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또 어하다 보니 오늘은 2월하고도 이틀째가 됩니다.
우리나라야 요즘은 포근하다고 하지만 어쨌든 겨울인데, 여기는 혹서기로 점차 진행되는 듯합니다.
어제는 최고 온도가 31도이었는데, 오늘은 33도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습도가 높지 않아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만 좀 덥게 느껴지고 나머지 시간은 지내기 괜찮습니다.
하지만 오후에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나가면 죽음입니다.
오늘은 주일입니다.
아들과 나는 자전거로 나서고 장모님과 집사람은 옆집 선교사님 차로 센터로 가는데.
그래도 10시 무렵은 햇살이 그리 세지 않아 갈만하더군요.
조금 일찍 도착해서는 마당을 쓸어 주곤 하는데, 반가운 손님이 왔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에 만났던 내 친구 아짠 날린이 예배에 참여하기 위해 일찍 왔네요.
10시 30분에 시작한 한국어와 태국어로 동시에 진행되는 예배를 마친 시간이 12시 30분입니다.
예배가 2시간이나 걸렸군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런 예배 시간을 가졌다가는 난리가 나겠지요?
오늘은 태국 투표일이랍니다.
그래서 여기에 오는 대학생들이 자기 고향마을에 투표하러 가서 식사 준비를 못해 빵을 준비했다하더군요.
어쨌든 빵을 먹으면서 날린과 밀린 이야기를 나눕니다.
날린에게 오늘 투표를 했냐고 물으니 투표를 하고 이곳에 왔답니다.
그리고는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아마도 투표가 무효 처리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도 합니다.
남부 11주는 투표 자체를 거부했다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태가 좀 더 심각한가봅니다.
사실 쌓였던 감정과 욕구가 전 수상 탁신으로 인해서 폭발된 것도 있지만, 밑바닥에 쌓여 있는 불만과 불신이 이런 사태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4시에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그런 발표가 아닌가 싶다고 하더군요.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는 대화거리로 삼지 않으려는 센터 주인장 선교사의 통역 중단으로 더 자세한 것은 알 수는 없었어요.
다만 이런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해서 보다 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잖아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려 우리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여러 이야기 끝에 날린을 이번 주 화요일에 가족과 함께 우리 집으로 초대하기로 합니다.
통역을 담당할 센터 선교사도 함께 와달라고 부탁을 했고요.
날린은 많이 아쉬운 모양입니다.
모처럼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생겼는데, 아직 언어가 서툴러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으니.
그래서 내가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하고, 더 급하면 나에게 태국어를 가르치라고 말해줍니다.
시간이 걸리면 해결이 되겠지요.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으니, 언젠가는 유창한 태국어로 지금 이야기를 할 때가 있겠죠?
식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갈 때하고는 확실히 햇빛의 강도가 다릅니다.
오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 돌아다니는 것은 이제 피해야 되겠어요.
집에서 라디오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4시에 TV를 켜니 모든 방송에서 누군가가 나와 무슨 성명서를 읽더군요.
말을 모르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지요.
해서 인터넷 태사랑에 질의를 하니 투표율과 예상 득표율을 발표한 것이라네요.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여러 곳에서 투표 방해가 있었지만 예상보다는 높은 투표율로 투표가 마감되었다고 합니다.
투표가 무효라든지 하는 이야기는 그냥 유언비어였던 모양입니다.
그렇지요.
조금 힘들더라도 한 번 결정했으면 그냥 밀고 나가야지 그걸 무효로 한다든지 하면 다음에는 아무런 대책이 안 서게 되지요.
당연히 노랑 부대의 패배가 예상되는데,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이 사태의 흐름에 굉장한 영향을 줄 거라는군요.
아무튼 어렵게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더해봅니다.
이런 고비에서 가끔씩 나와 자기 체제를 위해 묵언으로 뒷배를 봐주던 왕이나 왕비도 전면에 등장하기가 힘들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하니 그런 면에서는 중개를 해줄 사람이 없어서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왕이 통치하는 나라가 아니라 진정 국민들의 대표가 통치하는 그런 나라가 되겠지요.
그렇게 빌어봅니다.
아무튼 하느님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높다는 태국 왕님도 세월은 이기지 못하나 봅니다.
그 대단한(?) 분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라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한줌 흙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월을 이길 장사가 어디 있나요?
그게 태국 왕이든 일본 천황이든 다 똑같은 인간의 운명인 것을요.
저녁에 산책에 나섰다가 반찬을 위해서 오이와 땅콩을 사가지고 옵니다.
오이는 5개 8밧, 땅콩 조그만 한 봉지에 10밧.
정말 싸지요?
디저트로 토마토와 바나나를 믹서에 넣고 갈아서 먹으니 왜 진작 이렇게 해 먹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ㅎ
아무튼 참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ㅎㅎ
정
치쪽에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그거야 이 나라 사람들 사정이고.
사실 정치에 절대 선이 어디 있나요?
서로 적당한 선에서 잘 타협해서 또 내일을 기약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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