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에스키셰히르] 다음은 어디로 갈까나

정안군 2022. 5. 7. 01:32

ES에서의 생활이 참 좋았지만 나그네는 길에서 멈추지 않는 법.

이 주간이나 머물렀으니 어디론가 가야 되겠지요.

원래 계획했던 대로 동으로 갈까 아님 서로 갈까 하다가 공평하게 이도 저도 아닌 남으로 가기로 했어요.

일단 계획은 이렇습니다.

데니즐리(Denizli)에서 가서 파묵칼레(Pamukkale) 찍고 그리고 안탈리아로 간 다음 안탈리아에서 비행기로 이즈미르로.

그런 다음 이즈미르에서 좀 살다가 헝가리로 가기로 결정.

그런데 데니즐리 사이에 있는 퀴타히아(Kutahya)와 아피온(Afyon)이라는 도시는 어떨까 괜히 궁금해졌어요.

시간도 여유롭겠다 또 퀴타히아는 여기서 멀지 않으니 한 번 가보고 괜찮으면 며칠 지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퀴타히아 가는 날.

이곳 ES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특히 철도를 이용할 경우 갈 수 있는 곳이 꽤 많더군요.

일단 고속철로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갈 수 있고 Ege Express를 이용하면 이즈미르(Izmir)까지 한 번에 가능.

그리고 파묵칼레 익스프레스(Pamukkale Express)를 타면 데니즐리까지 연결이 되고 다시 데니즐리에서는 이즈미르까지 철도를 이용하여 갈 수가 있습니다.

 

기차를 타려면 일단 역으로 가야 되겠지요.

그래서 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파묵칼레 익스프레스를 타기로 합니다.

이 기차를 타고 1시간 10분 정도 가면 퀴타히아입니다.

 

터키 사람들은 다른 세계 사람들처럼 인터넷을 이용하여 표를 구입한다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

모든 처리가 우리나라 같지 않은 곳이라 조금 여유를 가지고 가서 표를 구입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걸림돌이 등장.

 

터키 전화번호.

없는데.

없으면 표를 줄 수가 없어.

나는 외국인인 거 잘 알잖아, 그래서 터키 전화번호 없어.

그럼 호텔 비즈니스 카드는?

그것도 없지.

그럼 호텔 이름은?

더 블리즈 호텔.

 

창구 직원은 자기 전화로 어딘가로 통화하더니 우리 호텔 전화번호 메모와 함께 표를 내줍니다.

아마 호텔로 직접 전화를 하여 확인을 하였나 봅니다.

아무튼 표를 구입하도록 해 주었으니 고맙죠.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구간 표 값이 18리라.

그런데 내 표를 확인하니 노인네라고 조금 할인이 되는 모양입니다.

무려 2리라.

그래서 내 표는 16리라.

참 싸기도 합니다.

 

여기가 출발지라서 기차는 대기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무궁화호와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호 좌석이 2X1이네요.

좌석도 편안하고 간격도 넓어 아주 좋습니다.

역시 여행은 기차 여행.

좌석 번호가 없어 아무 곳이나 앉아도 되는 줄 알고 적당한 곳에 앉아 있는데 잠시 후 젊은 친구가 오더니 자기 자리라네요.

응, 여기 좌석 번호가 있었어?

우리는 번호가 없는데 그럼 어디로 가야 되는가?

처자가 우리 표를 보더니 자기가 확인해 준다고 하더군요.

잠시 후 돌아와서는 한 칸 앞으로 가라고.

그래서 이동하는데 그 처자도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해 줍니다.

그리고는 어디 앉아야 되는데 하고 물으니 

여기는 니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도 되단다.

일부러 우리를 위해 도움을 준 참 고마운 처자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이제 여행이 시작됩니다.

 

정시에 출발한 기차는 밀밭 사이를 달리기도 하고 카파도키아에서나 볼 수 있다는 지형을 통과하기도 하고 낮은 구릉을 힘겹게 넘기도 합니다.

카파도키아 지형은 굴도 많이 보이던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있었어요.

나중에 돌아와 확인을 해 보니 그 분위기가 맞더라고요.

 

퀴타히아에 도착을 합니다.

이곳은 퀴타히아 주의 주도로 해발 1000m에 가까운 지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ES로 돌아갈 오후 표를 미리 사두기로 합니다.

건네받은 호텔 전화번호를 주니 아무 소리 없이 표를 내주네요.

그런데 여기는 노인 할인을 안 해주었어요.

무려 2리라 손해.

아무튼 터키에서 기차표를 구입할 때 전화번호가 필요하니 없는 사람은 호텔 전화번호라도 준비해서 역에 가도록 하세요.

 

육교가 있는 대로를 그냥 무단 횡단해서 도시 중심부로 이어지는 도로를 걷습니다.

참하고 여유가 있는 것이 완전 내 스타일.

처음부터 괜히 마음에 드는 동네더군요.

여기 터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신호등이나 육교가 있어도 그건 선택 사항이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자기가 편안한대로 선택하여 움직이는데 모두들 미안해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이런 건 유럽형이지요.

우리나라도 빨리 도입을 해야 할 앞서가는 문화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 구글 맵에서 Apart Hotel로 검색을 하여 괜찮아 보이는 곳 네 군데를 알아 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먼저 간 두 군데는 모두 풀.

선택지가 둘로 줄었습니다.

다른 한 곳은 내부도 그렇고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역시 구글 사진발은 믿을 게 못 됩니다.

계획대로 잘 안 되는군요.

이런 때는 밥 먹고 합시다.

 

케밥 냄새가 구수해서 들어 간 식당.

선택이 훌륭했어요.

하긴 배가 고파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내가 배가 고픈지 꽤 많이 주문을 했습니다.

 

이건 내가 선택한 타북 초르바.

밥만 들어가면 완전 닭죽입니다.

죽 없는 닭죽에 치즈로 간한 맛.

국물 요리가 거의 없는 터키에서 이 초르바를 선택하면 괜찮은 선택이 되겠네요.

맛이 좋았습니다.

 

닭날개와 가슴살 구이 그리고 소고기를 다진 터키형 떡갈비.

그리고 아이란.

좀 많은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다 먹어 치웠습니다.

이렇게 많이 시켜 먹는 터키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겁니다.

계산을 하니 150리라가 살짝 안 되는 돈.

앞으로는 떡갈비는 빼고 초르바와 닭고기만 먹기로 했습니다.

너 떡갈비는 탈락이야.

 

한 군데 남은 곳을 어렵게 찾아 확인을 해 보니 여기도 꽝.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그렇담 아내가 좋아할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되겠더이다.

 

그런데 바로 앞에 농산물 시장이 있었어요.

ES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못 보았는데 여기는 이렇게 큰 시장이 있단 말이지.

 

채소면 채소.

 

과일이면 과일 다 하나같이 싱싱하고 살아서 팔팔 뛰는 듯한 느낌.

거기다 값은 거의 환상적입니다.

과일은 그렇지만 채소는 우리가 사다가 요리할 수 있는 선택 폭이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

 

아파트 호텔은 만족도가 떨어져 포기하고 남은 비장의 카드로 내민 곳.

바로 이곳입니다.

보이시나요?

 

바로 힐튼입니다.

힐튼이라고요.

안에 들어가 객실을 확인하고 가격을 확인하면서 아내는 두 말 없이 이곳으로 결정을 합니다.

예상보다는 조금 비싼 곳이지만 아무튼 힐튼이니까.

확실히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는 것보다 직접 와서 협상하면 유리한 가격을 받을 수가 있네요.

처음 제시한 아침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에 포함된 가격으로 협상 끝.

그래서 아침 값 벌었고 그리고 힐튼이잖아요.

이런 시골 동네에서 힐튼에 못 들어가면 다음 기회는 없어요.

다른 동네는 대개 힐튼이 시가지 외곽에 있어서 투벅이 들은 더 힘든 선택이 될 수 있는데 여기 힐튼은 시내 중심가에 있어 더욱더 좋습니다.

아무튼 여기에 온 목적은 한 가지였지만 그걸 클리어.

 

호텔 건너편에 있던 INCI 라운지라는 곳인데 퀴타히아 사람들이 다 이곳으로 모인 듯했어요.

사람이 바글바글 거기에 담배연기도 자욱.

와이파이 연결은 터키 시민증 번호가 있어야 되는 듯했는데 종업원을 부르니 아마도 자기 번호로 연결을 하는 듯.

아무튼 서비스도 좋은 곳.

이곳에 머무를 때 단골이 될 것 같은 강력한 예감.

 

얼음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생과일주스.

이것이 29리라입니다.

두 개가 우리 돈으로 5천 원 정도.

여기가 ES보다도 물가가 더 싼 듯.

아마 이곳을 벗어나 여기보다 싼 곳은 없을 겁니다.

모두 관광지나 대도시이니.

 

돌아가는 기차가 5시 6분이라서 잠시 라운지에서 머물다가 도시를 뒤로 합니다.

꽤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시계탑이 있는 도시, 하지만 단 하나 서운한 것은 트램은 없습니다.

 

이곳에 다시 돌아와 며칠 지낼 생각을 하니 좋더이다.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오다가 특이 지형을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구글 맵으로 검색을 해 보니.

딱 중간 역 Sabuncupinar가 있었고 여기 물이 좋은지 기차 승무원이 물통을 가지고 내려 물을 담아 오던 곳인데, 이 근처에 Frig Vadisi라는 유명 장소가 있었네요.

기원전부터 사람이 살던 흔적이 있고 초기 기독교 신자들의 자취도 있다고.

궁금하시면 Frig Vadisi로 검색을 해 보세요.

그리고 이웃 주 아피온에는 더 놀라운 장소가.

Phrygian Valley의 TABIT PARKI라는 곳은 카파도키아 못지않은 풍경과 예배당 흔적이 남아 있더라고요.

승용차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퀴타히아에서 기차로 Doger역으로 이동해서 트래킹 하면 될 듯한데 범위가 넓고 제한된 시간이라 어떨지 모르겠네요.

 

카파도키아는 너무나 유명한 곳인데 왜 이곳은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긴 터키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인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만 가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죠.

 

아무튼 소득이 많은 퀴타히아 나들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