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잔차 놀이하는 날.
아내가 바쁘다고 도와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주었지만 오늘 못하면 한 주가 그냥 가니 그렇게는 안 되겠소.
오늘은 뱃재를 넘어 보기로 했습니다.
뱃재는 원주 귀래와 제천 백운을 잇는 도로에 있는데 충북과 강원도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뱃재를 넘는 도로는 그동안 임도로 생각하고 있어서 포장이 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카카오 지도에서 보니 포장이 잘 되어 있더군요.
도대체 왜 이런 도로에 포장을 했는지 의문이 드는 곳입니다.
암튼 우리나라 부자 맞습니다.
그러면 귀래에서 백운으로 갈까 아님 백운에서 귀래로 갈까 하다가 귀래 가는 차편보다는 백운 가는 차편이 아침에 더 여유가 있어 그렇게 하기로 합니다.
귀래는 원주가는 버스를 타면 되고 백운은 제천 가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코로나 영향인지 옛날보다 버스 편이 현저하게 줄었더군요.
제천 가는 첫차가 9시 10분이라서 여유 있게 나옵니다.
첫차가 이 시간이라는 것이 좀 이해가 안 되지만 충주에서 제천 가는 기차가 훨씬 빠르고 편해 버스 편이 이렇게 적어진 것이 아닌가 싶더이다.
제천행 버스인데 제천보다는 백운에서 내리는 손님이 훨씬 많았습니다.
백운은 기차가 없으니 버스로 밖에 연결이 안 되니 그런가 봅니다,
출발한 지 30분도 채 안돼 도착한 그 이름도 예쁜 백운면입니다.
흰구름면이라.
제천 주변의 면들은 이름이 참 예쁩니다.
백운 수산 송계 송학 금성 등.
오늘의 출발지입니다.
백운면 소재지에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제법 넓은 뜰이 나옵니다.
방학리 뜰인데 북으로는 주론산과 구학산 줄기가 남으로는 오청산 줄기 사이에 자리 잡고 있지요.
왼쪽 높은 산이 구학산 오른쪽 산이 주론산입니다.
1,000m는 채 안 되지만 900m는 모두 넘습니다.
주론산에서 구학산으로 연결되는 능선길은 참 부드러워서 산행하기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산에 미쳤던 아주 옛날이야기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은 삼봉산.
이 산 높이도 구학산과 비슷합니다.
언젠가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올랐었는데 그다지 강한 인상은 없었습니다.
벌써 벼가 익어 가는군요.
화당리 꽃댕이 마을에서 길이 갈립니다.
꽃댕이에서 신림 가는 길과 귀래 가는 길이 갈리는 것인데 이 두 길은 옛날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이 되어 유배를 갈 때 지났던 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양에서 배로 단강까지 온 다음 단강에서는 육로로 귀래 신림 그리고 주천으로 해서 영월로 갔다고 하네요.
걸어서 갔는지 말을 타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원통하고 슬펐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화당 초등학교는 진작에 폐교되었는가 했더니 아직 현역으로 잘 활동하고 있네요.
뱃재 가는 길에 만나는 대호지 마을입니다.
월간 산에 나온 삼봉산 등산지도에는 이 근처에 호식총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 동네에 호랑이가 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는 재미를 알아 누군가를 잡아먹었나 보죠?
잡아먹을 때 호랑이는 희생자의 두개골과 뼈 일부를 남기는데 사람들이 이를 화장해서 돌로 덮어 놓은 것을 호식총이라 했다 합니다.
아마도 대호지 마을이란 이름은 그 사연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님 말고.
화당 초등학교에서 대호지 마을까지 연서천을 따라 전원주택이나 별장들이 많네요.
좋은 건 모두가 알게 되는 법이지요.
대호지 마을을 조금 지나면 경사가 급해집니다.
내 잔차 그래블은 MTB가 아니라서 경사에는 조금 약합니다.
물론 내 다리도 약하고.
그래서 끌빠를 합니다.
그리고 그럴만한 사연도 있지요.
물론 지금 같은 도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단종이 넘은 고갯길이니 천천히 걸어서 넘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해서.
어느 것이고 끝은 있으니 정상이 나옵니다.
이 정상이 충북과 강원도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뱃재라는 고개인데 들리기는 배째처럼 들리네요.
배를 째라고 할 상황은 아닌데.
원주시에서 계발한 뱃재너미길이 이 뱃재에서 연결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폭우로 중간에 훼손이 되어 가지 말라고 막아 놓았습니다.
MTB 코스로도 좋아 보이던데 아쉽네요.
강원도로 넘어오니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괜히 강원도가 아니군요.
소태면으로 가는 녹재 갈림길까지는 그대로 땅에 처박힐 듯한 경사가 이어집니다.
녹재도 경사가 어마 무지하네요.
아무튼 백운에서 뱃재를 넘은 것은 너무 잘한 일입니다.
귀래에서 넘었더라면 훨씬 고생했겠더이다.
삼거리에서 귀래 가기 전에 나오는 운남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너머 능선이 충북과 강원도의 경계이기도 하고 충주시 경계이기도 하지요.
언젠가 저기도 걸었더랍니다.
아 옛날이여.
70년대 모습이 아직 여기저기에 보이는 귀래면 소재지 모습입니다.
원주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곳 귀래는 그러기에는 너무 시골인가요?
전에는 충주에서 원주 가는 길목에 있어서 나름 역할이 있었는데 동네 옆으로 4차선이 지나면서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 정지를 했나 봅니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그래도 이 모습이 더 정겹네요.
귀래 외곽에 새로 단장한 귀래 성결교회입니다.
같은 교단이라 반갑고 예쁘게 단장해서 더 반가웠어요.
안도 볼까 하다가 오늘은 그냥 패스.
다시 충북으로.
멀리 소태재가 보이네요.
앞에 보이는 이차선 포장도로가 구도로인데 소태재를 넘어 충주로 갔었죠.
지금은 터널이 뚫려 소태재는 그냥 패스입니다.
강원도와 충북 경계를 이루는 하천을 따라가는 도로를 달리다 야촌 고개와 주치 고개를 넘어서 내려오면 나오는 오량 마을.
동네 이름에서 고량주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오량은 술과는 상관이 없나 봅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청룡사지가 있고 국보와 보물이 한 점씩 있습니다.
마을비 바로 앞에 있는 느티나무 카페.
전에 왔을 때는 사람이 그득했는데 오늘은 인적이 드므네요.
장사를 안 하나 하고 살피니 장사는 하는 모양이던데.
동네를 살리려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벌렸다 하던데 잘 되어야 할 텐데.
충주시에서 가장 컨트리스러운 소태면 소재지입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초등학교도 있고 소방서도 있고 하나로 마트도 있고.
더 유명한 것은 밤입니다.
이 주변 모든 산은 밤나무 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간이 많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이 동네에 밤 주으러 오면 환영을 받습니다.
슬슬 밥때가 되어 이 부동산 식당을 이용하기로.
부동산 식당이라.
잔차 놀이가 중노동이고 멀리 캐나다에 사는 아들이 잘 먹고 지내라고 돈도 보내온 터라 오늘도 남의 살 덕 좀 보려고 메뉴를 알아보니 메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한 가지 백반으로 통일을 했다네요.
식당 아줌마가 그냥 차려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답니다.
그러마 하고 상을 받으니 꽤 괜찮더이다.
이게 6,000원이니 지난주에 산척에서 먹은 밥보다는 훨씬 좋더군요.
양도 푸짐하고 맛도 훨씬 더 좋고,
무엇보다도 남의 살이 이렇게 많잖아요.
임연수어에 젓갈에 멸치 거기에 어묵까지.
밥을 먹고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아내가 혼자 힘들 것 같아서.
해서 남한강 잔차 길보다 금가면 횡단길을 선택했는데 올망졸망한 고갯길이 많아 꽤 힘들었습니다.
금가면은 비행장에게 평평한 땅은 다 뺏기고 구릉만 남았나 싶더이다.
돌아오니 1시 30분.
집 나간 지 5시간 만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주행거리 60km.
얼마 되지 않은데 큰 고개와 올망졸망한 고개가 많아 쉽지 않았네요.
그래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다음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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