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장 12절부터 등장하는 버가모 교회.
영어로는 페르가뭄(Pergamum)이나 페르가몬(Pergamon)으로 표시가 되고 지금은 베르가마(Bergama)로 부르는 곳이다.
터미널에 가면 버스가 있는 것은 알았어도 거기까지 가는 것이 너무 귀찮아(중간에 갈아 타야 함) 승용차가 있는 귀인 찬스를 쓸까 했는데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더 쉬운 방법이 있었다.
이즈반으로 아리아(Aliaga)까지 가면 역 앞에서 시내버스 835번이 연결되어 비교적 쉽게 가는 방법이.
내일부터는 더 더워진다니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그래도 32도) 가보자.
독일 베를린에는 페르가몬 박물관이 있다.
1997년 베를린 연수 때 가보았는데 이곳 페르가몬에서 뜯어 온 제우스 신전이 통째로 있었다.
그때는 페르가몬에 가 본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는데.
아리아 역까지는 쉽게 왔다.
에어컨 빵빵한 이즈반 객실은 아리아에 가까워 갈수록 사람의 숫자가 적어졌다.
그리고 도착한 한적한 동네 아리아.
베르가마 갈 일이 아니면 당최 올 이유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구글맵에 나온 버스 편수가 실제보다 훨씬 적었고 20여분이 남았는데 줄이 제법 길게 늘어져 있었다.
다른 곳에 가는 버스도 있으니 설마 이 사람들이 다 베르가마에 가랴 싶었는데 실제 다 갔다,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는 꼼짝없이 서서 가게 되었고 실제로 서서 갔다.
1시간이 좀 더 걸린 곳을.
구세주 이름보다 더 반가운 베르가마에 도착을 하니 다리와 허리가 마비될 지경.
그런데 전에는 몇 시간씩 어떻게 서서 수업을 했노?
아리아에서 이곳까지 버스 요금은 할증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 카드에 남은 돈으로는 안 된다고 붉은 불이 들어왔으나 기사가 내리라 소리는 안 했고 잔돈이 없어서 주질 못했으니 공짜로 온 셈이다만 서서 온 까닭에 그다지 고맙지 않았다.
다리와 허리가 너무 아파 유명 식당을 찾을 것도 없이 바로 옆에 있는 곳에 들어갔다.
손님이 아주 없진 않았으니 그나마 나름 괜찮은 곳인가 보다.
주인이 영어를 제법 하여 주문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여기도 차려진 음식 중에 몇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초르바와 소고기 요리 등을 시켰는데 맛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리를 쉬게 할 수 있어 좋았던 곳.
우리가 찾아갈 크즐 아브루(Kizil Avlu)는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슬슬 걸었다.
크즐 아브루(Kizil Avlu)는 붉은 정원이라는 뜻이다.
멀리 아고라를 품고 있는 고대 로마 유적지가 보인다.
특이하게 산꼭대기에 있어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다고 한다.
물론 차가 있으면 차로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
그런데 햇빛이 변수다.
이렇게 뜨거운 날 꼭대기에 오른 들 제대로 구경하고 다닐 수 있겠어?
물론 돈 생각나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이 건물도 제법 오래된 모양인데 그냥 방치가 되고 있었다.
너무 유물이 흔한 나라이니 이런 것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버가모 교인들이 살던 집이었나?
도중에 만난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회칠한 모습이 어설픈 화장을 끝낸 할머니 같다.
날만 시원하다면 걸어서 올라도 충분한 곳인데 또 그렇게 올라가야 제대로 맛을 느낄 텐데.
뜨거운 햇살과 더위가 아쉽다.
물론 돈도 많이 드는 곳이긴 하다.
아고라 오르는 길 입구에 서 계신 안내인.
아폴론이신가?
날이 뜨거워 강아지 한 마리도 돌아다니지 않는다.
드디어 나타났다.
크즐 아브루.
이곳은 2세기경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이집트 신 이시스와 세라피스를 위해 세운 신전이란다.
베스파시아누스가 황제가 되는 과정에서 이시스와 세라피스의 덕을 입었다고 생각해서 숭배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로마 전역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은 남 나라에서 신을 수입하던 건 유래의 전통이라 별 거부 반응도 없었을 것이다.
전에도 그리스 신이나 주변 신들을 많이 수입했으니.
무엇보다도 이집트는 그 당시 그리스나 로마보다도 더 문명국이 아니었던가?
아마도 계시록에서 사탄의 권좌로 표시된 곳이 이 크즐 아브루였을 것이다.
정원에는 많은 유적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시스와 세라피스를 위한 신전이었던 레드 홀을 나중에 교회로 사용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신전으로 사용할 때 바닥의 구멍을 통하여 사제가 신상 안으로 들어가 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단다.
그것이 바로 신탁이었겠지.
재현된 세크멘트(Segment) 상.
사자 머리를 한 여신이었단다.
신전 안에는 중요 신인 이시스나 세라피스를 위한 상이 있었고 정원에 약간 등급이 낮은 신인 세크멘트가 있었던 듯.
이런 신은 나중에 박살이 났고 지금은 조각으로만 전하고 있다.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지정한 뒤 사탄의 권좌라고 찍은 곳의 신상들이 남아났을 리가 없다.
계시록의 사탄의 권좌는 황제 숭배로 인해 생긴 황제의 상을 말한다고 한다.
그 당시 황제는 죽으면 신이 되었다.
이 신이 된 황제를 버가모의 신자들은 신으로 인정할 수 없어서 순교자가 생겼다.
소풍 온 아이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슬람이 대세인 나라에서 이런 신상들에 대해 뭐라 할까?
정원에 널려진 기둥들의 색을 보면 참 다양하다.
이곳의 기둥들도 여기저기에서 스카우트되어 온 모양.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겉에 대리석으로 마감을 하였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상상해 보니 얼마나 크고 화려했을까 싶다.
예배당으로 사용했다는 붉은 홀.
신전 곡식 창고였다는 설도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규모가 있었으면 곡식 창고가 이렇게 컸단 말인가?
여러 번 보수 공사를 거친 듯 땜빵 자국이 선명하다.
신전 안의 모습.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에 이토록 대단할까.
수천 년의 세월을 겪어서인지 대리석 계단이 반들반들하다.
한 구석엔 박물관 단골손님인 석관도 자리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 온 가족들이 그것을 보고 있다.
이 텍사스 가족 중 인솔자는 아마 목회자인 듯 기독교에 대한 신념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한 때 기독교 신자들이 번창했던 곳인 것을 아느냐고 물어서 안다 했더니 언젠가 다시 그렇게 되리라 믿는단다.
나도 믿는다고 했다.
말은 쉬우니.
하지만 너네 미국 놈들이 그렇게 이슬람 사람들을 못 살게 굴면 그런 세월이 다시는 안 올 수도 있다는 말은 접어 둔다,
안식처를 찾은 고양이.
바로 화강암 덩어리가 있었다.
대리석이나 석회암은 흔해도 화강암은 보기 어려운 곳인데.
그러고 보니 양이는 보는 눈이 있네.
깊이 들어가 본 신전 안.
다시 보아도 규모가 엄청나다.
이런 곳에서 신상 속으로 살짝 들어가 신의 목소리를 내면 모두들 바들바들 떨면서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초로 쓰인 돌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곳은 안 보인 곳에 있던 돌들인가?
명당자리를 찾는 데 고수가 된 아내.
이런 곳보다 더 좋은 곳은 사실 없다.
수천 년 된 대리석 기둥 받침을 깔고 앉을 수 있는 곳이 그렇게 흔하지 않으니.
예배당으로 쓰던 붉은 홀의 천정.
햇살의 모습이 신비했다.
저절로 찬양 소리가 나온다.
저렇게 손을 올려 하나님께 소원을 빌었다.
내용이야 모든 신자들이 두 손 모아 드리는 것과 동일.
그러나 이런 곳에서 하는 기도는 더 효능이 있을 것 같다.
이것으로 여기 베르가마에 온 목적은 다 이루었다.
산 꼭대기 로마 유적은 생략하기로.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버가모 교회 흔적을 찾아온 것이니.
사실 여기 신전 터의 예배당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계시록의 초대 교회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그 교회 교인들의 후손들이 여기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렸겠지.
그리고 초대 교인들이 보던 산과 하늘을 직접 와서 보았으니 다 이룬 것이다.
아쉬워서 뒤돌아 보면 거대한 신전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한쪽의 돔에 지붕 모양이 특이하다 했더니 그곳은 자미였다.
이슬람 사원.
이 돔을 외부는 그대로 두고 내부를 수리해서 자미로 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참 재미있네.
중앙부는 이집트 신전 그리고 양쪽은 이슬람과 기독교 예배당이니.
이 건물 전체는 사진에 담기질 않는다.
어마어마한 건축물.
역시 이집트 신이 살던 곳은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그곳 사람들답게 덩치가 큰 것을 좋아했던 모양.
근처의 아름다운 동네 모습.
전에는 그리스 사람들의 주거지였겠지.
...
역시 페르가몬 파워이다.
이런 유적지는 그냥 동네 구멍가게의 부속품으로 쓰인다.
개줄인지 개 목걸이인지가 유적 벽에 죽 걸려 있었다.
나 터키여.
이 다리도 한가락했던 모양이다.
준설도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하는 중인 듯.
올 때 너무 고생을 해서 갈 때는 이즈미르까지 한 방에 가기로 했다.
자리만 보장되면 시내버스도 좋은데 앉아간다는 보장이 없으니.
오늘 마지막 사연의 주인공인 밴이다.
처음에는 더워서 떠 죽을 같더니 에어컨이 돌아가면서는 그냥 편해졌다.
그런데 이즈미르 터미널에 다 와서 발병이 나버렸다.
앞바퀴가 펑크가 나면서 퍼져 버린 것.
트램이나 메트로 근처라면 좋았겠지만 하필 외곽 지역이라 좀 막막했다.
다행히 퍼져 있는 곳이 주유소였는데 옆에 별다방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대기.
그러다 생각하니 하세월일 듯.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택시를 부를 수 있단다.
그다음부터는 터키 사람들의 특기가 등장한다.
누군가가 도움을 청하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서는.
우리를 위해 한 팀이 나섰다가 옆의 몰 직원들에게 인계.
그 사람들이 우리를 인수해서 택시를 불러 주었고 올 동안 또 다른 별다방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 올 수가 있었다.
별다방 두 곳은 이제까지 만난 별다방 가운데 최고로 시원찮은 곳이었지만 그게 어디냐.
아무튼 처음 터키에 올 때 전혀 생각을 안 했던 일곱 초대 교회 순방이 어영부영 진행되었고 이제 사데 교회 한 곳만 남았다.
여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중교통으로는 답이 없어 귀인 찬스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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