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운남 2001 여행

대리에서

정안군 2005. 4. 6. 10:13

 

1 월 5 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 밖에 걸어둔 빨래를 만져보니 다 말라있다...

 

날도 흐리고 서늘해 잘 안 마를 줄 알았는데...

 

한국 식당에 내려와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TT  

 

김치가 신김치가 아니어서인지 이렇게 맛없는 김치찌개도 처음인 듯....

 

어제 잔 게스트 하우스에 가서 짐을 정리해 한국 게스트 하우스로 와서 짐을 맡긴다....

 

슬슬 창산유람에 나서기로 한다... 창산 쪽 하늘은 먹구름으로 덮여있고 바람도 불어 추운 정도는
아니지만 쌀쌀하다... 일 년 중 요즘이 가장 추울 때라지...

 

골목길을 올라오면 오른쪽은 삭도 타는 길, 왼쪽은 리지앙, 곤명 가는 버스 타는 곳과 그 옆에 말 타는 곳이 있다...

우리를 보고 반갑게(사실 우리의 돈이 반갑겠지만 ^^) 쫓아온 주인장과 흥정을 하는데 "70원" "30원" 안된단다... "60원"  "그래 50" "OK" 50원으로 하기로 했다....

 

나중에 딴소리할까봐 2명이라는 것과 왕복임을 재차 강조한 뒤에도 이거 바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바가지 생각이 났지만 말을 타고 산길을 오르며 너무 싼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먼 길에 완전히 등산로이다...

 

조랑말들도 힘이 드는지 방귀가 새어 나오고 주인장도 그 길을 걸어서 뒤따라오는데 그 주인과 말한테 너무 미안했다...

 

말타는 것은 처음은 어색하더니 자꾸 익숙해진다... 그러나 길이 멀고 험해서 지루하고 힘이 들 정도이다....

 

원래는 그렇게 말로 중화사까지 가면 거기서 삭도로 올라가는 줄 알았더니 다른 쪽에 삭도가 있어 그것으로 중화사까지 오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말 타고도 오를 수가 있고 삭도로도 오를 수가 있는 것....

 

어느덧 중화사... 절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것에다가 또 옆에 신축 공사 중이어서 별 정감이 없었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얼하이 호수의 모습과 눈 아래 펼쳐지는 초록빛의 평원은 장관이었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운유로라는 곳을 꼭 가보라 해서 그것이 무엇인가 하였더니 중화사 옆으로 산을 돌아 낸 산책로였다...

 

널직하게 돌판으로 포장된 雲遊路(구름 속에서 노니는 길)는 이름도 멋있지만 참 분위기 좋은 숲길이 었다...

 

오른쪽으로는 높이 솟은 봉우리, 왼쪽으로는 절벽으로 이어지며 멋진 경치를 보여 주고 있었는데 너무 가면 말 아저씨가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아 돌아서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여유가 있으면 끝까지 가고픈 길이다...

 

중화사 위 鳳眼洞 식당촌에 이르니 말 주인이 밥 먹고 가잔다...

 

별 생각이 없어 안먹는다고 하니 주인이 거북한 표정이다...

 

그래서 식사하라고 하고 우리는 기다린다 하니 좋아한다....

 

한참을 기다린 뒤 말 주인과 내려오기로 한다...

 

우선 안내판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말을 타고 있는 아들 사진도 찍은 다음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이 들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은 앞으로 세우고 몸은 뒤로 재키는데 발판 길이가 짧아 발이 아프다...

 

한참을 내려오니 타는 것은 웬만큼 적응이 되나 발이 점점 아파온다....

 

언제 죽어서 묻힌 혁명가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붉은 별이 그려진 무덤군을 지나 시작점까지 돌아오는데 벙거지를 쓴 아가씨 2 명이 걸어서 올라오고 있다.....

 

벙거지 스타일은 우리나라 아가씨들...... 물어보니 틀림없다.

 

다시 말위에서 끄덕끄덕하다가 도착했다...

 

주인에게 약속한 50 원과 1 달러를 팁으로 주니 황송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중간에 비도 뿌린 궂은 날씨이지만 어제 보아 놓은 북문 앞 식당까지 내킨 김에 간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정리한 것 중에서 궁보계정을 시켜보기로 한다.  

 

땅콩과 닭고기를 버무린 것이라는데 닭고기가 아닌 돼지 고기가 나온 것 같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그것 한 가지하고 밥을 먹으려니 좀 그랬다... 요리 값 7 원, 밥값 2 공기 2원...

 

먹고 나서 소화시킬 겸 삼탑이 비친다는 공원에 가보기로 한다...

 

일인당 4원인데 아들은 안 받고 나만 받는다...

 

원래 학생은 무료인가???    

 

날이 흐리고 쌀쌀해서인지 사람도 없고 경치도 좋기보다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여 사진 몇 장 찍고 돌아 선다...

 

오는 도중 주변은 온통 대리석 가공공장이다...

 

물론 냇가는 돌가루로 범벅이 되어있지요...  

 

숙소에 돌아와 방을 배정받고 일단 쉬기로 한다...  

 

갈 곳도 마땅히 없고 날이 쌀쌀해 돌아다닐 기분도 아니다...  

 

그럭저럭 저녁때 이곳 식당에서 먹을까 하다가 어향육사를 먹어 보기로 한다...

 

일단 나가 볼까.... 중국식 회교 사원인 청진사가 옆 골목에 있다고 나와 있어 가보니 유교 사당과 별 차이가 없는데 아라비아 글자가 중국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겨우 말해주고 있다....

 

그 골목을 따라서 내려오니 회교식 요릿집이 꽤 많이 있다... 淸鎭이라고 쓴 것인데 회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일 테고 도대체 이 회교를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 회교를 믿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중국 서쪽에 산다는 위구르 족이야 그쪽 너머가 회교권이니 그렇다고 하지만 이곳은 그곳과도 거리가 꽤 되고 남쪽으로는 회교권도 없는데 말이다....

 

멀리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아무래도 마땅한 식당이 없다....

 

그래서 점심때 먹었던 식당에 가서 어향육사를 시켜 먹는다....  

 

늦은 점심이었기 때문인지 맛은 있는데 다 먹을 수가 없다....  

 

요리 값은 아까와 같은 9 원.....

 

50 원짜리 전화카드를 사서 집에 전화를 하니 25원이 순식간에 날아간다....

 

전화 값이 꽤 비싼 느낌이다...

 

집에 돌아와 가이드 북을 읽으니 몽골 제국 시절에 쿠빌라이 칸이 이곳 대리국을 멸망시켰는데 그 뒤에 이곳을 다스리기 위해 회교권의 사람들을 데려왔단다...  

 

원래는 서역 사람들의 모습이었지만 이곳에 토착화되면서 사람들의 모습은 이곳 사람들과 비슷해졌지만 그들의 종교만은 남아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하루에 기도를 5번 하는 종교적 관습만 남아 전해 졌다고 쓰여있다.....

 

그제야 의문에 풀린다.....

 

역시 종교는 대단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구름속에서 노니는 길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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