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행연습을 한 덕에 쉽게 체쉬메를 다녀올 수 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여기는 명불허전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소문대로 먹을 게 많았던 마을 체쉬메.
조용한 분위기의 바닷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살아보기 하는 마을로도 추천할 만하다.
조그만 돌무쉬를 예상했었는데 나타난 버스는 대형.
이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미쓰비시 회사 제품일세.
주말로 이어지는 금요일이어서인지 금방 만원을 이루었다.
버스는 30분마다 한 대씩 있었고 2X2라서 의자가 좀 좁긴 했지만 에어컨도 괜찮고 길이 너무 좋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유도화가 활짝 핀 주변 경치는 덤.
처음 낯선 동네에 갈 때면 어리벙벙하다가 시내 중심지에서 내리지 못하고 외곽 터미널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은 남들이 많이 내리는 중심가 부근에서 내릴 수가 있었다.
터키어로 중심가는 Sehir Merkezi라고 하니 대충 이 글씨가 보이거나 남들이 많이 내리면 구글맵에서 확인해 보고 같이 내리는 것이 좋다.
잠시 방향치가 되어 헤매다가 보행가에 도착을 했다.
여기는 그냥 관광지 거리.
식당, 기념품 매장.
그런 분위기이다.
누군가 시가지 분위기를 안탈리아에 비교를 했던데 그 정도는 아니다.
햇살은 따가웠으나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바람이 솔솔 불어 그다지 덥지 않았다.
좋은 동네.
그러다 만난 그리스 정교회 예배당.
이름은 Ayios Haralambos 교회란다.
당연히 십자가 같은 예배당 표시는 없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예배당이 아니고 미술 관련 매장이었다.
몹시 씁쓸.
안내판에 있는 몹시 엉성한 영어 설명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되었다.
이 교회는 1832년에 세워졌고 그리스도, 사도 요한과 마리아 그리고 아기 예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까지가 예배당에 대한 설명이고 로잔 조약에 의해 주민들이 교환될 때 여기에 살던 그리스 정교회 사람들이 그리스로 옮겨 가고 그때부터 교회 기능을 잃었던 듯하다.
그래도 자미로 바뀌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교회 주변은 여전히 상가이나 집 하나하나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제법 예쁘고 정감이 간다.
가게들이 단정하게 정비된다면 예쁜 마을이 될 것 같은데 아직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바닷가에 있던 예쁜 건물.
새 단장 중에 있는 가 보다.
와 바다다.
예쁘다는 에게해.
수많은 전설을 담은 바다 에게.
멀리 보이는 섬은 그리스령 키오스이다.
바로 코 앞인데 터키 땅이 아니고 그리스 땅.
멀리 요트가 정박 중인 항구도 보인다.
요트는 별장과 함께 살 때보다 팔 때가 더 기쁘다는 물건이다.
나는 다행히 아직 요트를 살 마음은 없다.
그리스 어딘가 섬을 닮은 모습이다.
물론 그리스는 섬은 물론 본토도 가 본 적이 없지만.
ULUSOY라는 거대한 배.
터키 체쉬메와 그리스 키오스를 잇는 배가 되겠다.
뱃삯도 비싸고 저녁 늦게 출발하고 키오스에서는 아침 일찍 돌아오는 편 밖에 없어 일찍 갔다 오겠다는 꿈은 접었다.
적어도 이틀은 자야 하고 또 특별히 볼 것도 많지 않은 모양.
있어도 없다고 머리에 입력하는 중이다.
이 동네 색은 코발트블루.
하늘도 바다도 같은 색.
아 너무 좋아.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꽃 부게인빌레아가 활짝 피었다.
보기는 좋은데 더 덩굴을 지고 있는 나무는 너무 힘들겠다.
부겐빌레아로 썼었는데 표준어는 부게인빌레아인 듯하다.
체쉬메 성이 보인다.
저 안에는 박물관도 있어 구경거리가 쏠쏠하다는 소문이 난 곳.
저기는 따로 정리하련다.
성 앞에는 하산이라는 분이 사자를 옆에 두고 기념 촬영하라고 모델에 나섰다.
러시아와 한바탕 한 체쉬메 해전이 1770년이니 그 시기에 이 동네 영주로 계셨던 모양.
파샤가 지방 수령을 뜻한다.
Kervansaray 호텔이다.
평을 보니 엇갈린다.
대개는 분위기는 좋으나 서비스는 빵점이라는 것이 대세.
잘 일도 없겠으나 나는 이런 고전 건물보다는 현대식이 더 좋다네.
당연히 여기는 카라반을 위한 숙소로 오스만 제국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다.
호텔과 레스토랑이 같이 있어서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갔는데 그만 냄새에 질려 얼른 나오고 말았다는 전설이.
점점 더 터키 음식이 싫어지기 시작했으니 이 일을 어쩔꼬.
그나마 숙소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괜찮지 그렇지 못했더라면 꽤 고전할 뻔했다.
손님은 많았으나 터키 사람들 맛집이겠지.
그래서 찾아간 곳은 버커킹.
한국에서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인데 여기에서는 한식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버거킹이 내 마음을 사로잡다니.
식사를 마치고 찾아간 곳은 역시 별다방.
항구 주변의 작은 건물을 새로 꾸며 만든 곳인데 장소도 협소하고 다른 곳에 비해 전망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러나 나름 장점도 있으니 인터넷을 공짜로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점.
어느 곳이든 한 곳에서 연결을 하면 다른 매장에서도 그냥 연결이 된다.
이게 별다방 특별한 장점이라서 터키에 와서는 무슨 별다방 순례하는 듯하게 되었다.
물론 환율 덕에 값도 싸다.
여기 체쉬메 별다방은 관광지라고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비쌌지만 그냥 애교 수준.
별다방 바로 앞은 요트 계류장.
별다방 근처는 그리스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나 보다.
낮고 예쁜 집들이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었으나 이 골목까지는 잘 안 오는 모양이다.
체쉬메에 와서 그리스 정교회, 성과 박물관 그리고 바다 구경을 했으니 다 이룬 셈이다.
자 이제 돌아가자.
체쉬메 오토가르는 별다방에서 얼마 멀지 않다.
걸어서 대략 10여분.
넓은 부지에 드문드문 버스 회사들이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체쉬메 관광.
이번에도 사람이 많아 만석이란다.
한쪽 구석에는 이즈미르 공항 다니는 버스 정류소가 있다.
공항에서 직접 이곳을 오면 시간이나 돈을 줄일 수가 있겠으나 버스 편이 드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다.
보통 2 - 3시간 간격.
버스를 타는 곳 옆에는 한가한 사람들이 앉아서 차 한잔 즐기는 휴게소가 있었고 더 한가한 개 한 마리가 세월을 낚고 있었다.
그늘에만 있으면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곳이 이 동네이다.
해수욕장과 커피 골목이 있다는 아라차트를 연결하는 돌무쉬.
거의 5분에 한 대꼴로 많이 다녔다.
커피를 즐기고 오늘처럼 날씨가 뜨겁지 않은 날은 체쉬메와 아라차트를 묶어서 다녀도 괜찮겠다.
반쯤 채워 출발한 버스는 아라차트까지 군데군데에서 사람을 채워 결국 만석이 되었다.
아라차트 터미널에서 체쉬메까지 서는 곳이 10군데 정도 되는 듯 하니 중간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내리면 된다.
그리고 내린 곳에서 미리 표를 사면 다시 돌아오는 차를 탈 수가 있다.
활짝 핀 유도화.
잎은 버드나무 같고 꽃은 복숭아 닮아 유도화라고 했다고 제주도 수학여행 중에 들은 듯하다.
독성이 있어 만지면 안 된다고 들은 것도 같고.
이 색뿐만 아니라 흰색도 있는데 이 꽃이 중간 고속도로 주변에 만개해 있었다.
체쉬메.
이즈미르에 왔으면 꼭 가 볼만하고 며칠이나 몇 달 체류를 해도 좋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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