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밥 장사 두 번째 주입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날씨가 꾸무럭거리는 게 영 개운하지 않더군요.
어제 그제 계속 비가 왔는데, 오늘도 비라도 쏟아지면...
다행히 점심 무렵에는 날씨가 개더이다.
집사람과 두 처자는 열심히 김밥을 말았죠.
오늘 메뉴는 꼬다리 깁밥과 충무김밥 응용입니다.
중국여행 카페에서 김밥 사진을 보고 힌트를 얻어서 집사람에게 제안을 했지요.
지난 번 같은 김밥은 비쥬얼이 안 되니 이런 걸로 바꿔 보면 어떨까 했더니 좋다고 해서 나온 작품입니다.
100줄 정도 말아서 팔자는 나리(가명)의 욕심 섞인 제안도 있던 것처럼, 오늘은 뭔가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위나이와 나리도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오후쯤 전화가 와서 오늘 천 라오쓰와 저녁을 함께하자는 제안이 오면서 일이 좀 꼬였습니다.
미리 말을 꺼낸 것이라 미루기도 그렇고.
날씨가 꾸무럭거려 김밥 장사하는 곳도 안심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 된거죠.
어쨌든 나는 골프 연습장에서 급하게 한 판 돌리고 왔더니, 집사람은 야시장에 가서 세팅을 해주고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온다더군요.
그래서 천 라오쓰를 연결해 준 선교사 부부와 함께 매 파 루앙 대학교에 가서 천 라오쓰를 데리고 한국 식당에 가니 집사람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집사람 왈, 오늘은 괜찮게 팔릴 것 같은데, 날씨가 어떨지...
우리가 식사를 하는 중에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철수해야겠다고...
이런...
집사람이 전화를 통해 김밥 남은 것은 우리 마을 주변에 사는 한국 사람에게 그냥 나누어 주라고 하면서 오늘 장사는 종을 쳤습니다.
땡........
식사를 마치고 집 앞 골목에 오니 위나이와 나리가 마침 센터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더군요.
둘 다 많이 속이 상했나 봅니다.
어쩌겠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거지 뭐.
말은 그렇게 해 주었지만 처음에는 둘 다 화장실에 가서 많이 울 정도로 속이 상하고 기운이 빠졌나 보더군요.
우기도 아닌데 비는 왜 와 가지고 말야.
물론 그 덕에 덥지 않아 좋기는 하지만 말이죠.
뭐 이렇게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하나가 나쁠 수도 있는거죠.
에이, 속이 상할 때는 그저 꽃 구경이 제일입니다.
요즘 한창 우리 집에서 잘나가는 아이들 구경이나 하시죠.
수련일테죠?
너무 예쁘죠.
낮에만 피는 놈인데, 저녁이면 당연히 입을 다물지요.
꽃이 예쁘기도 하지만, 내가 봐도 찍기도 잘 찍었네요. ㅎ
이 친구는 나병 환자 손가락처럼 뭉뚝한 가지의 소유지인데, 이제 때가 되었나 봅니다.
다른 집 나무들은 벌써 꽃을 피워서 이 친구는 혹시 죽었나 했드랬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제 때가 되니 싹이 나네요.
미안허다...괜히 오해혀서...
활짝 핀 난꽃
오늘 오전 날이 빤짝했을 때 찍었드랬습니다.
오후에도 이때처럼 날이 좋았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말이야 말이야.
날이 좋은 것을 보니 괜히 화가 다 나네요...
잭 후르츠 나무에 붙은 난에서 핀 꽃.
처음 보는 종류인데 참 예쁘더군요.
그래서 이 꽃을 오늘의 장원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려, 이쁜 니가 장원이다.
이렇게 꽃들을 보니 김밥 사건은 잊혀지네요.
하긴 나보다 속 상한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만...
그려, 어쨌든 다 때가 있는거다 야들아....
필 때가 있고 질 때가 있고.
김밥 장사도 될 때가 있고, 또 거시기할 때도 있구 말여.
다른 한쪽에서는 천 라오쓰 왈, 오늘 너무 잘 얻어 먹었다고...
훗...
그저 웃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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