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홈뽁 국립공원에서 도이 앙캉으로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알고 여기에 왔습니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일단 107번 도로까지 돌아간 다음 치앙마이 방면으로 가다가 1249번 도로를 타는 것이고.
두번째는 107번 도로쪽으로 가다가 삼거리 갈림길에서 산쪽 길을 타고 가서 반 너래(보통 반 놀래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너래가 맞습니다)를 거쳐 가는 방법입니다.
모두 다 험한 산을 넘어 가야 하는데, 첫번째 방법의 길은 산의 높이가 1700m이고 이걸 급경사로 올라간다는 정보가 있어 힘이 달리는 내 차로는 무리인 듯 싶었어요.
두번째 방법이 이동 거리도 짧고 산 높이가 그나마 덜 높은 산고개를 넘는다해서 이걸 선택한 것인데.
길은 전부 포장도로인데 이번 우기 때 험하게 망가진 곳이 많아 운전에 조심을 해야 했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산속으로 접어들자 급경사가 나오는데, 내 차 저단 기어로 변속을 하고도 힘이 딸려 달달거리는 모습이 참 안스럽기 까지 했네요.
그래도 겨우겨우 해서 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향해 갔는데 떡하니 군인 검문소가 있더군요.
부분적인 시간만 통행을 허가한다는 말은 들은지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고, 그 시간대가 가까우면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군인 아저씨가 하는 말 오후 4시부터 통행이 가능하다고 일체 안 된다고 하네요.
그 시간이 오후 1시쯤이었는데.
사실 외국인이 통행은 안 된다는 말도 있었고 3시간이나 기다리느니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거기서 차를 돌렸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반 너래이니 아쉽지도 했지만 방법이 없으니.
지도에서 봐도 국경 검문소에서 반 놀래(반 너래)까지 얼마 안 되는 거리만 남았는데.
아쉬워라...
온김에 기념 사진이나 찍으려고 하니 절대 안 된답니다.
하긴 어느 나라든 군사 시설을 사진찍게 허용하는 나라는 별로 없지요.ㅎ
어렵게 정말 어렵게 넘어 온 길을 소득도 별로 없이 다시 넘어 갑니다.
그래도 고도차가 있어서 넘어 갈 때는 넘어 올 때보다 쉽기는 했어요.
워낙 경사가 심하다 보니 브레이크 라이닝이 타는 냄새가 요란하긴 했지만요.
고개 마루에서 아쉬움에 한 방 담습니다.
마루는 해발 900m대로 서늘하더군요.
힘에 부치는데 올라 오느냐 많이 고생한 내 차.
하지만 이건 예고편에 불과했어요.
넘어 온 길입니다.
여기서 조금 지나면 급경사가 나오지요.
다시 한참을 나와 107번 도로를 만나 치앙마이 방면으로 향합니다.
그러다가 1249번 도로를 만나 우회전해서 들어 갔는데, 처음에는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라서 괜찮거니 생각을 했는데 그게 얼마나 오판이었는지 잠시 후 알게 되지요.
드디어 경사가 시작됩니다.
경사 경사 하지만 이런 급경사는 처음 보지 않나 싶을 정도의 급경사였어요.
옆은 팡 주변의 넓은 평야가 그대로 펼쳐져 있어서 내가 얼마나 경사각을 이루며 올라가는지 실감이 난답니다.
각도기로 재면 45도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은 경사.
거기에다 커브까지 있어 탄력을 받고 올라치는 방법도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헤어핀 커브를 오르기 시작했는데.
저단 기아로 하고 최대한 엑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시속 10km 속도가 안 나오는 참 대단한 길이었습니다.
내 차 같이 1200CC급에 중형차 차대를 가진 차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도로 같더군요.
많이도 올라오긴 했지만 갈 길이 먼데.
그만 사단이 났습니다.
더 이상 오르기에는 내 차가 너무 무리하는 듯.
길가에 주차를 하고 과열된 엔진을 식히며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 봅니다.
주변은 소나무가 들어선 숲이라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데.
지나가는 차들이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 보는데, 문제랄거 까지는 없었고요.
그냥 무리에 무리를 해서 올라 가느냐 아님 그냥 돌아 가느냐가 문제였지요.
여기서 대충 위를 따라서 걸어 올라가보니 조금만 올라가면 가능은 할 것 같았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가다가 말면 아니 간만 못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냥 진행을 해 보기로 합니다.
최대한 경사각이 작은 쪽으로 차를 몰고 올라가는데, 안간 힘을 쓰는 내 차가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어요.
달달달...
그래도 그렇게 달달거리며 힘들게 정상에 올라 설 수는 있었어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안개비가 지나가서 전망은 좋지 않았지만 공기는 엄청나게 상쾌합니다.
정말 상쾌 통쾌.
또 하나가 뭐지요? ㅎ
아 유쾌....^^;;
치앙다오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바로 검문소가 있는데, 군인 아저씨는 그냥 놀고 계셔서 계속 달립니다.
요즘은 마약이나 그런 검사 안 하나 보지요?
정상부에서는 소나무 숲이 계속되어 걸으면 참 좋겠더군요.
올라올 때보다는 덜 경사진 내리막을 따라 달리니 도이 앙캉과 반 너래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경사가 심하면 다시 올라올 때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경사도를 보니 그 정도는 아니라 퍽 다행이더군요.
아무튼 구불구불 내리막을 조심스래 달려 도이 앙캉 마을에 도착을 합니다.
처음 생각은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여기서 여장을 풀고 푹 쉬다가 내일 반 너래를 갔다가 집에 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일단 숙소를 찾아 보기로 합니다.
여기가 도이 앙캉 중심가(?)에 있는 건물입니다.
이 뒤로 시장과 기념품 상점 그리고 숙소 식당이 있습니다.
일단 도이 앙캉 빌라를 찾아 가 보는데, 도대체 어디가 카운터인지 알 수도 없고 사람 흔적이 없었어요.
처음 찾아 간 곳은 집사람이 마음에 차지 않고.
주차장은 아래쪽에 있어 한참을 짐을 가지고 등산을 해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게 도이 앙캉 마을 전부입니다.
코딱지 만한 동네이지요?
여기는 국민당 군대의 후손이 만든 동네인 듯합니다.
거의 중국풍의 장식이 집에 매달려 있었어요.
이 동네에서 제일 큰 건물 학교입니다.
원래 양귀비를 재배하던 마을을 대체 농작물로 전환시키는 사업을 수행하면서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하지요?
이 지역이 그 유명한 골든 트라이앵글 중심 지역이 되겠네요.
국민당 군대, 마약왕 쿤사, 양귀비, 미국 정보국...
한 때 여기는 이런 검은 커넥션의 무대였지요.
도이 앙캉 입구에 있는 리조트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 보니 65,000원 대이던데, 시설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여기는 들어가보지도 않았어요.
산 언덕쪽으로 몇 개의 숙소가 보이지만, 시설도 좀 그렇고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날씨가 선선한 것 밖에는 특징이 없군요.
여기는 해발 1400m대의 고지입니다.
1700m 고개를 넘어 왔구요.
그래서 그런지 한 숙소 마당에는 들깨가 잘 자라고 있었어요.
완전 우리나라 가을 풍경입니다.
겨울 관광 시즌에는 사람들이 몰리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도 없고 그저 텅 빈 허전함만이 돌네를 감돌고 있었습니다.
이 동네 유일한 볼거리는 왕립 농업 연구소인데, 입장료가 50밧입니다.
양귀비를 대체할 작물을 찾고 이 동네에 적합한 채소나 화초를 구하는 그런 사업을 한다고 하지요?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잔뜩 기대하고 온 도이 앙캉이라는 동네가 별 볼 일이 없어 그냥 발걸음을 돌립니다.
참으로 힘들게 넘어 온 곳인데, 뭔가 허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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