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틀에 한 번씩 하던 40 km 라이딩이 조금 지루해 졌어요.
그 동안 몹시 더울 때는 새벽에 하는 새라(새벽 라이딩)도 하고 더위가 조금 주춤할 때는 아침 라이딩 아라도 하고 요즘처럼 여름 기운이 시들해지고 나서는 오후에 하는 오라도 했는데 역시 같은 코스라 그냥 운동 역할 밖에는 못 했으니 당연한지도.
다른 곳으로 돌려 볼까도 했는데 마땅한 곳이 생각 안 나서 그냥 같은 곳을 계속 달렸는데 마즈막재를 넘어 충주댐까지 호반 도로를 달린 다음 충원교에서 기존의 코스와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아침에 갑자기 떠오르더이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고 캐나다에 있는 아들이 어렸을 때 그 길에서 산딸기 따주던 일을 회상하는 걸 보고 생각이 나게 된 것이지요.
이것을 생각해 낸 걸 보면 내가 천재인가 싶은데 그 동안 이런 생각을 못 하고 탄 걸 보면 멍청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둘 중 하나는 분명한 듯.
마즈막재를 올라 진의실재 입구까지 한숨에 왔습니다.
자전거로 마즈막재를 거쳐 여기까지 온 것은 언제였던지 생각조차 나질 않네요.
여기부터는 본격적인 임도로 비포장도로라서 여기서 빠꾸를 합니다.
마즈막재에서 충주댐쪽으로 직접 가도 되지만 그러면 거리가 40 km가 안 나올 것 같아 여기까지 왔다 갑니다.
대략 왕복하면 5.5 km 정도 되는데 거의 평면이고 오고가는 차량이 거의 없어 라이딩하기 좋은 길입니다.
잠깐 섰는데 모기들 환영이 대단하네요.
모처럼 외식 기회가 왔다고 그렇게 반기나 봅니다.
니들과는 피를 나눈 형제가 되기 싫어 얼른 내뺍니다.
마즈막재에서 오르막이 조금 있고 그리고는 내려 쏘는 길입니다.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곳인데 종댕이길이라는 길이 호수따라 이어지지요.
종댕이길은 충주시에서 만든 관광용 걷기길입니다.
충주댐 정상부로 옛날 충주댐 물문화관이 있던 곳입니다.
짧은 오르막이 꽤 힘든 곳이지요.
물 문화관은 건너편 물래방아 휴게소 쪽으로 옮겼다는군요.
옮긴 곳은 한 번도 가보질 않았습니다.
옮기고는 그냥 방치 상태라서 보기가 좋지 않네요.
뭔가가 들어 오긴 하겠죠.
나보다 잘 난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
관광 안내도에 충주 14경이라는 것이 있군요.
대충 봐도 빼어난 경치는 없네요.
이렇게 감흥이 없는 것은 이 동네 오래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저걸 보니 갑자기 남 동네 명승지가 보고 싶어집니다.
치앙라이도 다시 가고 싶고, 잔차로 일본 큐슈나 시코쿠를 돌고 싶고 또 대만도 그렇고.
거기에 프랑스에서 불가리아까지 이어진다는 유럽 자전거길도 가고 싶고.
결국은 비행기가 타고 싶단 말이군요.
맞습니다.
한 때는 지겹던 비행기가 그리워집니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희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9월부터 백신 주사 두 번 맞고 14일이 지난 사람은 관광 목적으로도 입국을 시키고 자가 격리 절차도 없앤다고.
28일에 두 번째 백신을 맞기로 했으니 9월 중순에는 캐나다에 갈 수도 있게 되었더라구요.
해서 얼굴 본지 삼 년이 지난 아들을 보러 갈 까 고민을 좀 했는데 문제는 그 동네가 바로 겨울로 들어 간다는 것.
추운 것은 당최 싫은 사람이라서 일부러 추위 경험하라 갈 일은 아닌 듯 하고 또 피차간에 공사다망한지라 올 해는 그냥 패스하기로 합니다.
좋은 날이 곧 오겠죠.
충원교인데 충주댐이 멀리 보이는 곳이지요.
여기까지 신나게 내리막이었고 여기부터는 이제 전에 돌던 코스와 연결이 됩니다.
남산 인근 오르막까지는 거의 평면 TV 화면같은 평면 구간이 시작됩니다.
사실 자전거는 약간 낙타등 구간이 더 재미있기는 해요.
목행교를 건널 때 아래로 보이는 파크 골프장.
매일 언제나 사람들이 많았는데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아 휴식이네요.
코로나는 억지로 사람들을 쉬게 하지만 덕분에 자연은 오랜만에 소중한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안식일이 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듣지 않고 또 잡스런 불복종으로 다른 나라로 포로로 잡혀 갔을 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안식일을 지키지 않아서 내가 너희들에게 재앙을 내렸고 그 덕에 가나안 땅이 비로소 쉬게 되었노라고.
코로나도 그런 것이 아닌 지 모르지요.
인간의 욕망이 그칠 줄 몰라 자연이 고통을 받으니 역병을 내려 자연을 쉬게 하시려고.
자연의 응징인지 옆 나라 일본을 보면 요즘 나라 꼴이 피박에 광박을 쓴 모습이네요.
코로나 재앙에 폭우가 온 나라를 덮은.
특히 폭우 피해는 이럴 수도 있나 싶어요.
규슈부터 도호쿠 지방까지 전선이 정체되어 있고 수증기가 계속 서쪽에서 동쪽으로 유입되면서 물 폭탄을 내려 쏟는.
그게 벌써 삼일째입니다.
앞으로도 며칠 계속될 예정이라네요.
이렇게 당하는 걸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하는 지랄들이 그렇게 당해도 싸다 싶기도 하네요.
탄금대 인증 센터입니다.
남한강 자전거길 종점이자 새재 자전거길 시점이지요.
여기서 내 코스를 달려 집까지는 15 km 정도.
이렇게 마즈막재를 넘어 달렸더니 마라톤 코스 거리가 나오더이다.
오늘 42.90 km를 달렸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놀라는 것이 올림픽 마라톤 기록입니다.
이 거리를 두 시간이 조금 넘게 달리잖아요.
거의 자전거 속도와 맘먹는 거죠.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이 참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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