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일상

[치앙라이] 요즘은 풀 깎는 시즌입니다.

정안군 2014. 8. 24. 16:53

 

 <BEFORE>


 <AFTER>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에 다 때가 있나니(전 3 : 1)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입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습니다.

 

여기 와서 새삼 느끼는 것은 여기도 다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일이라고 아무 때나 나는 것이 아니고 다 나는 때가 있더군요.

 

우리나라도 요즘은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러 고향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나 산소에 가는 사람들 때문에 고속도로 체증이 무척이나 심한 모양입니다.

온유월 풀 크는 것을 보면 정말 무섭죠.

그래서 농사는 풀과의 싸움이더군요.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자라던 풀도 때가 되면, 그 기세가 한 풀 꺾이게 되지요.

처서를 앞둔 요즘이 바로 그 때입니다.

해서 이만 때 풀을 쳐버리면 단정한 상태가 다음 해 봄까지 이어집니다.

 

태국에 와서 처음 겪는 시절이 바로 이 즈음입니다.

 

우리나라의 풀들도 그럴진데, 태국의 풀들이야 그 기세가 어떻겠어요.

 

허나 여기도 다 때가 있더군요.

우기가 끝나가는 요즈음이 벌초 시즌입니다.

더위도 한풀 꺾이고, 비도 덜 오니 풀이 엄청난 속도로 자라질 않습니다.

 

그래서 우기 내내 무성하게 자랐던 풀들을 이제 마음 먹고 쳐냅니다.

동네 구석구석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이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내가 다니는 센터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넓은 정원에 우기 내내 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우거져 호랑이가 새끼 치겠더군요.

해서 우리가 사람을 구해 정리를 해주마 하고 사람을 알아 보니 아만타라는 무반에서 경비를 서는 '캄'이라는 친구가 믿을만하고 싸다 해서 그 친구를 찾아 갔습니다.

다행히 태국어에 능숙한 사람이 동행을 해서 약속을 쉽게 잡았지요.

내일 6시에 근무가 끝나니 9시에 만나는 것으로 하고요.

 

다음 날, 시간이 되어도 안 오기에 전화를 했더니 곧 간다고 하고 그 다음은 10분 후에 도착을 한답니다.

무슨 중국집 배달맨들이 하는 소리를 하더군요.

그러더니 그 다음은 전화를 받지 않는 겁니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이렇게 첫날 바람을 맞았습니다.

 

그래도 뭔가 말이 통하지 않은 것이 있어서 그랬나 하고 이해를 해 주었는데, 그 다음 날 다시 연락을 취했더니 똑 같은 소리로 약속을 잡습니다.

뭔가 수상하기는 했지만 설마 두 번씩이나 펑크 내랴 싶어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나갔지만 또 당하고 말았습니다.

두번째 바람 맞기.

 

이런 강아지 아들놈이 다 있어.

 

풀을 깎아 준다고 약속은 했는데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제동이 걸리니 참 꼴이 웃습더군요.

그냥 말수는 없고 해서 친구 날린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날린은 사정 이야기를 짐작하더니(말이 통하지 않으니) 바로 윗집에 사는 모자 두 사람을 소개해 줍니다.

일당을 물으니 하루 일인당 300밧이랍니다.

 

센터 풀 깎아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사람은 풀을 깎는데는 1000밧, 치워 주면 500밧을 추가해서 1500밧이나 달라고 해서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에 비하면 두 사람을 불러도 훨씬 싼 것이더군요.

 

그래서 이 모자에게 부탁을 합니다.

이 모자는 소수 민족인데 벌이가 아주 시원찮은 모양이더군요.

얼마나 좋아 하던지, 왠지 좀 이 사람들이 안 돼 보이기까지 합디다.

 

아무튼 이 사람들이 풀을 말끔히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뭔가 뒷맛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더군요.

도중에 엄마가 머리에 벌에 쏘였고, 다음에는 아들이 밤에 와서 벌집을 치우다가 또 쏘였다네요.

 

이 소리를 들으니 참 돈 벌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디다.

아무튼 이렇게 미안한 감정까지 남겼으니 그 모자에게 풀 깎는 일은 계속 부탁을 해야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캄이라는 친구 참 웃기죠.

 

사정이 있으면 이만저만 해서 못 간다고 전화라도 해 줄 일인데 말이죠.

아무튼 이 네가지가 없는 친구에게는 더 이상 일을 시킬 일이 없겠네요.

 

훨씬 싸고 꼼꼼하게 처리해 주는 사람들을 알았으니까요.

 

혹시 센터나 큰 정원의 풀 깎을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 모자를 소개시켜 드릴게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입니다.

 

사실 콘 타이보다는 소수 민족들이 일을 구하기가 훨씬 힘이 들거든요.

이렇게라도 도와주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