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1 살이

깜부기 @ 보리밭

정안군 2021. 5. 5. 16:24



보리에 대한 추억들.
보리밥.
보리피리.
보릿고개.
보리밟기.
또 뭐가 있을까?

유월 망종 무렵이면 보리가 누렇게 익는다.
그러면 보리를 거두어 양식을 삼는다.

오늘은 소하.
망종은 한 달 뒤이니 지금부터 보리가 익어 가는 시기가 된다.
어쩌면 제일 예쁜 시기가 이 즈음일 게다.
그래서 청보리 축제로 철을 기념하기도 산다.
보리밭에는 제대로 된 놈들만 있는 게 아니다.
가끔씩 깜부기라는 놈도 있다.
보리 깜부기는 보리 이삭에 곰팡이가 붙어 까맣게 변한 놈을 말한다.
지금은 보리가 귀하지만 흔하던 우리 어린 시절에는 깜부기는 절대 그냥 두면 않되는 놈이었다.
남의 밭이라도 깜부기가 보이면 언제든지 이삭을 뽑아 버리곤 했다.
버리는 것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날리지 않도록 발로 밟고 비벼서 처리하곤 했다.
이 깜부기는 요즘 코로나 19 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다고 들었던 것이 그 이유.

어제 산책을 나갔다가 보리밭을 만났다.
짙은 녹색으로 서로 어우러지는 것이 지금이 제일 예쁜 시기인 듯 하다.
마치 진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하다.
그런데 가끔씩 깜부기가 보였다.
뽑아줘야 할까?
그냥 두기로 한다.
세월도 바뀌었고 또 나도 그 동안 사물을 보는 눈도 바뀌었다.
없애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깜부기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치가 보리밭의 깜부기에도 있겠지.

그러고 보면 젊은 날의 삶의 기준이 절대적이 아님을 알게 된다.
역시 사랑하면 더욱 알게 되는 것도 생기고 그러면 전과는 다른 생각의 기준이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것을 경험하여 지기 시야를 넓힐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를 몸에 달고 살게 되겠지.
보리밭의 깜부기.
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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