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에스키셰히르] 다니엘과 만남

정안군 2022. 5. 8. 23:23

오늘은 주일.

크리스천의 고향인 터키에 와서 예배당 구경을 못 하는 것이 좀 난센스이긴 하지만 어쩌랴 현실이 그런 걸.

그런데 오늘은 좋은 기회를 잡았다.

우연히 ES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를 만나게 되었고 오늘 그 교회를 방문하여 주일 예배를 함께 하게 되었다.

터키 예배라지만 뭐 어떠랴 우리 베드로 형님은 방언으로 설교를 하여 다른 지방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뭇사람들을 감동시키지 않았던가.

한 번 가 본 곳이라 쉽게 찾아서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예배 시간은 오전 11시.

처음에는 몇 사람밖에 없다가 시작 시간이 되니 제법 많이 모였다.

대략 20여 명이 함께 하는 예배.

하나님을 탄르(Tanli)라 하는 모양이다.

뭐 어떠랴.

부르는 이름은 여러 민족 자기 언어에 따라 여러 가지라도 그분은 같으신 분인걸.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 : 17)

이 성경 구절을 함께 읽기도 하고 암송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내의 옆구리 찔림을 받은 나도 손을 들어 한국어로 읽는 영광(?)을.

 

예배 후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오늘은 한국은 어버이날이지만 여기는 어머니날이란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우리 부부가 내기로 하고 선교사님께 미리 돈을 드려 준비를 해 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준비된 음식은 닭고기 케밥.

닭고기가 어디서 많이 맛을 봤다 했더니 며칠 전 방문했던 퀴타히아에서 먹은 닭고기 맛이란다.

이거 머리 구조가 많이 퇴화되었나 보다.

불과 이틀 전 일을 기억을 못 하니.

내도 이 나이가 처음이라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예배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부모가 선교사인 독일 출신 청년 다니엘이 있었는데 식사를 다 마치자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25리라를 주는 게 아닌가?

이게 뭐여?

밥값이란다.

아니여 그냥 내가 내는 거야.

그래도 자꾸 받으라고.

역시 매사에 철저한 독일 출신답게 공짜는 인정을 하기 싫다는 뜻인가 보다.

내가 거절하고 주위의 여러 사람이 만류해서 돈은 일단 철수.

아무튼 그 일로 이 다니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이는 독일 스타일로 22세란다.

훨씬 더 많은 가 했는데 아주 애송이였다.

한국의 어떤 아가씨가 생각나서 한국 여자 어떠냐고 했더니 좋단다.

그래?

라이프치히 출신이라는 이 청년과 재미있는 시간을 갖다가 헤어지게 되었는데.

내가 다시 보자고 하니.

어디 하늘나라에서요?

아니 네 결혼식에서.

그걸로 웃으면서 헤어졌다.

이멜 주소를 받아 놓았으니 끈은 연결이 된 셈이다.

 

선교사가 너무 외롭게 혼자서 사역을 하는 것 같아 한국의 든든한 후원자와 연결은 일단 시켜드리고 우리도 교회를 나왔다.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는 선교사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면 하나님의 개입이 있으시겠지.

 

날씨가 많이 풀려 다시 포근해졌고 날까지 화창해서 그동안 안 가본 거리를 걸어 보기로 한다.

사정이 어떤가 며칠 전 한국 커플에게 소개받은 고등어구이집을 찾아 가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휴일.

그냥 걷는다.

 

대로와 대로 사이의 골목인데 여기가 먹자골목인 듯.

처음 와 보는 곳인데 몇몇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바비큐 식당인가 보다.

양고기인지 소고기인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고 아마도 손님이 적당한 양을 주문하면 잘라서 주는 듯.

배만 안 부르면 들어가고 싶은데 이미 풀.

어째 뭐가 맛난 것을 발견할 때는 배가 부르다냐.

그냥 할 일 없는 강아지마냥 돌아다니기도 그래서 조금 이르지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바이람 축제을 앞두고 난리 난 것처럼 붐비던 견과류 가게는 오늘은 한산하다.

며칠 전 땅콩이 떨어졌는데 좀 살까 하려다 이동일이 가까워서 그만둔다.

대추야자도 많이 남아 있어서 그것도 먹어야 하니.

 

견과류 시장은 내 취양이라서 가볍게 패스를 했지만 과일 가게는 아내에게는 참새 방앗간.

일단 오이와 토마토를 사고.

그리고 종업원의 현란한 장사 기법에 여러 가지를 맛보게 된다.

덜 익은 자두, 이것은 너무 셔서 불합격.

수박은 좋은데 너무 무겁고.

딸기는 싱싱하고 탄력이 넘치기는 하지만 좀 기대보다 덜 달아 이것도 패스

결국은 오디가 걸렸다.

사온 오디를 먹어 보니 뭔가 좀 싱거운 듯한데 다 그렇단다.

태국 오디는 더 싱겁다고.

뭐 싱거우니 어쩌니 하면서 먹기는 다 먹었다.

 

저녁은 바나바와 바울 형님이 1차 선교 여행을 가서 지난 도시가 현재 이름이 뭔지를 찾아보았다.

안디옥 -> 구브로(살라미 -> 바보) -> 앗달리아 -> 버가 -> 비시디아 안디옥 <-> 이고니온 <-> 루스드라 <-> 더베

앗달리아 -> 안디옥.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지명이고

 

Antakya -> Cyprus(Famugusta -> Paphos) -> Antalya <-> Perge <-> Yalvac <-> Konya <-> Hatunsaray <-> Kerti Huyuk.

Antalya -> Antakya.

이것이 터키와 키프로스 그리고 북키프로스에 있는 현재 지명이 되겠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었는데 찾는 과정에서 느낀 것은 쓴 사람은 많은데 간단한 확인도 안 한 듯 잘못 쓴 글자가 너무 많았다.

바나바와 바울은 안디옥을 떠나 배를 타기도 하고 걷고 다시 배를 타 현재 안탈리아인 앗달리아(Attalia 한글 성경)에 이르렀는데 우리 부부는 안디옥을 떠나 버스와 기차 그리고 버스로 앗달리아로 갈 예정이다.

너무 편하게 이동을 하니 우리 형님들에게 너무 죄송하면서도 다시 한번 그분들의 노력에 감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