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일상

[치앙라이]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 법...

정안군 2014. 1. 26. 21:12

 

똥은 머리 속에 넣지 말고 뱃속에 넣어라.

그렇지요.

뭐든 제 자리에 있어야 하는 법.

한겨울 주인을 잃고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내 애마가 이제 제 자리를 잡았네요.

 

우리 동네는 무반 남텅(NAMTHONG)입니다.

더 정확히는 반두 무앙 마이, 우리 말로 하면 반두 새마을이지요.

신시가지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아무튼 반두에서 새로 조성한 동네라서 무앙 마이입니다.

무앙은 마을이나 도시, 마이는 새로운(신)이라는 뜻이지요.

 

이 동네에서 온천을 가려면 라차밧 대학을 횡단하여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인데, 중간에 언덕이 있어서 기존의 자전거로 가려면 좀 힘이 들었습니다.

시장 앞으로 해서 가면 평지라서 좋기는 한데, 차가 달리는 길을 무단으로 횡단해야 해서 저녁 러시 아워 시간에는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차량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랍니까?

오늘 내 이구아나를 타고 라차밧을 횡단해 가는데, 그냥 날랐습니다.

역시 발에 날개를 단 셈이네요.

 

오늘은 주일입니다.

센터에서 에배를 드렸는데, 서운하게도 내 친구 날린이 오질 않았네요.

일이 있어서 매짠에 갔다는군요.

지난 주에 같이 온 위나이가 와서 말을 전하라고 했답니다.

다행히 요즘 날린의 집안일이 조금씩 좋은 쪽으로 풀린다네요.

하긴 지난 주 여러 명의 목사님이 진하게 기도를 해 주었으니 잘 풀릴 수 밖에 없겠죠?

이번 주에 설이 끼어 있어 우리 집으로 초대를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좀 어렵겠군요.

다음을 기약해야 되겠습니다.


 

낮은 그럭저럭 시간이 잘 가는데, 밥 시간은 몹시 더디게 갑니다.

집에 TV가 두 대나 있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 듣지를 못하니 그야말로 무용지물입니다.

가끔 뉴스에서 방콕에서 벌어지는 데모 소식을 전하지만, 여기하고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같습니다.

그냥 조용한 시골 분위기가 계속 됩니다.


 

태국살이의 장점은 채소와 육류의 값이 싼 점입니다.

특히 채소의 가격은 우리나라 겨울의 채소 가격에 비하면 거저라고 할 수 있지요.

오늘은 집사람이 갓 김치를 담는다고 시장에 가서 사오라기에 한 가게에만 있는 갓을 싹쓰리해왔더니, 너무 많이 컸다는군요.

좀 어린 것이 맛이 있다던데, 그런 것을 알았서야죠.

어쨌든 이렇게라도 자꾸 조금씩 배우면, 세상 물정을 더 알아가겠네요.

 

오늘은 제법 더웠습니다.

더위가 조금 가신 오후 온천에 가서 발 좀 담그고 돌아 오다가 시장에 들렸더니 아들이 퍽 좋아하네요.

이런 분위기가 사실 태국의 맛이지요.

시장 구경을 하고 오다가 길가 쌀국수 맛집에 들려 국수 한 그릇씩 나누는 것으로 저녁을 대신합니다.

어렸을 때 배낭 여행 시절에 먹었던 그 맛이랍니다.

그게 2000년도였으니 무려 14년 전인데, 그 맛이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하긴 나도 어려서 먹었던 외할머니표 쩜장을 무려 4 - 50년이 지나서 먹었는데 그 맛이 생각이 난다는군요.

작은 아들은 그 때 나와 같이 왔던 치앙라이가 새삼스러운 모양입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기억만은 새롭습니다.

 

옛날 유행가 한 구절이 머리에 맴돕니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