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풍경

새봄맞이 변산반도 나들이 - 2

정안군 2006. 4. 24. 18:17

 

구불구불 포장길을 내달려 격포에 도착합니다.   기회가 되면 변산일주도로를 자전차 여행하려고 도로를 유심히 살펴 보았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힘이 좀 들겠지만 재미는 있겠네요.

채석강이 있는 격포는 전에도 여러 차례 온 적이 있어 낯이 익은 곳입니다.   다들 채석강 구경을 간 틈을 이용해 횟집 구경에 나섭니다.

 

곰소항에 있던 것보다는 생물도 더 많고 역시 사람도 더 많네요.   싱싱한 해물들이 죽 늘어서 있고 회먹고 가라는 진한 전라도 사투리의 아줌씨들의 말씨가 정겹습니다.

 

뭐가 있나요 ?

 

 

 

 

피조개, 꽃게, 고래배꼽(고동), 삼식이, 박대... 많이 있네요.  개불도 있고 뭐를 사서 먹어 보면 좋겠는데 점심 먹은지 얼마 안되니 배가 협조를 안해주네요.   박대 말린 놈을 10,000원 주고 삽니다.   양념해서 쪄 먹으면 반찬없을 때 괜찮거든요.   하긴 그래 놓아봐야 나만 먹습니다.

 

차로 돌아오는데 위도행 훼리가 있는 그 선착장에서 큰 일이 벌어질 뻔 했습니다.   SM5 승용차가 후진해서 바다로 추락할 뻔 했군요.   뒷바퀴 2개는 허공에 떠있는데 다행히 차 중간이 선착장 끝부분에 걸려 그 안에 타고 있던 아이 2명이 구출되었군요.

 

부모들이 시동을 켠 채로 사이드 브레이크만 채운채 볼 일보러 나갔는데 그 사이에 아이들이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었던 모양입니다.   바다 쪽 뒤로 미끌어져 선착장 끝에 걸쳐 있던 차를, 지나가던 SM5 승용차 운전자가 발견하고 코란도를 끌어와 띠로 묶어서 더 이상 뒤로 나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군요.   아이들도 조심스럽게 차에서 끌어내려 위기 일발 상태에서 벗어났습니다.   119차도 왔는데 결국 견인차가 동원되어 차를 들어 올렸습니다.

 

SM5 동료끼리라서 뭔가 휠이 통했던 모양입니다.   운전자들 정말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차안에 아이들만 놓아두는 것은 정말 위험하군요.

 

자칫했서 그대로 추락했었더라면 오늘 저녁 뉴스에도 나올 뻔한 사건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   어쨌든 그 놈들 명이 참 길겠습니다.

 

다음은 불멸의 이순신 촬영 세트장입니다.   상당한 경사지에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어서 대형 버스가 들고 나가는 것이 만만치가 않네요.

 

여기도 여전합니다.   아름다운 산의 부드러운 고선이 펜션 스타일 건축물로 인해서 획일화되갑니다.  

시간이 상당히 늦어져서 서두르지만 충주 도착 시간이 만만치가 않겠네요.   추억의 변산 해수욕장을 거쳐 새만금 방조제까지 갑니다.

 

 

새만금...

 

우리 한반도에는 사람들만 아니라 여러 식물과 동물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말은 못해서 그렇지 우리 인간들처럼 이 땅에서 살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산 것이 오래된 것처럼 그들은 오랜 세월을 이 땅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그들의 생명을 끊어도 되는지 정말 한참 동안을 멀리 보이는 막힌 바다를 바라다 보았습니다.

 

이제 제방 오른쪽의 바다는 서서히 죽어갈 것입니다.   그들 삶의 모태였던 바다와는 줄이 끊긴 것이지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사모로 활동했었습니다.   역시 그때도 그랬던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은 단지 이X창 옹이 대통령되는 것을 막은 것 그것이 다였나 봅니다.

 

'좌파 신자유주의자'라는 저질 코메디 발언이나 그의 몰환경 정책은 참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사실 이 공사는 농업진흥공사와 전북 공무원들과 토건업체와 몇몇 지주층 이들의 이익말고는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미 건설족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 곳곳이 생채기를 드러내며 죽어가고 있거든요.

 

유럽의 네덜란드가 자랑해 온 간척지는 다시 많은 돈을 들여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 힘을 쓰지만 한 번 파괴된 자연은 되돌아오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것 이런 것은 우리들이 경험하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것인데 왜 이런 그들의 귀중한 경험을 살리지 못하고 우리도 그들이 걸어간 길을 답습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성이 되면 이를 추진했던 대통령과 장관들, 그리고 공사와 건설회사 사장들의 이름을 나열해서 새겨놓아야 합니다.

 

관심없는 국민들과 그 앞에 섰던 이들이 후손앞에 죄인으로 오래오래 남아있도록.

 

새만금 공사의 물막이가 끝나던 날 이 땅의 언론들은 대역사라는 표현을 쓰면서 공사 과정을 나열했지만 이것에 희생된 많은 생물들은 거론조차 되질 않았습니다.

 

 

 

이 땅에서 잘못 태어난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부안땅을 벗어나며 전에 함열에서 출발해 정읍까지 자전차로 갈 때 지나갔던 도로도 따라 가니 그 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여전히 그 때 죽은 대나무들은 푸른 빛으로 돌아오질 못하고 있네요.   지난 해 폭설은 기상이변이라고 하지만 결국 이것은 우리들이 자초한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처럼 끝없이 경고를 보내지만 우리는 애써 이를 무시하네요.   참으로 무거운 여운이 남는 변산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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