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한 숙소가 드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방이 도로가에 있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밤새 어디 가는 꿈을 꾸었다는 슬픈 전설이.
뻔히 아는 일을 왜 거기다 정했냐고요?
그게 바로 돈의 힘이랍니다.
호텔을 구하는 앱에서 소개되는 미끼상품을 물게 되는 이런 결과가 오지요.
좋은 것하고 바꾸면 되지 않느냐?
물론 됩니다.
돈을 조금 더 내기만 하면.
그런데 단기가 아니라 장기로 나선 몸이 좀 비싼 호텔을 쓰게 되면 나중에 감당이 안 되는 폭탄을 맞게 될 수도 있어서 그러기가 참 힘듭니다.
그래도 이스탄불에서 쓰던 방보다는 조금 더 넓어 여유(?)가 있었어요.
거기서는 옴짝달싹을 못 할 정도였는데 여기서는 움짤은 못해도 달싹은 할 수가 있어서리.
밤새 차를 타고 놀았으니 아침에는 좀 푸짐하게 먹어야겠죠.
이 동네 좋은 점은 너무 싼 호텔이 아니면 어지간하면 아침을 준다는 것입니다.
진수와 성찬을 기대하면서 식당인 옥상에 올라갔더니 짠.
정말 진수성찬이었어요.
이런 스타일이 터키 아침 식사랍니다.
건강이 넘칠 듯한.
특히 치즈 종류는 이게 몇 가지여?
또 치즈만 주면 게눈 감추듯 하던 우리 둥이들 생각이 납니다.
우리에 비해 확실히 먹거리는 푸짐하네요.
빵 종류도 세 가지나.
깨 빵, 호두빵 그리고 심플 빵.
다 내가 매일 아침 먹는 파리 머시기 빵에 비할 게 아니네요.
하긴 빵을 하루 이틀 만들어 보았겠어요?
하지만 나는 소박하게 이 정도만.
다만 한 번은 아니었어요.
달걀도 프라이가 아니라 꼭 삶은 거로 주니 더 건강해지는 느낌.
높은 곳에 올라왔으니 감동이 있는 땅 안디옥 즉 안타키아를 눈에 담아 둡니다.
이쪽은 북쪽.
뾰족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교회이지만 여기는 사원.
동쪽인데 산기슭에 베드로 형님이 설교를 했다는 동굴이 있습니다.
공짜도 아니고 땡볕에 올라가기가 그래서 나는 생략.
물론 베드로 형님이 지금 거기 계신다면 만나러 가봐야겠죠.
하지만 그 형님은 저기 바티칸에 계십니다.
아니네요.
세계 여기저기 베드로 성당에 계시는군요.
여기도 성 베드로 그리스 정교회가 있습니다.
얽기고 설켰던 그리스와 터키는 지금도 종교에 그 흔적이 남아 있어요.
우리를 신나게 한 종합 몰.
영화관도 있고 별다방도 있고 마트도 있고 다 좋은 곳이더군요.
아 또 담배 피우는 여자분들도 무지 많은 곳이었어요.
내 앞에 앉은 아가씨가 연신 피우기에 지나친 흡연은 건강에 안 좋아라고 했더니 자기도 잘 안다나.
그래서 행동하는 것이 아는 것보다 난 겨.
미안해서 좀 덜 필까 했더니 별로 반응이 없었어요.
한국에서라면 틀딱이 헛소리한다 하겠지만 한 소리 하고 싶었어도 이 동네에서 외국인에 노인 네니 그냥 참았겠죠.
자 이제 공식 행사 시작입니다.
우선 세계적으로 로마시대 모자이크로 유명한 안타키아 박물관부터.
길 찾기는 Moovit 앱만 깔면 쉽게 해결이 되지만 이 동네는 그런 게 별 필요가 없었어요.
길가에서 누구에게 뭘 묻기만 하면 옆에 있던 사람도 나에게는 왜 안 물어보는지 서운해하는 표정이니.
물론 자신 있게 다르게 알려 주는 사람도 널린 것은 함정.
자기가 알려 준 버스를 타라고 하다가 기사가 안 간다고 하니 와이낫 하는 제스처.
여기도 Kart가 있어야 한다지만 우리는 그런 것 없으니 그냥 돈으로 주면 잘 받습니다.
요금은 이스탄불과 같았어요.
어디서 내릴까 그런 걱정은 이 동네에서는 안 통합니다.
우리가 어디서 내릴 줄 아는 기사가 잊지 않고 있다가 틀림없이 알려주니.
새로 지어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건물이 제법 그럴듯합니다.
물레방아는 안타키아를 흐르는 강에 설치되었던 것을 기념하여 세워졌다 하네요.
입장료 받는 곳입니다.
이것저것 다 싫고 표만 달라하면 40리라입니다.
종이가 붙어 있기에 떼어보니 원래는 27리라, 그 위에 30 다시 40짜리가.
이렇게 재고가 소지되기 전에 가격을 올릴 정도니 얼마나 인상이 빨리 되는지 알 수 있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 태극기 아래에 소개된 백성은 한국인이 아니고 중국인.
언제 두 나라가 하나가 되었죠?
기분 상 우리나라가 손해는 아닌 듯 보였어요.
사람들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태극기이니.
입구에 계신 할아버지.
그런데 누구신가?
이 동네는 대개 기원전 수 천년 전이 무대라서 이 분도 일단은 우리나라 단군 할배, 그 할배의 더 할배 또 더 더 할배가 나기도 전일 것입니다.
일일이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이런 건 직접 와서 봐야 생동감이 나지요.
다만 몇 종류 인상적인 것만 남길게요.
이 항아리는 포도주를 담던 항아리랍니다.
예수의 첫 이적인 가사의 혼인 잔치에 등장한 항아리가 이런 종류가 아닐까 싶어서 감동이.
다음부터는 바닥과 벽 모자이크입니다.
로마제국 참 대단해요.
워낙 많은 자료가 인터넷에 있으니 더 관심이 있는 분은 검색을 해 보시길.
아내가 썩소를 날린 듯하다는 아저씨 두상.
다른 한 분은 우거지 상.
대리석에 이런 표정을 담은 조각가는 참 대단합니다.
컴컴한 방이 있었고 그 입구에 경비가 지키고 있어 분명 대단한 것이 있겠다 싶어 들어갔더니.
공동묘지였어요.
그냥 관들이 놓여 있던.
그런데 가장 안쪽에 있는 관은 표면에 장식된 조각이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대리석이 아니라 나무로 조각했다 해도 이렇게는 못 할 것만 같았네요.
죽은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별도로 한다 해도 참 대단합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칠 때쯤 되니 패키지도 있고 학생들 단체도 있어 대단히 번잡해집니다.
우리나라 패키지는 솔직히 이런 곳에서 잘 못 만납니다.
이곳은 성지순례나 오는 곳인데 이런 것들이 있는 박물관은 성지와는 관계가 없기도 하고 워낙 많은 곳을 짧은 시간에 다녀야 하니 여유도 없죠.
시내를 흐르는 오란테스 강입니다.
옛날 안티오코스를 안티오코스로 만든 것이 이 강인데 퇴적이 되고 지진이 일어나면서 망조가 들게 되죠.
바울과 바나바도 이 강을 따라 바닷가로 나가서 선교 여행에 나서게 됩니다.
지금은 맹바기식으로 공사를 해 놓아 아무런 감흥이 없네요.
옛날 프랑스 영사관을 부가 자로 직위와 직분을 승계한 어느 교회에서 구입해 안디옥교회를 재건했다고 하는 곳입니다.
여러 생각이 많았지만 선교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긴 설명은 생략합니다.
다만 이런 생각만.
뭐든지 창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수성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요?
이제 공부는 많이 했으니 먹어 볼 시간.
힘들여 찾아간 곳은 옛날 낙타를 타고 장사하던 상인들이 머물던 곳을 식당으로 꾸민 곳인데 내가 찾은 음식은 다음 달이나 되어야 시작한다네요.
그래서 헛다리.
꿩 대신 닭으로 선택한 이웃집.
좀 허름합니다.
그래도 귀네페로 유명한 집이랍니다.
기껏 찾았더니 아내는 복잡한 시장 통 골목 허름한 곳에 왔다고 앵그리 버드.
이곳의 명물 귀네페입니다.
터키어가 아랍어 글자에서 알파벳 글자로 바뀔 때 당시 친했던 독일의 영향으로 움라우트라고 a o u 모음 위에 점이 두 개 찍힌 표현 방식을 채택합니다.
'귀'는 u에 움라우트가 들어가 우 발음이 위 발음으로 되지요.
이런 건 말 그대로 알쓸신잡.
나중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배운 적이 있는 독일어가 터키에 오니 도움이 되는군요.
독일어는 슬픈 기억만 있는데 이제서 빛을 보나요?
아무튼 이 귀네페.
치즈가 많이 들어가 쫀득한 것이 참 맛이 있네요.
창업한 곳에 먹으러 갔는데 장소가 수준에 안 맞는다고 생각한 아내도 일단 먹어보더니 나보다 더 많이 먹었어요.
또 둥이들 생각.
둥이 엄마와 둥이가 같이 와서 먹으면 너무 신나 할 것 같은.
이거 너무 가족적이 되었나요?
이건 간식으로 차와 같이 먹어요.
잘한다고 소문이 난 집은 시장 한복판에 있어서 찾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구걸하는 시리아 난민이 안내인으로 나서서 좀 난처했는데 찾아 주고는 의외로 순순히 돌아가더군요.
전형적인 구걸 형태이던데.
아이를 소품으로 삼은 엄마.
나중에 아내가 그 여자인 줄 알고 얼마를 주었는데 주고 나서 보니 다른 여인.
그래서 성서에도 나오죠.
열심히 일한 사람이 허탕 치는 일이 있고 일하지 않은 사람이 이득을 얻는 경우가 있어 다 헛되다고.
돌아갈 때 자기가 아는 축복의 언어는 다 하는 듯하더군요.
본격적인 점심 식사입니다.
어제 호텔을 찾아갈 때 옆을 지나갔는데 손님이 넘쳐나더군요.
이런 맛집을 놓치면 절대 안 되죠.
왼쪽부터 사라다(영어의 현지 터키 화), 아다나 케밥 그리고 텝시(Tepsi) 케밥.
이 텝시 케밥은 이 동네 명물로 쇠고기를 잘게 다져서 굽고 위에 토핑을 한 것인데 우리나라 떡갈비와 맛이 비슷하다고 소문난 친구예요..
이외에 빵과 채소는 스키다시입니다.
맛이야 맛집이니 두 말할 것 없고요.
계산할 때 다시 놀랍니다.
계산서를 보니 104리라.
무려 8600원.
거저 아녀 그런 생각이.
이 동네가 갑자가 막 좋아지던데 글쎄요.
결론은 내일 다른 곳으로 떠나자.
여기는 일단 벌써 여름 날씨라 너무 뜨겁고(물론 건조해서 그늘에 있으면 괜찮기는 하지만) 그리고 도시가 별 매력이 없습니다.
명물인 박물관은 이미 섭력을 했으니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죠.
바울 형님, 바나바 형님 그리고 베드로 형님께 너무 일찍 떠나게 되어 죄송하네요.
그래도 결심합니다.
그리고 전 터미널(에스키 오토가르)에 가서 내일 오후 버스표를 구입합니다.
구입은 여기에서 할 수 있지만 버스는 새로 옮긴 터미널에서 타야 한다네요.
에스키는 '옛날'이고 '예니'는 '새로운'이란 뜻인데 이 둘이 들어간 용어가 꽤 많습니다.
여기 와서 많이 듣는 말이 '타맘'이라는 말인데 문제없어, 좋아, 그래 그런 뜻이랍니다.
어지간한 일이면 모든 사람들이 이 타맘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래 세상살이다 다 타맘이지.
나도 배워 타맘 타맘 하고 다니면 여기 사람들이 꽤 좋아합니다.
어디로 갈까요?
궁금하시면 계속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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