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
똑바로 서있는 인간이라는 뜻이라는데 잔차 타는 인간은 무엇인가요?
호모 바이시클루스?
아무튼 내가 그 잔차 타는 인간입니다.
하루라도 안 타면 입에 가시가 돋는.
이틀을 계속해서 탔더니 좀 몸이 정상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아니 할 수 없는 그런 상태이지만 오늘은 토요일.
쉬는 날입니다.
이런 날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면 호모 바이시클루스가 아니죠.
해서 오늘도 나섭니다.
우선 탄금대 산책길로.
코로나 때문에 강변 휴게시설은 전부 폐쇄해서 그냥 내달려야 했어요.
멀리 보이는 철교는 여주부터 충주로 연결되는 내륙철도 일부입니다.
올 연말쯤 개통된다고 하는데 서울까지 1시간 30분 정도면 간다고 하네요.
좀 있으면 국철 앤 지하철 공짜 인간이 되는데 덕 좀 볼 수 있으려나.
공짜를 바라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대머리가 되었으니 흉도 아니겠네요.
바로 뒷쪽입니다.
탄금호가 풍성합니다.
내 머리털도 이렇게 풍성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장마철도 지났으니 물을 줄일 이유가 없겠죠?
동량면 한강 제방 북쪽 잔차길.
멀리 충주 지킴이 계명산이 보이는군요.
계명산은 제법 웅장합니다.
그리고 잔차길로는 노면이 최고입니다.
충주댐에게 남쪽면을 내준 인등산.
천등산이 있고 지등산이 있고 인등산이 있답니다.
천지인.
아마 이런 씨리즈 산 이름은 여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동량면 소재지입니다.
짬뽕집, 돌솥밥집, 송어비빔회집 등.
여러 맛집이 있지만 점심 시간에 조금 미달되어 그냥 패스하는 걸로.
자리가 워낙 명당이라서 살까하고 잠시 망서렸던 땅인데, 원래 있던 한옥은 없어졌고 다른 곳에서 건물을 옮겨 온 듯한 한옥이 떡하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이다.
카페 한울이랍니다.
입구에 안내판도 그렇고 큰 돈 벌려고 차린 것 보다는 유유자적 심심풀이로 벌린 것이 아닌 가 싶더군요.
집만 덩그러이 있는 것이 앞에 연못이 있으면 훨씬 집이 살지 않을까요?
동량면 소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가던 길목에 동량역 안내판이 있어서 와 보았습니다.
문 닫은지 오래 된 듯 조용합니다.
충북선 구간의 역이었는데 이용객이 없어서 폐쇄되었겠죠?
동량면 소재지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마을도 없는데 왜 이런 곳에 역을 세웠을까요?
역장님 관사였나요?
진짜 그랬다면 유배지가 따로 없었겠어요.
역 바로 옆에 있던 승마장.
주인은 외출중이고 말만 놀고 있더이다.
고구려가 등장을 했습니다.
말과 고구려.
상상은 됩니다 그려.
동량면과 산척면의 경계인 독골고개.
독골고개라.
흔한 이름이 아니네요.
산척쪽으로 독동이라는 마을이 있는 걸 보니 독골은 마을 이름이었나 봅니다.
부지런히 올라 와 고개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을 찍으려고 섰는데 부부가 길가에서 밤을 줏다가 내가 오니까 멋적은 듯 차를 타고 가버리더군요.
도둑질한 것도 아닌데.
그 분들이 줏던 곳을 살펴 보니 알밤들이 몇 개 떨어져 있어서 내가 마저 줏었드랬습니다.
충주 근처는 밤 산지가 많은데 밤 줏을 사람이 없어서 난리라죠?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는데 여러가지로 코로나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군요.
산척면 소재지입니다.
멀리 산 몇개를 작살내는 현장이 있더군요.
공단을 조성하느냐 그런가요?
참 인간들 무지막지합니다.
저기 사시던 산신령들은 터를 잃고 남의 산에 곁방살이 하러 가셔야 할 듯.
점심을 먹은 번창식당.
이름대로 번창하고 있더군요.
공사장의 인부들과 근처 골프장에 오는 사람들로 번창하고 있었습니다.
근처에서 큰 공사판이 벌어져 산척은 돈이 도는 동네 같았습니다.
잔차 타는 것이 중노동이라 남의 살 신세를 좀 지려 했더니 2 인분 이상이라야 된다네요.
해서 순두부 백반을 시켰습니다.
가격은 7,000원.
밥도 적고 반찬도 적고.
그 가격에 뭘 더 바라랴 하고 잘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 다시 출발합니다.
예쁜 소나무가 많은 송정 마을.
크게는 산척면 송강리입니다.
송정도 그렇고 송강리도 그렇고 소나무가 많은 동네인 듯.
송정이 소나무 정자라는 뜻이니 폼나는 정자가 있었어요.
천등산이 바로 손에 잡힐 듯 합니다.
이 동네에서 천등산 고갯길이 시작되죠.
천등산에 있는 고갯길은 박달재가 아니고 다릿재입니다.
노래 가사를 쓴 사람이 잘 못 쓴거죠.
그래도 노래는 좋습니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산척면과 엄정면의 경계인 세고개.
고개라고 하기엔 너무 낮은데 고개라고 하니 고개라고 해 줘야겠죠?
올라 온 건 얼마 안 되는데 내려가는 건 한참이더군요.
나오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엄정면 추평리를 향합니다.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추평리에 있는 추평저수지.
수로가 무슨 콜로라도 협곡에 있는 댐의 수로만큼이나 요란하네요.
수로 위로 걸친 다리 너머 보이는 하늘이 예술입니다.
정자가 보이니 그곳까지 가 봐야 되겠습니다.
추평저수지 일주도로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원래는 한 바퀴 돌려고 했는데 꼴이 낙타등이라서 생략합니다.
다음에 도는 걸로.
다음이 언제일까요?
추평호를 예쁘게 꾸며 놓았더군요.
둘레가 대충 4 km정도이고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다음에 와서 걸어봐야 되겠군요.
여기서도 다음은 언제일까요?
수로 위에 놓인 다리에서 아래쪽을 바라다 보고 찍었습니다.
아래 보이는 도로를 타고 왔겠죠?
골이 깊고 그나마 논이 많아 살기는 괜찮았겠어요.
그렇게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추평저수지입니다.
오지라서 그런지 주변은 그 흔한 팬션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 충주와 제천 경계를 이루는 시루봉 능선이 보이네요.
충주 경계 돌기 할 때 저 능선을 걸었었죠.
당연히 힘은 들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수로 아래에서 본 바로 그 정자입니다.
관리를 잘 해 놓아 신을 벗고 올라 갔습니다.
시조 한 수 때리면 좋은 곳인데 하필 시조가 하나 밖에 생각이 안 나더군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어쩌고...
이건 정안군이 어떤 분을 해코지 하려고 한 시조라 이런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죠 잉?
추평저수지에서 엄정면쪽으로 내 달리다 보면 안내판에 날 보고 가시라고 간청을 해서리 방문을 했습니다.
억정사지 대지국사 탑비입니다.
정안군의 아버님이신 성계 어른이 돼지국사가 아니라 대지국사라는 칭호를 내렸다네요.
돼지 눈에는 돼지가 부처 눈에는 부처가.
그 주인공이신 성계어른인데.
훌륭하신 분이셨겠죠?
소박한 비석입니다.
바침돌이 거북이 형상이 아니고 그냥 네모난.
누가 그 거북이 받침을 훔쳐갔나 했더니 그건 아닌 모양.
아무튼 이 비석이 있어서 동네길도 비석길이더이다.
이 비석을 보려고 언덕을 오를 때 동네 강아지들이 열렬한 환영을 해 주더군요.
비석이 있는 정자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여기에 억정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것이죠.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평화롭고 참 좋더이다.
경종대왕 태실도 근처에 있었습니다.
경종대왕이라.
태정태세 문단세...숙경영.
오라 경종은 숙종 아들이시군요.
그렇담 장희빈의 아들로 장희빈이 사약을 받았을 때 알을 잡혔다는 그 아들.
후손도 없이 죽은 왕이니 별로 흥미가 가지 않습니다.
(사실 언젠가 아들 두 명하고 왔었어요)
그래서 패스.
여기서 조금 아래 쪽에 '카페 밤밭 2017'이라고 이름이 예쁜 카페가 있던데 가 볼까 하다가 언덕 위에 있어 그것도 패스.
엄정면 소재지에 있는 예쁜 성당.
이름이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네요.
그런데 하필 성당 뒷쪽 언덕에 뭔지 대규모 공사가.
그 공사가 이런 아름다운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런데 라우렌시오라는 성자는 누구시죠?
(네이년에서 검색을 하니 나오네요)
엄정면 소재지에 있는 내창시장입니다.
내창장은 옛적에는 대단한 장이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목계나루가 있고 조선 시대 물류 창고였던 가흥창이 있어 왕년을 자랑할 만한 곳이지요.
지금은 그냥 시골 장터입니다.
오일장날이 되면 조금 북적이고 다른 날은 조용한.
이 엄정면은 한 인물이 탄생한 고장이기도 합니다.
김삼룡.
이주하와 함께 역사책 한 장면의 주인공이죠.
일제 강점기부터 육이오 직전까지 우리나라 공산주의 역사를 만든 장본인 중 하나입니다.
분단시대를 사는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나중에 나라가 통일이 되면 다른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를 인물이기도 하죠.
육이오 전부터 우익 세력이 강했던 목계 마을과 좌익 세력이 강했던 엄정은 갈등이 대단했다네요.
그러다가 전쟁이 벌어지면서 본격적인 피의 보복들이 이어지게 되지요.
아무튼 김삼룡 일가는 육이오 전후로 멸문지화를 당했다 하네요.
엄정면 소재지를 나와 목계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고개.
이름이 잠방고개.
사방이 고개인 듯 하니 엄정면은 분지 지형이 틀림없네요.
잠방고개에 대한 사연은 간 곳 없고 왠 라이온스 타령만.
일대 회장 아무개 이대 회장 아무개... 사십 일대 회장 아무개 사십 이대 회장 또 아무개 흐흐흐.
그래서 뭐 어쩌라고.
목계 마을입니다.
수석으로 유명세를 타던 마을인데 수석이 잡석이 되었나요?
목계는 한강변 마을로 조선 시대부터 목계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꽤 번성했던 동네죠.
길가에 민주열사 김중배 기념비가 있어서 김중배가 누구신가 궁금해서 다가가는데 바로 옆 버스 정류장에 앉아 계시던 한 아주머니가 난리를 떨더이다.
뱀이 있는데 왜 거기를 들어가냐고.
깜짝 놀라 발을 물리니 다리 밑에 있다고.
엄마야.
얼른 보도로 나오니 뱀이 모퉁이 돌 사이로 퇴장을 하시고 계시더라구요.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멋적어 아주머니가 소리를 질러 뱀이 더 놀랐겠어욧 하니 왠 미친놈인가 하는 표정.
민주열사 김중배는 이수일과 심순애의 사이드 주인공도 아니고 언론인 김중배도 아니고 한일협정 반대에 나섰다가 경찰 폭력에 돌아가신 분이더군요.
목계 다리를 건너면 목계 야영장에서 남한강 잔차길과 연결이 됩니다.
거기부터는 많이 다닌 곳이라 이것저것 알아 볼 흥미가 없어져 그냥 집으로 내달려 돌아 왔습니다.
도중에 만난 중앙탑 공원에는 가족나들이 팀으로 가득하더군요.
이렇듯 나들이 하기에는 너무 좋은 날이었죠.
이렇게 동산엄중 잔차놀이를 마쳤습니다.
오늘 주행거리 72.6 km
오전 10시 쯤 나가 오후 4시 쯤 돌아 왔습니다.
3일을 연짱 탔더니 생각보다 많이 더 피곤하네요.
동산엄중은 오늘 거친 동네들입니다.
동량면 산척면 엄정면 중앙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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