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11월 17일 수요일

정안군 2021. 11. 18. 15:33

새벽까지 꿈속에서도 아팠습니다.

이렇게 아픈데 오늘 서울에 갈 수 있을까?

아내 혼자 가라고 하면 너무 힘들텐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온통 차있었죠.

그래도 일어나니 꿈속에서의 상황보다는 몸이 좀 괜찮은 것 같았어요.

그러면 가야지 어쩌겠어.

어제 아침 잇몸이 약간 붓기가 있어서 치솔도 잘 닦아 보겠다고 한 것이 저녁이 되니 대부에서 주인공인 콜레오네 영감 역의 말론 브란도처럼 되어 버렸어요.

아침에는 말론 브란도가 형님할 정도였고.

힝.

아마 낮에 모처럼 시간 여유가 생겨 잔차를 탄 것이 이모저모로 무리여서 그게 겹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보여요.

잇몸만 그러면 괜찮은데 몸살끼가 겹쳤던 모양입니다.

온몸이 무겁고 머리도 아프고 이거야 원.

비상약으로 남아 있는 물 건너 온 감기 몸살 약으로 우선 몸을 달래 봅니다.

그리고 평상시와 같은 시간에 출발.

 

비슷한 시간에 서울에 도착하여 일빠로 한 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귤 사오기.

몸이 만근에서 한 근 빠지는 정도로 무겁지만 아내의 지엄한 명이시니.

4 주째 이 타이벡이라는 감귤을 샀는데 이제는 그만 사야겠어요.

5 kg 한 상자에 7,900원이니 싸긴한데 싸면 다 이유가 있겠죠.

맛이 맹탕도 이런 맹탕이 없네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잘 먹다가 질렸는지 맛이 없는지 잘 안 먹더군요.

 

점심을 먹고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센터에 데리고 갔습니다.

센터에 도착하면 늘 느끼는 점이 주차 공간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곳은 주차장이 널널해서 횔체어도 굴릴 수 있고 또 휠체어를 타고 여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야 되는 것인데 모두 안 됩니다.

지난 주는 한 쌍둥이 엄마가 상담 차 왔다가 차를 주차할 곳도 없고 또 유모차를 타고 센터에 올 수도 없어서 어찌하나 고민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참 안타깝더군요.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에 두 표.

 

아이들은 공부하고 나는 너무 힘들어 소파에 누워 명상 시간.

지난 주까지는 뒷산에도 갔다 오고 하천변 산책로도 갔다 오곤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그럴 힘이 없더이다.

1시간 30분 후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 옵니다.

그리고는 혹시나 해서 집으로 들어가자고 하니 역시 대답은 강력한 No.

 

당연한 것처럼 늘 하던대로 유모차에 쌍둥이를 태우고 나들이에 나섭니다.

안 해도 될 듯한 안전띠는 안 하면 클나는 줄 아는 우리 쌍둥이 자매들.

 

오늘은 날이 좀 따뜻해 아이스크림 가게로.

센타에서 교육을 세게 받아 아이들이 좀 힘들어 할 것이라는 선생님 말씀처럼 이 시간쯤 되면 아이들이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호의 눈에 잠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우는 싱싱하고.

얼마 후 호가 까무룩 가게에서 잠이 듭니다.

하지만 우는 지 볼 일 다 보았으니 나가자고 조르고.

 

할 수 없이 에너자이저 우만 데리고 산책에 나섭니다.

불광천 하천변 도로를 따라 도는데 날은 참 좋더이다.

하지만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허리는 왜그리 아프던지.

조금 앉아서 쉬려하면 우는 계속 움직이라고.

이래저래 힘이 많이 들었네요.

한 시간 반 가량 돌다가 아이스크림 가게로 돌아오니 아직도 호는 꿈나라에.

잠시후 호가 일어나서 같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 옵니다.

 

다행히 쉽게 집으로 들어서니 늘 하던대로 아이들은 옷과 양말은 벗어 집어 던지고 자기 하고 싶은 모드로 들어가는데.

나는 좀 쉬려고 소파에 누우니 우가 추피 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 달라는군요.

공포의 추피.

한 권, 두 권, 세 권 그리고 네 권.

너무 힘이 들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TV를 켜니 우가 난리를 부립니다.

아니라네요.

지금은 TV 시대가 아니고 추피 시대라고.

할 수 없이 또 다시 추피 책으로.

추피 동생은 파니, 추피 친구는 랄루와 필루.

추피 엄마 그리고 아빠 추피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왜 내가 추피 일가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우가 추피와 데이트를 할 때 호는 담요로 자기만의 세상을 꾸밉니다.

호처럼 그러면 내가 얼마나 편할꼬.

 

다행히 오늘은 아이들 엄마와 아빠가 일찍 돌아와서 우리도 좀 일찍 집을 나섭니다.

미리 챙겨 놓은 감기 몸살 약은 다시 물과 함께 먹어 두고요.

일찍 나서면 기다리는 건 교통체증.

북부로 그리고 북부간선로가 예상대로 무지 막힙니다.

그래도 구리 IC까지만 오면 거기부터는 확 뚫리니 그려려니 합니다.

 

아무튼 집에 오니 오후 8시 50분.

몸 상태가 엉망인 상태로 하루를 보내 완전 기절 직전이지만 그래도 주어진 미션은 잘 마쳤으니 어쨌든 보람찬 하루였네요.

아이들 만난 것이 보약이었는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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