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에스키셰히르]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정안군 2022. 5. 9. 19:25

그럭저럭 ES에서의 시간이 지나 이제 다른 곳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내일 오전에 기차를 타야 하니 시내 나들이는 오늘이 마지막인 듯해서 오늘은 안 가본 골목을 다녀 보기로.

트램길을 따라서 잘 다니지 않았는데 그 길을 걸어 보니 우리가 다니던 길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된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이런 곳도 있었네.

모르고 갔으면 억울했겠다 싶었는데 사실 모르면 그만이지 억울할 것까지야.

 

고급스러운 몰을 만난다.

이런 건물 구경은 아내의 필살기에 속하는 것이라 안 들어가 보면 클난다.

몰 이름이 Kanatli.

사전을 찾아봐도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다.

 

고급스럽긴 했다.

내 취향은 아니라서 나는 한쪽에 찌그러져 기다리고 아내는 획 들러 보신다.

생각보다 쉽게 눈 쇼핑을 마쳐준 아내가 무척이나 고마운 순간이었다.

 

나오자 만난 동네 아줌마 장터.

손으로 일일이 짠 모직물들이 참 많았는데 여기도 잠깐 구경하는데 그쳐준 아내님 만세.

 

터키에서 처음 만난 동아시아 계통 식당.

짝퉁 일식집인 듯.

보스턴 스시.

필라델피아 스시.

어디 동네 스시.

복잡하게 세계 여러 나라 도시에 스시가 붙었고 사진을 보니 맛은 없게 생겼는데 가격은 어마 무시.

다행히 문을 안 열어 확인하지도 못하고 지나쳤다.

어쨌든 반가웠던 누들이라는 글자.

 

힐튼 호텔 근처까지 왔는데 그 근처는 꽤 세련된 호텔도 많고 오피스텔도 많아 다른 동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밤에 한 번 와 본 적은 있지만 낮에 보니 별세계였다.

 

이런 곳도.

에어비앤비에 이 근처에 숙소가 하나 올라 와 있었는데 얻었더라면 아무래도 우리 같은 뚜벅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 듯.

지금 있는 곳이 위치는 최고다.

우리 숙소가 처음에는 모든 게 짱이었지만 갈수록 아내에게 점수를 잃어 그냥 위치만 좋은 호텔이 되었다.

오늘의 산책은 여기까지.

이제 다시 되돌아가기.

중간에 어제 침 발라 놓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어 보기로 한다.

 

식당 이름은 Adanali Bekir Usta.

'아다나 요리 명장'이라는 뜻인데 아다나는 안타키아에서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올 때 머문 도시로 시리아 영향을 많이 받아 음식이 맛있다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안타키아에서 먹은 케밥이 아다나 케밥이었네.

그래서 그런지 모양과 맛이 비슷했다.

닭고기는 없다고 해서 처음으로 양고기를 주문해 보았다.

양고기는 Kuyu.

괜찮았을까?

결론은 앞으로 양고기를 많이 애용하기로.

값은 210리라.

여기 가격을 보니 안타키아에서 먹은 음식값이 얼마나 쌌는지 알겠다.

밑에 깔린 빵에다 양고기와 토마토 양파 버물이와 토마토소스를 넣어 말아서 먹는데 아마 고기 값이 비싸서 빵을 함께 먹어 배를 채우라는 깊은 뜻이 있는 음식 같다.

아니면 말고.

정말 그렇게 먹다 보니 배불러 다 먹을 수가 없어서 고기만 먹고 빵은 남기게 된다.

 

이제 우리 단골 찻집에 가서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할 순서.

배는 이미 물배 반 양고기 반.

한참을 빈둥거리다 햇살이 너무 좋아 산책을 즐기기로.

 

카페 거리 위쪽은 거의 다니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공원과 구경거리가 있었다.

날이 포근해서 거리에는 배꼽티가 다시 등장하고 옷을 입다 만 아가씨들 모습이 무지 많아졌다.

담배 피우는 사람도 더 많아졌고.

 

거리에서 만난 명장 할머니 듀엣.

로티 만드는 과정과 비슷했지만 크기가 좀 더 크고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이 다양하다.

반죽을 미는 과정이나 내용물을 안에 넣고 접는 솜씨가 과연 명장다웠다.

우리도 한참 구경을 했는데 지나가던 터키 할아버지들도 한참을 구경하였다.

할머니 몸매를 보니 그 할아버지들이 할머니 미모에 취해 서있던 것은 분명히 아닐 듯.

 

남들은 관광지 안 가고 왜 볼 것도 없는 이런 동네에 있냐고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구경이 또 어디 있겠나 싶다.

구경 중에 역시 시장 구경과 사람 구경이 최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