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봄... 정말 그랬다. 밤은 왔건만 밤 같지 않은 밤. 시차 적응이 안 된 마음은 몸뚱이를 마구 흔든다.
일어날 시간이야!!! 그러나 현지 시간으로는 새벽 3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낮 11시가 넘은 시간이니 마음이 비상 걸릴 수밖에.
창문 밖은 위도가 높은 탓에 대보름 밤 같은 희뿌연 빛이다. 여러 가지로 다른 땅 다른 환경에 왔음을 실감한다. 다른 사람들도 잠을 못 이루는 것 같고.
패전 후 어려울 때는 성냥 개피 하나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담뱃불을 붙였다는 독일사람 아니던가. 화장실의 좌변기도 어김없이 물 절약형이다. 변기 구멍이 작고 깊지 않아 물 한 컵 정도 들어갈 분량이다. 오물이 묻으면 닦아 내도록 솔이 준비되어 있다. 하긴 우리나라 좌변기는 물을 물 쓰는 나라답게 푸짐하긴 하다.
아침은 가져온 햇반과 반찬으로 해결한다. 미리 만났을 때 우리는 주방이 있는 숙소라서 식사 해결이 편리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오자마자 그 혜택을 보는 셈이다.
오전은 오리엔테이션이란다. 통역을 맡은 정 선생이 와서 우리 연수 학교를 소개해 주었고 이동할 때 필요한 베를린 교통 지도와 현대판 마패라 할 수 있는 베를린 교통 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베를린 교통 지도와 베를린 교통 한달 이용권>
<교통권 뒷면>
<베를린 교통 지도 : 역이나 공항 인포메이션에 가면 쉽게 구함>
요약하면
우리 연수처는 베를린 기술대학(Technische Fachhochschule Berlin : T.F.B)이다.
<대학 위치>
독일의 고등교육기관은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의 형태는 교육과 연구를 통합하도록 계획된 종합대학(Universitat)과 이와 동급의 단과대학(Hochschule)이다. 공학계에서 유명한 베를린 공과 대학은 Universitat이고 우리 연수 학교는 Fachhochshule 즉, 단과 기술대학 형태이며 실기 실습 교육을 겸비하도록 교육하는 곳이란다. 일반적으로 독일에서 대학간 서열은 없지만 지명도의 차는 있어서 아무래도 기술대학은 베를린 공과대학에 비해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같은 베를린 연수지인 기계과 팀은 자기 연수지가 베를린 공과대학임을 강조하면서 목에 힘을 주었나보다.
베를린의 교통 수단은 4가지이다. 버스, 지하철, 전철, 그리고 전차인데 이를 독일어로 하면 부스(BUS), 우반(U-Bahn), 에스반(S-Bahn), 트람(Tram)이다.
부스 중에는 기차여행 시 베를린 간판역격인 쵸(Zoo)역 앞에서 타는 100번 부스가 유명하다. 이 부스는 이층 버스로 되어 있고 유명한 관광 명소를 지나감으로 이 버스 이층 앞자리에 느긋하게 앉아서 시내 관광을 즐길 수 있어 배낭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부스는 도착 시간이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트람은 구 동베를린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탈 기회는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거의 없을 것이다.
흔히 이용하는 것이 우반과 에스반인데 유레일패스로는 에스반만 이용이 가능하다.
(독일 교통수단은 보통 표 검사가 없다. 하지만 표 없이 타다가 간혹 실시하는 검사에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함은 물론 망신을 당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달짜리 표는 한 달 동안 모든 교통수단의 활용이 가능한데 다만 구역 제한이 있어 B 구역에 한정되므로 B 구역을 벗어나고자 할 경우는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보통권은 2시간 이내 모든 교통 수단 이용이 가능한데 요금은 2 유로, 하루권은 5유로 60센트, 한달권은 49유로 60센트이다.
(한달권 요금으로 하면 지금은 6만원 정도 십년전은 5만원정도였다.)
이런 내용이었고...
베를린 교통수단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은
http://blog.empas.com/zyghim/read.html?a=1934671을 참조하세요.
베를린 기술대학으로 이동을 한다. 우선 집에서 나와 슬슬 걸어 햄스도르프(Hermsdorf)까지 간 다음 부스로 비테나우(Wittenau)로, 비테나우에서 U-8(지하철 8번선)을 타고 오스로에 스트라제(Osloer Str.)까지 여기서 U-9로 환승, 레오폴드 플라츠(Leopold Platz)에서 내려 조금 걸으면 대학이 나온다.
베를린 지명에는 유난히 dorf, str. platz라는 용어가 많은데 dorf는 작은 마을, straβe는 로(영어 street), platz는 광장(영어 plaza)를 뜻한단다. 또 Rathaus는 구청, allee는 가(avenue)이다.
지하철은 에어콘 시설이 없어 상당히 더웠다. 짧은 여름이라서 건물이나 차량에 에어콘 시설은 거의 안 되어 있단다. 버스와 지하철의 연계가 상당히 좋고 지하철 환승할 때는 환승거리가 짧아 상당히 편리했지만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운동 효과는 거의 없었다. ^^;;
서울에서 지하철 환승하려면 상당한 거리를 걷고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하서 이것만 이용해도 다른 운동은 안 해도 되는데 이곳은 거의 한 계단만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되니 운동은 다른 곳에서 보충해야 할 듯하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ㅋㅋㅋ
대학은 덩그러니 건물 몇 동만 있는 분위기여서 좀 삭막하다. 한 건물 세미나 실에 가서 연수 내용과 책임교수, 그리고 지도 교수를 소개받는다. 내용은 급조된 듯 2주까지만 되어있고 정리가 덜 되어 있는 느낌.
학교 식당에서 점심 식사. 칠리소스를 바른 고기구이와 샐러드인데 당연히 각자 부담. 고기와 샐러드를 좋아하는 나는 만족한 식사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식사가 좋질 못했다나?
모두들 피곤하다고 집에 가고 싶어 했지만 나와바리를 좀 더 넓히자고 주장하여 일단 베를린 관문격인 동물원(Zoologischer Garten ; Zoo)역까지 가 보기로 한다. 쵸역앞에는 베를린의 상징격인 요놈이 있는데 요놈을 조금이라도 일찍 보고 싶었다.
이름하여 카이저 빌헬름 교회. 빌헬름 황제 대관식을 기념하여 세운 교회인데 2차대전 중 일부 파손되었다. 이를 보수하지 않고 전쟁의 상혼을 기억하고자 그 옆에 현대식 교회를 세웠다는 바로 이 놈.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젊은 청소년들이 헤벌래하고 늘어져 있다. 대 낮인데 술 취한 놈들인가? 나중에 물어보니 마약에 취한 애들이란다. 마약에 취해 있을 때는 환각상태라서 해를 입히는 경우는 없다 한다. 바지 가랑이 사이는 물이 흥건하다. 우리나라 술 취한 아저씨들과 늘어진 모양이나 하는 짓이 똑 같다.
안잡아 가나? 거래하다가 잡힌 경우 그러니까 현행범인 경우에는 체포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그냥 둔단다. 개인 프라이버시 차원인가보다... 참 여러가지로 좋은 나라이다.
그런가???
광장에 나서니 나타난 그 교회. 안내서에는 밤에 보는 교회가 참 아름답다고 했다. 그런데 낮에는? 낮에는 건물 안에 들어가면 된단다.
시간 상 오늘은 멀리서 그냥 보는 것으로 한다. 앞으로 기회가 많으니. 역에 돌아오니 다른 사람들은 국제 전화 거느냐 난리이다.
다시 지하철. 툼스트라제(Turmstr.)에서 다시 내려 한국 식품점에서 한국 쌀을 사고 정 선생과는 헤어진다. 우리끼리 집에 가기로 한다. 비테나우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배추, 파,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산다. 쇠고기가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싸다. 파는 꼭 풋마늘처럼 생겼는데 냄새를 맡아보니 파가 맞고.
우리나라처럼 얇은 비닐에 담아서 기계에 올라놓고 이름을 찍으면 가격표가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각각의 이름을 알 수가 없다. 대충 눈치로 하다가 한 아줌마의 도움을 받는다. 역시 남 나라에서는 간단한 것이 없다. 식료품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
한 가지가 좋으면 다른 불편한 것이 꼭 같이 오게 되어있다. 주방이 있어서 식사 문제는 좋지만 역시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아 시내 나들이나 이동할 때 좀 피곤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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