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 6 일 토요일
8 시쯤 일어나 밖에 나오니 아직 어두워 날씨가 좋은지 어쩐지 모르겠다.
어젯밤에는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어 한밤중에 문을 발랑 열려서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사장님은 식당 지붕 위에서 작업 중이었다....
다른 집 기와장이 날아와 식당 위 슬레이트를 망가트려서 고치고 있는 중이란다....
조금 있으니 창산 꼭대기가 햇살에 젖는 것을 보니 날씨가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이 이곳 날씨가 가장 험할 때인가 보다...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빌린다...
키쿠야(菊屋) 앞 자전거 대여점에서 대당 10 원 야진 200 원...
북문로 언저리까지 갔다가 얼하이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간다...
한참을 나가니 고속도로 비슷한 것이 나오고 가로질러 밭 사잇길을 지나는데 아들놈이 힘이 드는 모양이다...
하긴 아침 시간이라서인지 손도 시렵고 자갈길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밭일을 하는 사람이 여기 저기 있고 유채꽃도 피어있어 그림 속의 한 장면 같은 길이다...
동네 골목길을 빠져나와 얼하이 호수에 도착했는데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다...
호수가는 주변에 길이 나있고 벤치도 있는 분위기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곳 사람들의 생활 터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리 사육장도 있고 둘레를 따라 길같은 것은 없었다...
下關 방향으로 가는 길은 동네 사이길, 밭 사잇길 그랬다...
길 상태도 자갈길이나 울퉁불퉁한 흙길이어서 나도 힘이 들지만 아들놈이 꽤 힘들어한다.. 넘어지기도 꽤 넘어지고...
그래도 동네 사이길을 고집하다가 더 이상 길이 없어 큰길 쪽으로 향하니 그 길이 바로 좀 전의 고속도로 다리 - 리지앙 고속도로였다...
고속도로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고속도로와는 거리가 멀다...
경운기 엔진을 단 차도(우리나라도 있었죠... 트럭 비슷한 것) 다니고 마차도 다니는데 옆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놓아 사람들과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해 놓았다...
이런 것은 참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힘든 길을 다니다 잘 포장된 길을 가니 금방 下關에 도착한다...
육고에서 도착했을 때 느낀 것이지만 도시가 정리가 잘된 곳이다...
자전거 전용도로 하며 깔끔한 냇가 공원 비교적 깨끗하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중국 음식 종류를 적어 놓은 종이를 가져오지 않아 걱정이 되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한다...
대리 백족 자치주 박물관 옆 깔끔해 보이는 吉(금세자를 쓴 글자)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가져오라고 한 다음 쇠고기가 들어간 것을 시키니 조금 있다가 안된다고 한다...
어떡하나 아는 것이 없으니... 메뉴판을 뒤로 몇 장 넘기니 철판우육이라는 반가운 음식이 있다 ^^
반가운 마음에 짚어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가더니 얼마 있다가 지글거리는 쇠고기가 돌판에 올라와 나온다...
우선 보기에도 맛이 있을 것 같아 한 점을 집어 먹으니 오!!!! 괜찮은 선택.....(20 원) 먹고 나서 옆에 있는 박물관에 간다....
10원이라고 해서 두 명이 그렇다는 것인 줄 알았더니 1인당 10원이다...
이곳도 아들은 돈을 안 받는 듯한데....
글쎄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고 안 받으니 기분은 좋다.... 전시물은 청동기 유물 조금, 송 명 원대 유물 조금, 그리고 현대 인물 사진들,,,,
인상에 남는 것은 다리 백족 출신이라는 周保中이 김일성 가족과 찍은 사진이다...
주보중은 한국 전쟁에도 참여한 바가 있는 중국 현대사의 중요한 인물인데 그 사람이 백족 출신이었던 모양이다...
또 젊은 나이에 중국 혁명에 몸 바쳤다가 죽은 사람들의 사진도 걸려있었고 곤명 흑용담 안에 있었던 혁명열사도 이곳 출신이었다..(이름은 잊어버렸음)
박물관을 나와 얼하이 공원에 간다...
자전거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꽤 되는 거리인데 걸어 다닌다면 다리가 꽤 아플 것인데,,.,,,
얼하이 공원 입장료 5 원...
이곳도 나만 받는다.^^
별생각 없이 간 곳인데 생각보다는 아주 좋은 곳이다...
얼하이 호수가 쫙 펼쳐져 있어서 연인들이 산책하기는 그만인 곳이다...
배낭객들이 걸어 다니기에는 약간 힘든 정도이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에는 그만이다...
옛날 이발소에 가면 걸려있던 그림에 나오는듯한 그런 호수의 느낌이다...
중국의 강이나 호수는 흙탕물 빛깔인 줄 알았더니 이곳은 투명한 물빛....
下關에 애인과 같이 간다면 꼭 가보세요...... ^^ 이제 슬슬 다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올 때 너무 힘들어서인지 엉덩이가 배겨 너무 힘들지만 길이 좋아한 시간 정도에 올 수가 있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좀 씻고 빨래도 하고 식당에 앉아 쉬기도 한다...
숙소 앞 소파에 앉아서 바라보는 창산의 모습이 너무 좋다... 중산리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모습을 보는 듯한데....
역시 여행도 주관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어제 창산의 운유로가 너무 좋았는데 한 한국 친구는 그것 때문에 오늘 하루를 망쳤다고 한다...
그 친구들은 시쌍판나로 해서 라오스에 간다고 나갔다....
침대 버스를 타고 험한 길을 갈 그들을 생각하니 엄청 고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이드북에는 30 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나와있고 경험자 글에는 더 걸렸다고 쓴 것도 본 적이 있는데....
오늘 자전거 하이킹을 마치고 생각하니 차라리 下關에 숙소를 정하고 자전거로 고성에 와서 둘러보고 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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