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월이 되었습니다.
10월이라.
늦봄부터였던가 그동안 하늘이 정말 맑고 예뻤는데 10월이 되니 뿌연 미세먼지가 다시 대지를 덮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난방을 시작했다죠?
맑은 하늘 아래에서 잔차를 타면 참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 그런 기분으로 다시 탈 날이 올까요?
이래저래 민폐 국가 종궈.
요즘 들어 더 막 가나는 짜장면집 사람들이라서 좀 많이 걱정이 되는군요.
오늘은 다시 지정된 근무일이라서 일찍 매장에 나가 청소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 월요일 휴일은 지난주 한 번만으로 끝난 셈.
아무튼 시간이 널널하게 남아 오후는 잔차 놀이를 하기로 하는데.
과연 어느 코스를 타면 잘 탔다고 노벨재단에서 상을 줄까나.
적당하기는 팔봉 코스가 좋을 것 같아서 그리로 가는 것으로 하고 매 번 시계방향으로 돌았으니 오늘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보세.
가끔씩은 이렇게 뒤집어 생각하고 반시계 방향으로 하는 것도 좋겠지.
그래서 오늘은 반시계 방향입니다.
시내를 가로질러 탄금대 앞으로 해서 가금 대교를 건너고 둑방 도로를 이어 달립니다.
이쪽 달천 둑방 도로는 처음인데 콘크리트 포장이라서 잔차가 좀 튀긴 했지만 차량 통행도 없고 참 좋았습니다.
건너 쪽은 남한강 잔차 도로라서 수도 없이 다닌 길입니다.
무슨 고기를 키우는 양어장 같은데 무슨 고기가 주인공일까요?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도축장이 있습니다.
양어장도 그렇고 도축장도 그렇고 동물들에게는 이 동네가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겠네요.
도축장 하니까 생각이 나는 게 있습니다.
어릴 적 우리 국민학교 건너 지금 부여박물관 터쯤에 도살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도축장이라고 하지만 그때야 당연히 도살장이었죠.
지금은 그 주변이 주택이나 각종 시설로 가득 찼지만 그때만 해도 공동묘지 아래 도살장 건물 한 동만 덩그러니 있던 좀 살풍경스러운 모습이었어요.
어쩌다 소 한 마리가 끌려가면 우리 동무들은 언덕 넘어에서 소가 처리되는 것을 보려고 몰려 따라가곤 했어요.
무섭고 또 혼나는 일이라서 그다지 많이 하지는 못했죠.
그러던 어느 날 소 한 마리가 끌려가고 우리들은 그 뒤처리가 궁금 해서 따라갔는데 그만 시간이 길어져 수업 시간이 되고 맙니다.
억지로 수업에 들어갔다가 다시 가보니 이미 소는 해체되어 고기 덩어리도 변해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 울음소리 그리고 그 엄청난 고기 덩어리.
그 후로 이런저런 생각에 고기는 안 먹으려고 하긴 하는데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서 그것이 좀 힘듭니다.
고기는 생선이나 달걀 정도로만 끝내고 싶은데 그냥 마음뿐으로 그치게 되네요.
어릴 적 소 울음소리에 또 언젠가 이 근처 개 농장에서 나던 개 비명 소리에 그 주변의 개들이 울어 대는 소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꽤 가파른 서낭 고개에 도전을 합니다.
이쪽에서는 처음인데 내려올 때 경사가 심했던 만큼 오르막 경사가 꽤 길고 심하더군요.
중간에 한 번 쉬고 잠시 끌바 그리고 오르긴 올랐습니다.
일단 오르니 수주 마을까지 계속 내리막이었어요.
내리막은 신나죠.
그렇게 수주 마을을 지나다가 참 좋은 절이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끕니다.
참 좋은 절이라.
얼마나 좋길래 그럴까 싶어 그쪽으로 가 봅니다.
그쪽은 언젠가 충주 경계 돌기를 할 때 가 보곤 처음입니다.
제방을 따라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가보니 제방이 얼마 안 가 끝납니다.
벌써 가을이 깊어지는지 낙엽이 상당합니다.
가을이 조금씩 깊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강 건너 봉우리가 옥녀봉.
옥녀봉 능선이 충주와 괴산의 경계입니다.
정상에서 이쪽으로 길이 없어 경계 돌기 할 때도 이리로는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그 시절을 찾아보니 한 겨울철이었네요.
그때 고라니가 얼음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제법 운치가 있어 보니 그간 별장이 이 주변에 굉장히 많이 생겼더이다.
앞에 보이는 강이 달천인데 좀 더 상류 쪽으로 가면 괴강으로 이름이 바뀝니다.
서낭당인가 했더니 사람 사는 살림집인 듯 보였어요.
그래도 그냥 살림집 같진 않고 요즘 청와대 주인이 되겠다고 나선 윤 씨 아저씨가 좋아하는 무당파가 사는 집일까요?
언뜻 보면 운치는 있는데 밤에는 뭔가 무서울 듯한.
이 별장 같은 집이 그 주인공 참 좋은 절이었어요.
이름도 좋고 절의 모습도 상상을 넘는 그런 스타일.
주지 스님을 만나고 싶어 지더군요.
왠지 분위기 있는 분일 듯해서.
참 좋은 절 앞에 펼쳐진 달천 모습입니다.
예뻐라.
참 좋은 절 덕분에 수주 마을 안쪽까지 볼 기회를 얻었네요.
수주 마을 길로 다시 나와 팔봉을 찍고 달천 강변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오늘 일정을 끝냈습니다.
주행 시간 3시간
주행 거리 50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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