 삼각산은 북한산이니 백련사는 북한산 자락에 있는 셈이다.
절은 조계종 소속은 아닌 가 보다.
슬슬 안으로 들어가 본다.
멀지 않은 곳에 범종이 있는 종루와 큰 북이 있는 고루가 보인다.
전망이 있을까 하고 가까히 가 보는데 그다지 시계가 좋지 않다.
절 경내를 여기 저기 둘러 보는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고즈녁한 맛은 없었다.
여기 저기 있는 고목이 고찰 자리임을 증명해 주긴 하는데 급한 경사에 자리한 탓인지 가람 배치도 답답하고 시원한 느낌은 거의 없었다.
그냥 역사만 남았는지 절에서 큰 감동이 전하여 오질 않는다.
다만 이곳이 한양 외곽의 한적한 절이었을 때는 꽤 예뻤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때는 어떠 했을까 머리 속에서 본다.
절에서 큰 길로 이어지는 길은 급경사이다.
여기저기 있는 빌라들 그리고 개인 주택들.
옛날에는 그 땅들이 거의 절 경내었겠지만 지금처럼 밀집되고 땅값이 대단한 시절이 되면서 경계를 야금야금 파먹어 절의 경계가 들쑥날쑥한 모양이 되었다.
불광동이란 이름을 절 아래까지 전할 정도로 유명했던 불광사처럼 지금의 백련사도 절 모습은 그저 그랬다.
일부러 두 번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을 곳이되었다.
그저 옛날에는 좋았겠다는 생각만 들게 하는 곳이라면 너무 혹평한 것일까?
그나마 서울이라는 요지경 세상에서 그 정도라도 유지된 것은 훌륭하다고 말해 줄 수 있을지도.
아무튼 뭔가 아쉽다는게 백련사 소감이다.
'한국 2021 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깜부기 @ 보리밭 (0) | 2021.05.05 |
---|---|
날개가 생겼다. (0) | 2021.04.30 |
야구 없이는 못살아 (0) | 2021.04.26 |
꽃길만 걸으려면 (0) | 2021.04.22 |
명지학교 (0) | 2021.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