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1 살이

발티재 문턱까지

정안군 2021. 9. 3. 11:35

보통 도는 잔차길은 두 시간이 좀 더 걸리는데 요즘은 해도 짧아졌고, 버는 건 없지만 것도 일이라고 하는 일이 생겨 퇴근하면 4시 반이 되니 전처럼 돌기는 좀 뻑뻑해졌어요.
그리고 요즘 비도 잦고 해서 일주일 가까이 잔차를 못 탔더니 잔차가 마렵습니다.
그려 오늘은 타 보자고.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릴 마즈막재로 해서 충주댐만 찍고 오는 걸로 할까 하다가 갑자기 발티재를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발티는 언젠가 진의실재를 넘어 충주쪽으로 넘어 온 적이 있는데 발티는 거의 사람이 다니질 않아 희미한 흔적만 남기고 있었지요.
그때도 잔차를 타고 갔는데 고개를 넘을 때는 들고 끌고 해서 넘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
행정명은 호암 직동인고 호암동은 호바위 그리고 직동은 곧은골을 한역한 것인데, 직동은 계명지맥인 성재를 넘어 진의실 마을로 연결이 되고 곧은골에서 갈라진 발티길은 발티재를 넘어 재오개 마을로 연결이 됩니다.
옛날 죽령을 넘은 영남선비들은 단양에서 청풍을 거쳐 한강을 따라 오르다 발티재를 넘어 충주에 왔다고 하는데, 지금은 중간쯤에 충주댐이 생겨 발티재는 흔적만 남게 되었죠.
범바위오거리에서 발티재 가는 길은 당연하겠지만 계속 오르막입니다.
포장한지 얼마 안 되는 듯 상태가 아주 좋네요.
당연히 교통량은 거의 없어 잔차 타기는 환상입니다.
발티 마을 입구의 마을비를 지납니다.
발티는 고개 이름이기도 하고 마을 이름이기도 합니다.
발티 마을은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네요.
거기부터 급경사로 이어집니다.
가만있자 이게 발티재가 뚫려 재오개 마을까지 이어진거 아녀?
그럼 곤란한데,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뚫렸더라도 그냥 정상에서 돌아 오기로.
가끔씩 걷는 사람들이 몇 명씩 눈에 띠네요.
지금이야 괜찮지만 한여름 땡볕에는 못 할 짓이겠어요.
다행히 아스팔트 포장길은 급경사로 끝나고 비포장 산길로 이어집니다.
비포장으로 해서 더 갈 생각은 없고 예까지 왔으니 증명 사진 하나 남기고.
옆으로도 고개길이 있나 했더니 장자골이라는 막다른 골짜기군요.
멀리 보이는 간이 건물에는 태극기가 날립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
태극기 부대 할배가 사시나?
돌아서면 엄청난 내리막.
신나죠.
이런 재미로 잔차를 타지요.
좀 더 달리면 ET처럼 하늘을 날 수도 있을 듯.
영원한 것은 없어 신나는 급경사는 끝나고 나오는 삼거리.
그냥 돌아 오기는 너무 짧아 왼쪽으로 돌아 직동 끝까지 갑니다.
다시 오르막.
직동 끝에는 성재 가는 콘크리트길과 석종사 올라가는 포장도로가 있습니다.
성재 가는 길은 완전 급경사인데 거기를 MTB로 오르는 청춘이 계시네요.
하긴 나도 왕년에 해 봤다 아이가.
곧은 골 직동이나 발티 골은 사과나무 과수원이 참 많습니다.
이른 사과는 빨갛게 익었고 늦은 사과는 아직 설익은 티가 나네요.
창룡사 근처에 온 김에 물을 떠 가기로 하고 창룡사로 향합니다.
창룡사까지는 무지막지한 급경사.
여길 먼저 왔으면 그냥 올라 보겠다만 여기까지 몇 번 오르막에 진이 빠진지라 그냥 끌바하기로.
그렇게 청룡사 약수까지.
약수는 비 끝이라 마치 수도가 터진 것처럼 수량이 많습니다.
이럼 도무지 약수 같질 않은데.
약수는 뭔가 쫄쫄 흘러나와야 약수 같지 않나요?
아내는 뭐그리 힘들게 다니냐면서 비싸지도 않은 물 그냥 사 먹자 하는데 물이 담긴 PET병이 영 걸립니다.
이렇게 떠다 먹으면 나래도 빈 PET 병 몇 개는 덜 만들어 내는 거 아닌 감.
산불 났을 때 벌새가 했다는 행동일지라도 이게 마음이 편하겠더라구요.
큰 산불이 났더랍니다.
모든 짐승이 도망 가는데 벌새는 그 작은 입에 물을 담아 반대 방향으로 날라갔다고 하잖아요.
뭐하러 가냐고 물으니 불이 나서 끄려고 한다고.
야 이 친구야, 내가 그 입에 담은 물로 불을 끄다니 가당찮은 소리하덜 말어.
그 소리를 들은 벌새는 나도 알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뿐이라 내가 할 일을 하는 것라고 했다죠?
그런 마음이라는 겁니다.
비가 잦더니 어제부터 완연한 가을이네요.
캐나다에 있는 둘째 아들은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던데.
그 아들 못 본지 벌써 4년 하고도 반이 지나네요.

 

발티 마을 어귀의 마을비.

여기부터 급경사 시작.

발티재는 오른쪽 길입니다.

당연히 왼쪽 길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

 

발티재 포장도로 종점.

개울 건너 비포장 도로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힘들었어유.

 

장자골 입구라네요.

멀리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산중에 왠 태극기일까?

잠시 궁금해 봅니다.

 

직동 포장도로 끝.

성재로 가는 길은 콘크리트 길.

글쎄 이 길을 MTB로 오르는 청춘이 있더라구요.

멀리 보이는 V자 홈파진 곳이 성재 정상입니다.

한창 때 이리로 내려와 본 적은 있어도 올라간 적은 없네요.

 

사과가 익어갑니다.

이 친구들은 늦사과.

대개 부사 같은.

이른 사과는 벌써 빨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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