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1 살이

뭔가 김이 샌 잔차 타기

정안군 2021. 9. 25. 18:51



사장으로 취임한 직장(?)에서 내가 맡은 일은 청소인데 그간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속해서 쉬었더니 영 마음에 걸렸어요.
청소는 날마다 해야 되는 것인데.
누군가 그랬더군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주변의 먼지를 끊임없이 닦아 내는 것이라고.
닦지 않으면 어느샌가 먼지 구댕이에서 살게 된다고.
흠.
그래서 오늘은 잔차 타기를 좀 미루고 아내 격려 겸해서 청소를 하고 평소보다 일찍 돌아 왔어요.
그랬더니 버스로 어디 가기로 갔다가 잔차로 돌아 오기에는 시간이 살짝 늦은 듯 해서 오늘은 그냥 주변을 돌기로 합니다.
그렇다고 맥없이 나가기는 그래서 충주 신니면 문숭리 숭선사지를 오늘 목표로 합니다.
근처에는 신덕저수지도 있어 그냥 하루 소일 거리로는 적당해 보였어요.
왕복 50 km 가 살짝 넘는 거리니 딱이죠.
가는 동안 잔차 도로는 거의 없으니 최대한 한적한 도로를 이용해 가려고 그렇게 코스를 잡습니다.
일단 탄금대 방향으로 가서 탄금교를 건넌 다음 교통대 앞 도로를 이용하여 대소원까지 가는 걸로.
그리고 대소원에서는 구 도로를 타고 주덕을 거쳐 문숭리 입구인 동락 마을까지 가면 교통량이 많지 않은 도로만 달리게 되는 셈입니다.
옛날 국도가 새로 사차선이 뚫리면서 한적해진 도로가 된 것입니다.
11시 조금 넘어 출발합니다.
가다 보니 잔차 바람이 좀 부족한 듯 해 보였어요.
탄금대 인증센터에 가면 펌프가 있으니 거기서 바람을 넣기로 하고 일단 그 쪽으로 향합니다.
원래 가려는 쪽이라서 일정에서 크게 벗어 나질 않습니다.
집에서 탄금대까지는 거의 평면이지만 시내를 횡단해야 해서 신호등도 있고 잔차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아 가는 길이 쾌적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탄금대 인증센터에 도착을 해서 바람을 넣으려고 했더니 펌프가 고장나서 꽝이었습니다.
고장난 줄도 모르고 주둥이를 맞추느냐고 바람이 더 빠져 버렸는데.
어쩔 수가 없으니 그냥 좀 무겁게 나가는 잔차를 타기로 합니다.
아무튼 일정대로 코스를 따라 진행을 합니다.
예상대로 차량 통행이 거의 없습니다.
마치 잔차 도로로 착각할 공도를 달려 일단 대소원에 도착을 합니다.
점심 때가 되어 거기서 해결할 생각이었거든요.
대소원에는 맛집 한 곳을 알고 있어 그리로 갑니다.
식당 이름은 동의보감.
허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나요?
이 집은 오리탕이 주 메뉴인 듯 하지만 추어탕도 잘 합니다.
하긴 추어탕만 먹어서 나에게는 추어탕 집이 되겠습니다만.
수저가 잘 돌아 가지 않을 정도로 뻑뻑하게 나오는 추어탕이 7,000원입니다.
이 가격에 이 정도로 나오는 식당은 여기말고는 없을 거라고 이 연사 힘 주어 잉?
먹기 전 밥상 사진을 찍으니 왜 사진을 찍냐고 주인이 묻더이다.
나는 잔차 타는 사람인데 맛있으면 소문을 내 주는 그런 일을 한다고 하니 서울에서 잔차 타고 왔냐고?
흐.
서울에서 오는 사람은 이리로 오질 않고 강 따라 온다고.
한 그릇 깨끗하게 비우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주덕 입구 로터리 근처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습니다.
귀환 명령입니다.
힝.
호랑이 급은 아니지만 고양이 급은 넘는 아내의 명령이니 오늘은 할 수 없이 여기까지만.
왔던 길로 다시 돌아 갑니다.
라이더에게는 정말 하기 싫은 것인디.
터미널 앞에는 두 당의 플래카드 걸려 있었어요.
우리머시기 당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자유의 나라라네요.
저 당은 독재자 박 머시기와 그 딸을 추종하는 당인디 국민이 주인이라.
그냥 헛 웃음.
또 국민의 머시기 당은 지네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 듯.
과학방역?
이런 인간들 때문에 국민들이 똑똑하고 분별력이 있어야 되는 것이지요.
어쨌든 한 번 쯤 웃음거리는 줍니다.

오늘은 중간에서 멈춰 김이 좀 샌 느낌이지만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겠죠.
더 험한 일도 있을 수 있는 세상 아닙니까?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늘 상식적인 삶을 살고 싶긴 하네요.
나는 그렇게 살았는데.
돌아 오게 한 사유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만들어 내는 내 아바타의 진한 사연이었습니다.
난 고민거리가 없는 것이 고민거리인데 그렇게 만만하게 살아지는 게 아니라고 테스 성님이 알려 주네요.
아무튼 오늘은 9월 하고도 25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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