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돌아와 맡겨 둔 가방을 가지고 택시를 불러 터미널로 향합니다.
신터미널(예니오토가르)은 시내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서 처음 지을 때는 벌판에 지어 놓은 느낌을 받았을 듯해요.
지금은 그 근처에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정리가 잘 안 되어 난개발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가난한 동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고 갑니다.
우리 바울 형님과 바나바 그리고 베드로 형님 시절만에 도 이 동네는 잘 나갔었을 텐데 지금은 변두리 쇠락한 도시에 불과합니다.
어찌 되었든 나흘을 이틀로 끊고 가는 것이 잘한 결정이었어요.
68리라가 나왔는데 2리라는 팁.
아내도 놀 때는 크게 놉니다. ㅎ
도착을 해보니 무려 한 시간이나 남았습니다.
많은 버스 회사 간판들.
이 나라는 회사가 각자 알아서 영업을 하는 형태라 여기저기 회사. 간판으로 좀 어지럽습니다.
어제 산 CSR 회사도 보이네요.
가장 대중적인 회사는 메트로(METRO)라고 하는데 내가 살 시점에서 그 회사 표는 매진.
가격도 싸고 도착 시간도 30분이나 빠르던데.
하긴 돈이야 그렇다고 해도 도착 시간이 빨라 6시 30분에 도착하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차라리 좀 늦게 도착하는 것이 더 낫지요.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
무려 벤츠.
하지만 우리 버스만 벤츠가 아니라 다 벤츠입니다.
다른 회사 제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본래 터키의 독일 사랑이야 소문났지요.
그 뿌리는 집어 1차 세계대전 때 편먹었다가 쫄딱 망한 역사가.
그때 좀 정신을 차려서 히틀러가 그렇게 꼬셨어도 그때는 표면 상 중립은 지킵니다.
대전 후 미국의 품의 안겨 편히 지내보고 싶어 마침 벌어진 육이오 참전을 나서서 하게 됩니다.
그 덕에 나토 가입도 이루어 소련의 호시탐탐 약욕나고 그 뒤로 중국과는 원수 관계 계속 유지.
서유럽 쪽 애들은 동맹이라 하면 같이 싸워 피를 흘려야 동맹으로 취급을 받습니다.
그냥 돈만 대어서는 취급을 못 받죠.
지금 일본이 그 짝이라서 헌법을 고쳐서라도 미국과 같이 피(?)를 흘리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그놈의 진짜 동맹이 되고 싶어서.
미국에 우리가 일본과 다르게 취급을 받는 게 그 점입니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같이 싸웠고 왜놈들은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돈만 잔뜩 벌어서리.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림의 시간은 참 빠릅니다.
사람 구경이 재미있어 그런가요?
늦장을 피우면 어쩌나 했더니 터키는 그런 것 없습니다.
1분도 늦지 않고 정시에 출발.
버스가 벤츠라서 신이 낫는데 좋은 점은 맨 앞자리라서 경치 구경이 시원해서 좋았는데 자리는 뭔가 좀 불편했습니다.
독일 인간들 몸에 맞춰서 그런가?
좌석 간격도 생각보다 좁고.
나중에 알았는데 낮에 운행하는 버스와 밤의 것은 앞뒤 간격이 다르다네요.
나 상식으로는 밤 버스가 좀 널널하게 그리고 낮은 좀 촘촘하게 배치할 듯했는데 반대였습니다.
내가 탄 버스가 밤 버스이니 좁은 것이죠.
얼마를 가니 가슴에 잔다르마(JANDARMA)라고 쓴 방탄복을 입은 친구들이 검문을 합니다.
한 구석에는 장갑차까지 있고 태도도 상당히 위압적이네요.
마치 중국 공안이나 베트남의 그 친구들을 보는 듯.
같은 종자인 듯한데 잔다르마가 뭔가?
이런 때는 번역기 검색.
헌병이랍니다.
새병이 아니라 헌병.
그려 그렇게 놀다가 죽거라.
얼마간은 밀이 가득한 벌판을 달립니다.
이러니 빵 인심이 그렇게 좋지.
그러다 고개를 넘는데 풍력 발전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고불고불 고갯길을 넘으니 길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제까지 그냥 국도였으면 거기부터는 고속도로로.
하타이 즉 안타키아 지방이 홀대받는 느낌이 물씬 나더이다.
하긴 터키 사회에서 가장 홀대받는 집단이 쿠르드족과 아랍족이라더니.
하타이도 아랍족의 동네라서 분위기가 정말 달랐죠.
허름, 초라 또 뭐가 있나요?
고개를 넘으면 이스켄드룬(iskendrun)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세기의 전투라는 이수스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4만 병력의 알렉산드로스와 9만 병력의 다리우스가 여기서 전투를 벌였죠.
결과와 잘 아는 대로 알렉산드로스의 대승.
전투 중에 자기를 향해 치고 들어 오는 알렉산드로스 기병에 겁을 잔뜩 먹은 다리우스가 도바리를 치면서 전쟁이 끝납니다.
전투는 비록 이어졌지만 대장이 도망을 쳤으니 결과는 뻔하죠.
비록 여기서 도망은 쳤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추적에 의해 다리우스는 도망을 치다가 결국의 부하들의 손에 죽고 말면서 그의 인생이 종 칩니다.
그 전투의 현장이 이곳이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승리를 기념하여 도시는 알렉산드라타(Alexandratta)가 되었고 이것을 현지 사람들이 이수스로 불렀다 합니다.
이 도시는 이집트 운하가 완공되기 전까지 시리아, 이란 그리고 인도로 이어지는 내륙 통상의 중심지가 되었다는군요.
아.
어지간하면 알쓸신잡은 생략하려 했는데 얼마 전 본 알렉산더가 생각이 나서리 좀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도시 너머로 지중해가 펼쳐지는데 석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어둠.
긴 밤을 지새우려 합니다.
아주 긴 밤을.
한참을 달려 도착한 도시 아다나(Adana)
꽤 큰 도시이고 밤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도시도 좀 품위가 있어 보입니다.
가는 LED로 길게 만든 아치형 신호들도 있었어요.
그 아치가 신호에 맞춰 색이 변하니 대단하고 소리가 절로.
이 버스는 목적지까지 군데군데 정차하며 진행을 합니다.
한 번 서면 이삼십 분 정도.
담배 타임이기도 한데 이 동네 담배는 정말 대단한 수준입니다.
모두 모여 담배를 피우면 야외에서 삼겹살 구울 때 나는 연기 수준입니다.
어디서나 풍겨 오는 담배 연기 냄새.
옛날 중국 인상이 그랬는데 이제는 터키가 그럴 듯.
악사라이라는 곳과 터키 수도 앙카라를 경유합니다.
그 근처에 휴게소에서 쉬기도 했고.
그런데 다리가 마비될 정도로 아팠어요.
비행기 이코노믹 좌석에서 20여 시간을 넘게 탔어도 다리가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이놈의 벤츠 좌석은 아무래도 나에게는 상극인 듯.
처음 버스가 출발할 때 기사 2명과 조수 1명이 탔었는데 약속 시간이 되었는지 칼같이 운전대를 넘깁니다.
앙카라를 나와 검문이 있었는데 경찰이 운전사를 버스 앞에 세우고 사진을 찍고는 뭔가 서류를 보더군요.
그 시간대에 운전하는 기사가 맞는지 확인하는 듯했습니다.
뭔가 돈을 탐내서 그런 가 했더니 그건 아니더군요.
점점 날이 밝아지면서 주변 경치가 펼쳐지는데 대평원입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대지.
참 예쁘더군요.
오스만 군대는 진짜 좋은 땅을 차지했습디다.
이러니 이 땅을 서로 뺐겠다고 어지간한 주변 종자들이 다 숟가락을 들고 덤볐죠.
한두 사람을 죽으면 살인자 되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 되고, 적은 돈을 사기 치면 사기꾼이 되지만 엄청난 돈을 사기 치면 대통이 되고, 또 작은 잘못을 저지르면 재판을 받아 집안이 망하는 재앙이 되지만 엄청난 일을 저지르면 이 자도 대통이 되는 세상.
대단하지요.
하지만 세상 권세 부귀 다 한 방에 갑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지금 어디서 뭐를 하지요?
너 인마 너한테 하는 소리여?
누구?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바로 에스키셰히르입니다.
그냥 우리말로 하면 오래된 동네 구읍 정도가 됩니다.
긴 비행에 또 거친 동네 모습에 지쳐 몸도 정비하고 여유를 갖으려 일단 싸고 편하고 교통망도 좋은 이곳으로 질러서 왔습니다.
제법 큰 대학이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싼 숙소도 많고 뭐 대충 그렇답니다.
일단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고 다음 주가 이 나라 명절에 해당하는 기간이라서 적어도 이 주 정도는 이동이나 이런 것은 하지 않고 이곳에서 지내려고 왔습니다.
고생한 기사에게 박수를 쳐 주고 내렸는데 어 그만.
어깨 가방을 차 안에 두고.
얼른 다시 올라가 챙겨 내립니다.
이동 간에 이러는 게 벌써 두 번째네요.
다음부터는 버스 선반에 뭔가를 두지 않기.
조금 늦게 도착해도 좋았는데 버스는 정시에 도착을 했어요.
도시를 옮기게 되면 그 동네 교통 카드인 카르트를 일단 사야 합니다.
카르트(Kart)
무슨 특별한 뜻이 있나 했더니 영어 Card를 터키어에 맞게 다시 쓴 것입니다.
그냥 카드입니다.
이게 은근히 재미있더군요.
자기 말을 알파벳을 채용해 쓴 나라들이 특징이지요.
인도네시아도 그렇고.
터미널에서 나오자마자 트램역이 있습니다.
조금 작은 듯한데 도시 풍경에는 잘 어울립니다.
트램이 있는 도시.
그런데 요금을 받지 않네요.
오늘이 뭔 날이여?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이 몇 명 없는데 그중 영어를 알 듯한 처자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대번 번역기를 들이댑니다.
아이고 뭐 그 정도로 궁금한 건 아니다.
이번에는 앱으로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왔습니다.
성수기도 아니고 예약을 안 하고 오면 선택의 폭도 커지고 주도권이 나에게 생기니.
그래도 전에 어디 어디 호텔이 괜찮은지 몇 군대는 살펴 두지요.
먼저 아내가 선택한 곳에 가니 이른 시간에 호텔에 와서 그런지 별로 가격에서 호의적이 아닙니다.
이곳은 일단 패스.
얼마 멀지 않은 다른 곳에 가니 분위기가 유스호스텔 정도입니다.
다른 방은 없고 아주 작은 방이 하나 남아 있는데 볼래?
오다가 보니 이 동네는 늦게 발동이 걸리는 곳인지 제대로 문을 연 가게도 없고 다니는 사람도 없었어요.
아내가 가서 보고 오더니 이제까지 지낸 정도인데 어디 갈 곳도 없으니 그냥 있자고.
그럼 OK.
200리라인데 식사는 없음.
식사는 원래 없어.
한 사람 당 25리라 내면 줘.
그럼 오늘 아침은?
원래 숙박한 날 다음 날 식사가 원칙이니 50리라 더 내면 오늘 아침도 줄게.
별로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고 방에 들어오니 이제가지 지내던 형편이 옴짝달싹 더불로 갑니다.
여기 지내면서 일단 2주 정도 지낼 아파트형 숙소를 구하기로 합니다.
아파트형 숙소란 부엌이 완비되어 간단한 식사를 만들 수가 있는 곳이지요.
지금 물가가 환상 급이니 잘 먹어도 얼마 되지 않는 곳이니 그게 여러모로 좋지요.
좀 쉬려 했으니 잠은 안 오고 해서 구글로 검색한 지역에 가서 아파트형 숙소 몇 개를 알아봅니다.
영 마음에 드는 곳이 없네요.
동네 자체도 그렇고.
뭐 내일도 시간이 있으니.
대형 몰에 가서 물 구경을 좀 하고 근처 식당으로.
아무래도 터키는 음식에 대해서는 선택 폭이 적습니다.
그 흔한 중국식당도 안 보이고 일본 식당은 없고 맨 무슨 케밥 그런 종류들입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몇 군데 식당을 보고는 결정한 곳.
사라다는 기본.
그리고 소고기와 마카로니 그리고 사라다.
또 하나는 닭고기와 마카로니 그리고 사라다.
작은 그릇에 담긴 것은 뭐였더라?
닭고기 가슴살로 만든 롤이었나 보네요.
이렇게 해서 140리라.
대충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2,000원 정도였나요?
이후는 여기서 살아보기를 체험하시는 한국분과 연락이 되어서 그분들이 여러 가지 도움도 주시고 시내 구경도 시켜 주셔서 재미있는 하루가 되었답니다.
그런데 무척 뜨거운 날이었어요.
아침에 쌀쌀해서 긴 팔을 입었는데 오후에는 더워 땀을 줄줄 흘릴 정도였어요.
그래도 그늘에 있으면 더위를 못 느낍니다.
이제부터는 슬로 패턴으로 들어갑니다.
천천히 그리고 여유 있게.
내 나라가 아닌 남 나라 그리고 처음 만나는 도시 에스키셰히르.
이름은 구읍이지만 전혀 구읍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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