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佳县) 다녀오기.
가현, 아름다운 마을, 얼마나 아름답기에 가현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요?
딴생각님의 블로그에서 본 가현 가는 길도 예쁘더군요.
그 이름값에 끌려 하루를 투자해서 가현이라는 마을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중국이란 나라는 이웃 마을이라고 해도 그 거리가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가현 가는 차비만 해도 30원이 넘으니 내 계산으로 하면 3시간 정도 걸릴 듯 했고 사실 그렇더군요.
중국에서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소요 시간은 차비 10원에 1시간을 잡으면 대충 맞습니다.
터미널에 가서 ‘지아시엔’이라며 돈을 내미니 못 알아듣네요.
그래도 몇 달은 배운 솜씨인데 말이지요.
할 수 없이 종이에 한자로 가현이라고 써서 내밉니다.
중국에 와서 중국어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자신감을 잃는군요.
우리 중국어 선생님에게 할 말이 없네요.
9시에 가현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춰 간 것이고 차표에도 그 시간이 나와 있었는데, 막상 버스를 타러 가보니 백운산(白雲山)촌 행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기사에게 물어보니 가현도 간답니다.
나중에 보니 백운산도 제법 이름 있는 관광지인가 보던데, 가현을 지나서 가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백운산촌 가는 것을 타도 가현 가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가득 차서 중간에 멈춰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조그만 고개를 넘어서 전형적인 황토 고원 협곡 사이로 난 길을 달립니다.
황토 고원은 고비에서 날아온 황토가 쌓여서 된 것이라던데,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쌓였으면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가 되었을까요?
중간 중간 승객에 대한 체크가 많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사어가 되다시피 한 '삥땅‘을 방지하려고 그런 것인지.
하여튼 웬만한 동네에 들어가면 버스에 올라와서 손님과 표를 체크하고는 사인을 하네요.
중간에 나오는 동네들은 그다지 크지 않던데, 승용차가 많이 보급이 된 지역이 아니라서 그런지 버스 승객들이 많습니다.
옆으로는 고속도로가 나있습니다.
중국도 웬만한 곳은 고속도로가 지나가서 오지라고 불릴만한 곳은 자꾸 줄어드는 것 같네요.
차창으로 비치는 섬서 북부(이 동네에서는 陝北)는 경제력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임은 분명합니다.
뭔가 소득이 될 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네요.
그래도 재목이 되는 나무가 많이 나긴 하는지 재재소가 많은 지역도 있었습니다.
가현에 가까이 가면서 대추나무를 심어 놓은 지역이 많아집니다.
아직은 나무들이 작은데, 이 나무들이 크면 이 지역 소득원은 대추가 되겠더군요.
경치가 제법 좋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지형이라서 쉬운 여정은 아니었습니다.
가현이 가까워 왔는데 언뜻 강의 모습이 아래쪽으로 보이더군요.
막 내리려고 하던 옆자리 청년에게 물어 보았더니 한참 더 가야 한다고 해서 그런 가 했더니 언뜻 창문으로 향로사 안내판이 보이더군요.
다른 사람에게 순간적으로 물어보니 내리랍니다.
여기서 가야 된다고.
물론 나중에 확인한 것인데, 터미널까지 가도 향로사는 멀지 않습니다.
가현 구시가지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마을이라 서요.
아무튼 가현은 언덕 위의 마을입니다.
고성(古城) 지역은 언덕 위였지만 신시가지나 아파트 단지는 아래쪽에 있어서 걸어 다니기 정말 힘든 동네 같았습니다.
천하 절경 향로사
향로사 가는 안내판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쇠락한 동네 모습이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황하 옆 마을로 한 때는 교통의 요충지였겠지만, 지금은 변방 지대로 변해 쇠퇴해가고 있는 중이더군요.
성벽 위에서 내려다 본 향로사입니다.
황하 물만 더 많았더라면 정말 장관이었을 텐데요.
그게 많이 아쉽더군요.
골목길로 접어들어 요리조리 빠져 나오니 정말 기가 막힌 자리에 놓인 향로사가 눈 아래로 펼쳐집니다.
갈수기라서 황하의 수량이 적어 그게 못내 아쉽더군요.
우기 때 수량이 많으면 황하의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다를 텐데요.
향로사 안으로 들어가니 입장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졸고 있다가 기대어린 눈초리로 나를 바라봅니다.
입장료는 20원이던데, 아무리 봐도 황하를 배경으로 하는 향로사가 멋있는 것이지 향로사 그 자체는 별 수 없을 것 같아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실망했겠지만, 20원이면 밥이 한 끼랍니다.
향로사 위로 보이는 성벽과 아래로 보이는 황토 비탈은 이 가현이라는 위치가 만만한 곳은 아니었음을 보여 주더군요.
황하에는 이미 활용중인 교량이 있고 새로 나는 고속도로 교량인지 완성 막바지에 이른 교량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여기 황하는 섬서성과 산서성을 나누는 경계이기도 합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 다리를 건너 산서성에 발을 딛고 싶었지만 언덕이 웬만한 경사가 아니고 그 거리도 제법이라서 일찌감치 포기를 합니다.
이제 구경을 다했으니 돌아가야 되겠지요.
골목길을 빠져 나와서 가현 길거리를 따라 걷다보니 고성 거리는 거의 평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마을을 만들었겠지요.
길가에 면식개반(面食盖飯)이라는 식당 간판이 보여서 들어가 어향육사 개반을 시켜서 먹습니다.
개반이라는 것이 영 어감이 안 좋네요.
어쨌든 제법 소문만 맛집인지 사람이 많더군요.
맛도 괜찮은 편이고요.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나와서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치처찬’이 어디냐고 물으니 못 알아듣네요.
도대체 내가 하는 중국어 발음은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이것도 할 수 없이 종이에 ‘기차참’을 써서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보여주면서 해결을 합니다.
그것도 언덕길을 한참 내려가다가.
터미널은 반대 방향이라고 해서 다시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는 비극.
그래도 한자를 아니 다행이지 한자를 몰랐더라면 참 힘들 뻔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서양 애들은 중국 여행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가현 터미널은 쇠퇴한 동네 분위기다운 곳이었습니다.
올 때는 33원을 내고 왔는데, 갈 때는 30원 받네요.
아마도 터미널 종업원 월급 주는 돈이 갈 때는 빠지는 모양입니다.
올 때 찍지 않았던 경치를 사진에 담으면서 돌아옵니다.
딱 봐도 딴생각님이 내려서 경치 감상을 했을만한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놈의 버스 기사가 차안에서 담배를 얼마나 피워대던지.
가현은 괜찮은 동네이기는 한데, 유림에서 왕복하는 것은 많이 피곤하네요.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유림에서 가현을 거쳐 미지로 이동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더군요.
물론 미지에서 교통 상황을 안 다음에 나온 생각이었습니다만.
나머지 시간은 유림 노가(老街)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바이두 지도에 뭔가 누각이 있어서 찾아 가봤더니 도저히 들어가는 문을 찾지 못하겠더군요.
덕분에 요동(窯洞)이라는 동굴 집 사정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동굴 집에서 살더군요.
아무래도 생활수준이 높아 보이지는 않고요.
‘섹스무역’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는 가게를 만납니다.
섹스가 뭔지 알고 쓴 것인지...
이것도 한류인가요?
* 가현 가는 방법
터미널에서 가현이나 백운산촌가는 버스를 탑니다.
버스비 32원
2시간 40분 정도 가서 황하가 왼쪽 아래로 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바로 내립니다.
향로사 간판이 바로 보이는 곳이기도 하고요.
향로사 입장료 20원.
올 때 유양구(楡陽區)가는 버스를 타야 됩니다.
차비 30원
‘유양구’가 유원 터미널이 있는 동네입니다.
북 터미널이나 그 근처에 가는 것도 있으니 주의..
* 오늘의 지출
아침 밀가루 꽈배기 요우티알 + 두유 5원
과자 + 물 6원
가현 차비 32원
올 때 차비 30원
호텔비 138원
점심 어향육사 덮밥 12원
병맥주 3원
과일 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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