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안타키아] 크리스천의 고향 안디옥으로 가자

정안군 2022. 4. 22. 11:31

어제 열심히 돌아다니니 이스탄불은 이제 더 이상 매력 덩어리가 아니었어요.

거기다 요즘 폭등한 교통비는 만만한 것이 아니네요.

큰돈은 아니지만 생각 외로 지출이 많으니 좀 짜증이 나더이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모든 게 내 기준입니다.

사람이 좀 적고 교통 체증이 좀 적고 그러면 더 좋았겠지만 페리로 대륙을 건너는 것이나 아야 소피아 광장의 평안한 정취는 분명 매력이 있었어요.

 

아무튼 오늘은 바울과 바나바 형님이 계셨고 많은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크리스천이라는 명칭이 최초로 생겼던 안디옥 현재 이름 안타키아로 갑니다.

우리가 예매한 항공편은 페가수스라고 저가항공인데 신공항에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쪽에 있는 사비아 괵첸 공항에서 갑니다.

사비아 괵첸은 아타튜르크의 수양딸로 세계 최초의 여성 비행사였다 합니다.

아타튜르크는 그 당시로서는 굉장히 앞서가는 생각을 한 분이었어요.

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든가 여성에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등.

아마도 유럽에서 벌어졌던 종교와 정치가 같이 놀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잘 알고 있어서 그랬겠죠.

 

어제 어디에서 공항을 갈까 미리 탐색한 결과 탁심 근처의 하바스 버스를 이용하자고 결론 난지라 그곳으로 일단 갑니다.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 트램으로 종점까지 간 다음 후니쿨라로 올라가면 거기가 탁심광장입니다.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된 곳이라 속이 시원해집니다.

 

시간이 널널해서 광장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시간과 돈을 죽이고 있는데 불법 주차 차량 반속반이 출동해 차를 견인해 가는 장면을 덤으로 보여 주네요.

나중에 딴 소리를 할까 봐 사진 채증 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인가 봅니다.

견인차는 밴을 가볍게 들어서 싣고 승용차 하나는 꽁무니에 달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차 주인들은 좀 고생하겠어요.

 

별다방은 언제나 어디나 그렇듯이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 그 옆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돈값을 하느냐 분위기는 좋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돈으로 8500원 정도니 여기가 한 나라의 수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싼 편이지만(우리 기준) 현지 물가로는 어마 무시한 값이에요.

광장에서 좀 걸어 포인트 호텔을 끼고돌면 만나는 하바(Hava) 버스.

이 친구가 사비아 괵첸 행.

그 앞에 있는 하바이스트(Havaist) 버스는 신공항 행입니다.

30분마다 한 대씩 있는데 갈 시간이 되니 거의 만석이네요.

이 버스 요금도 많이 올랐네요.

52.5리라이고 무조건 현찰입니다.

카드는 안 된다고.

 

별로 막히는 구간이 없이 도착한 사비아 괵첸 공항.

아주 아담한 규모입니다.

입구에서 일단 검색을 하고 페가수스 카운터를 찾아가 수속을 하는데 모두 기계하고 면담을 해야 합니다.

물론 도우미가 있어 진행은 도와주지만 짐이 조금 넘었는지 조금 봐달라지 하는 것은 이 동네에서는 웃기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화물을 넉넉히 미리 신청해 놓은지라 여유가 있었는데 여기서 돈을 아끼려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은 많이 당황할 듯한 분위기였어요.

언어가 안 되면 걱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도우미가 잘 처리해 주어 별 어려움은 일단 없습니다.

 

공항 한 구석에 있는 카페에서 시킨 아이스크림과 빵.

일단 신선하고 맛있네요.

이것도 공항이라 비싼 건 아시죠?

그래도 선불이 아니라 후불이라는 거.

시간을 안 지키는 항공사라 소문이 많아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건 전혀 기우였어요.

정시에 출발하여 정시에 도착.

그런데 승객들은 우리와 같은 이 물질이 없이 순수한 토종들만 있네요.

여기도 물론 아시아지만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 출신은 눈을 씻고 봐도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안타키아는 옛날 시리아 땅이라서 아랍 인종이 산다던데 아닌 게 아니라 얼굴 분위기도 좀 다릅니다.

 

안타키아 공항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대기하던 중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미스 프린세스입니다.

공주님.

이목구비가 뚜렷한 예쁜 공주님인데 성인이 되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가 많이 되는 얼굴입니다.

엄마를 보면 그 정도는 안 될 듯도 하고.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엄마는 딸만 못 하네요.

안타키아 공항입니다.

소박하게 걸어서 이동.

짐을 찾아 나오니 공항버스인 Hava 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운전기사는 덩치가 있는 아줌마.

분위기가 독일 여성 같은데 매우 친절하더군요.

요금은 27리라.

여기는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군요.

구 터미널(에스키 오토가르) 근처에 간다니까 버스가 근처에 가니 거기서 좀 걸어서 가면 된다고 유창한 터키어로 설명을 해 주었어요.

우리는 유창한 고갯짓으로 알았다고.

시골인지라 모든 게 시골스럽게 느리고 여유가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무려 1시간 반이 지나 시내 중심지에서 내릴 수 있었어요.

거리는 24km 정도였는데.

기사 아줌마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알려 준 다음 우리에게  귤레귤레랍니다.

잘 가라는 인사말이겠죠.

멀지 않은 거리를 걸어 예약한 숙소에 도착을 합니다.

생각보다 좋은 점도 있고 또 좋지 않은 점도 있는 숙소였어요.

안타키아는 태국 일반 도시가 그렇듯 환경 정리에는 여유가 없는지 녹지나 휴식 공간이 거의 없네요.

그냥 흔한 콘크리트 도시라는.

내일 옛 시가지로 나가면 느낌이 달라질까요?

 

숙소를 찾을 때 가장 매력 포인트였던 대형 매장은 그래도 기대 이상입니다.

무엇보다도 마트가 있어서 여러 가지를 살 수가 있었네요.

이런 매장이 생기면 한 곳에서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으니 우리에게는 좋겠지만 지역 상가는 폭망 모드겠지요?

늦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오는 도중 만난 상가는 거의 문을 닫았고 유명 식당만 화려한 조명을 자랑하더군요.

 

아무튼 안디옥에 왔네요.

살면서 이곳에 오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우리 기독교인들 크리스천에게는 안디옥은 참 뭐랄까 마음의 고향이랄까 그런 게 있나 봅니다.

 

별로 걷지도 않고 어렵지 않은 이동이었는데 역시 삶의 장소를 옮기는 것은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